
한국 근대 역사학의 태동은 일제강점기다. 일제강점기 역사학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민족주의자들의 대립 관계에서 태동하였다. 근대 역사학 성립의 전제는 민중민주주의 성장에 따른 봉건왕조의 해체와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따른 민족과 국가를 수호하는 일이었다. 일제강점기 내내 민족과 반민족의 대결이 지속되었다. 1945년 해방이후 일제 식민통치에서 국가를 되찾고 민족적 민주주의는 성취한 듯하나, 민족은 반식민지(半植民地)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독립을 맞이한 상태이다. 형식적으로는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났지만, 36년간 식민통치에서 절반의 독립(半獨立) 상태에서 해방된 것이다. 나라는 되찾았지만,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에 편승한 특권계층과 지주자본가들의 기득권이 유지되고, 식민지적인 제도, 문화, 사상을 청산하지 못한 채 절반의 해방을 맞이한 것이다.
이처럼 식민지 지배체제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절반의 해방은 해방 이후, 한국 사회문화적으로 집단간, 계층간 대립과 갈등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도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보수세력과 민주세력간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제 식민통치의 후유증이다. 1948년 반민특위(反民特委)는 반민족 행위 처벌법을 집행하기 위하여 제헌국회에 설치된 특별기관인데, 당시 정치권에서 신탁통치안을 두고 좌익과 우익의 대립이 첨예하게 맞섰고,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들에게 편승하고 미국의 비호하에 반민특위를 해체시켰다. 이로 인하여 남북한 통일정부는 무산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민중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였다. 절반의 해방은 나라를 절반으로 갈라놓았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좌우,진보와 보수의 갈등, 대립은 친일파들과 식민지문화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원죄가 된다. 그 원죄는 마땅히 역사학계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 역사학계의 혼돈은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개편 파동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한국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민족과 반민족, 보수와 진보의 역사인식이 명확하게 드러났었다. 식민지근대화론을 떳떳하게 외치는 세력들이 버젓이 출현하는 상황까지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백성들은 한국사의 혼돈 상태를 사실 그대로 목격하였다. 해방 이후 백성들의 교화는 역사학자들의 몫인데, 한국사학계가 그 역할을 못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사학계는 한국사 서술에서 민족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를 보여왔었다. 역사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는 법인데, 한국사에는 일제 식민통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회색빛으로 남아있다. 그 역사의 그림자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내에 한국사를 왜곡하여 식민통치 수단으로 활용한 조선사편수회의 그림자라 할 수 있다.
조선사편수회에서 『조선사』편찬에 참여하였던 이병도는 해방이후 1961년 처음으로 한국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사』(을유문화사 간행) 편찬을 주도한 진단학회 이사장이었다. 절반의 해방 이후에 한국사 기술의 기조는 진단학회에서 발간한 한국사(전7권)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방전 조선사가 해방 이후에 한국사로 둔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선사편수회와 대척점에서 민족주의 사상과 민족정신을 계몽하는데 앞장 섰던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서술에서 자기나라 문자를 버리고 어려운 한자만으로 서술하는데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사 교과서에는 일제강점기에 조장된 역사 용어들이 버젓이 그대로 쓰여지고 있다. 아직도 우리말인지 일본어인지 구분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역사가 한문 표기로 난해하여 백성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면 마땅히 우리말로 쉽게 고쳐서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는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백성들을 교화하고 계몽하는데 역사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왜곡된 역사교육을 바로 잡을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는 듯하다. 2015년 국사교과서 파동이 났을 때, 국정이냐 검인정이냐로 대립하였던 것 같은데, 실상은 국사교과서에 실린 역사용어를 바로잡는 일이 더 급선문였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역사교과서에서 바로잡아야 할 바로 잡아야 할 용어의 사례를 살펴보자. 첫째 역사적인 사건에 간지명(干支名)을 붙여 단순화시킨 역사 용어들을 사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올바르게 고쳐야 한다. 역사적 사건에 간지명을 붙여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잘못된 역사기술이다. 경술국치(庚戌國恥), 을사조약(乙巳條約), 기묘사화(己卯士禍), 을미사변(乙未事變), 신미양요(辛未洋擾), 임진왜란(壬辰倭亂), 병자호란(丙子胡亂), 임오군란(壬午軍亂), 갑오경장(甲午更張), 갑신정변(甲申政變), 신유사옥(辛酉邪獄), 을유각서(乙酉覺書) 등 모두가 역사적 사건에 간지를 붙여놓고 있다. 이러한 간지명 역사용어를 사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압축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들면 경술국치는 일제조선탈취사건, 을미사변은 명성황후시해사건, 병자호란은 청태종침략사건, 갑오경장은 일제강요내정개혁, 신미양요는 미국강화도침략사건 등으로 일반인들이 한국사를 쉽게 이해할 있도록 용어 개정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둘째, 한국사에서 정치, 경제, 사상, 제도 등에서 한글로 풀어서 쓸 수 있는 명칭을 굳이 한문으로 표기한 것은 고쳐서 바로잡아야 한다. 예로들면, 삼정이정청(三政釐政廳), 요호부민층(饒戶富民層), 훈구파(勳舊派), 훈척계열(勳戚系列),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주기론(主氣論), 주리론(主理論),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 명치유신(明治維新), 탕평책(蕩平策), 군적수포제(軍籍收布制), 백골징포(白骨徵布), 황구첨정(黃口簽丁), 삼정문란(三政紊亂), 압량위천(壓良爲賤:강제로 양민을 천민으로 삼는 제도), 사문난적(斯文亂賊), 경세치용(經世致用),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 수렴청정(垂簾聽政) 등이다. 예를들면 삼정이정청은 삼정문란개혁청, 요호부민층은 신흥부유층, 훈구파는 왕실실권세력, 탕평책은 관리통합등용책, 황구첨정은 유아횡포수세사건 등 역사적 사건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압축 용어로 바꿔지기를 희망한다.
셋째, 역사적인 사건을 한글로 표기하고 풀어 쓸 수 있는데도, 한문으로 표기한 사례들이다. 부역균(賦役均), 사송간(詞訟簡), 간활식(奸猾息), 존왕양이(尊王攘夷), 위정척사운동(衛正斥邪運動), 왜양일체론(倭洋一體論),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 상민수륙무역장정(商民水陸貿易章程), 반왜양창의(反倭洋倡義), 마관조약(馬關條約), 의화단사건(義和團事件), 시일야방성대곡(是日夜放聲大哭), 국채보상운동(國債報償運動)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사송간은 민사신속재판, 간활식은 지방관간사교활풍속개혁, 존왕양이는 왕실수호외세배격운동, 위정척사운동은 성리학수호운동, 반왜양창의는 동학도민족수호운동, 시일야방성대곡은 민족상실울분논설 등으로 용어를 개정하여 본질을 드러내고 백성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사 교과서를 정치적, 이념적으로 내용을 바꾸자는게 아니다. 한국사의 한자 표기를 우리말로 쉽게 풀어쓰거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꾼다면 온나라 백성들이 역사책을 가까이하고 한국사에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다. 역사용어를 한자에서 한글로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문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한다. 역사의 주체는 백성이다. 국사교과서 개편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모든 백성들이 우리의 역사, 한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익적, 공공의 교과서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에서 펴낸 조선사 서술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일제 식민통치용 한국사 교과서라는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역사(history)는 이야기(story)이다. 이야기는 어려운게 아니라 쉬운 것인데, 난해한 한자를 차용하고 표기하여 이해하기가 어렵게 펴낸 것이다.
한국사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맞춰 암기 위주용으로 기술된 것처럼 보인다. 백성들이 한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해하도록 기술된 것이 아니라 시험과 대학입시용으로 한국사를 서술한 것처럼 보인다. 역사는 사건으로 암기하면 곧 바로 잊어버린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문제이지만, 그보다 암기용 교재를 만든 국사편찬위원회가 더 큰 문제다. 암기용 한국사가 아니라 게몽 인식용 한국사를 펴내기 바란다. 한국사 편찬을 담당하는 국사편찬위원회는 한국사 교육의 현주소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하루빨리 일제강점기 반식민지적인 한국사가 아닌 민족주체적인 한국사를 펴낼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다.
한국사는 우리나라의 역사다. 한국사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냐 검인정 교과서냐 따지는 것을 넘어서자. 한국사 용어부터 백성친화적인 용어로 바꾸자는 것이다. 백성들이 가까이 하고 싶은 한국사를 펴내야지 백성들이 멀리하고 싶은 기피서(忌避書)가 되어서는 안된다. 요즘 젊은 신세대를 밀레니엄제트(MZ)세대라고 부른다. MZ세대들은 자신들이 쓰기 쉬운 새로운 용어, 즉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한다. 현재와 같은 한국사 교과서는 젊은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이 어렵다. 1960년대 한국사 교과서를 지금까지 개편하지 않고 쓴 다는 것은 백성들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수십번도 더 바뀌었어야 할 국사교과서가 아직까지 개편되지 않는 이유를 정부는 백성들에게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 더 이상 한국사 교과서를 개편하지 않으면 MZ세대들이 자기들 방식으로 한국사를 개편해 버릴 수 도 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하루빨리 쉽고 평이한 우리 말글로 한국사를 서술하여 백성친화적인 교양 한국사와 한국사 교과서를 개편하기를 강력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