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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단독] 현대차노조 34년 역사에 첫 ‘통상해고’ 경영진 형사고소…43일째 천막노숙

현대차, ‘사회통념상 근로유지 어려운 자’ 취업규칙 근거로 첫 해고
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앞두고 변수되나…판매노조원 5480명 촉각
노조측 “해고 포함한 모든 징계는 징계위 절차 거쳐야…단협 정면위반”
사측 “서울지노위, 저성과자 해고 사유‧절차 타당 판정”…중노위 계류
“징계해고냐 아니냐, 통상해고 적법하냐” 쟁점…사측 고소사건 향배도 관심

 

[웹이코노미 김영섭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 34년 역사상 처음으로 징계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회사 인사위원회를 통해 ‘조합원 통상해고’가 이뤄진 것으로 웹이코노미 단독 취재결과 확인됐다.

 

다시 말해, ‘확인된 사실(팩트)’은 징계위원회를 통한 해고 즉, ‘징계해고’가 아닌, 회사의 근로계약 해지 결정 이른바, ‘통상해고’가 단협위반 여부나 적법성 여부를 떠나 현대차 노조 출범 이래 처음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5일 현대차노조 판매위원회(의장 이용수)에 따르면 현대차 경영진은 지난해 12월30일 인천 지역 현대차 영업직 근로자 A씨를 판매저조 등 사회통념상 근로계약 유지 불가, 신의성실 위반 등 취업규칙 조항 위배를 근거로 ‘근로계약 해지(통상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현대차노조 판매위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사옥 앞에서 ‘통상해고 철회와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이날로 43일째 천막노숙농성을 이어갔다.

 

노조 측은 사실상 모든 해고가 ‘징계’이고 단협상 ‘징계해고’는 징계위를 거쳐야 한다고 돼있는 만큼, 사측이 ‘징계해고가 아닌 사회통념상 근로계약 유지가 불가한’ 통상해고라고 하지만 징계위가 아닌 인사위를 통한 해고는 ‘단협 정면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판매실적 부진이 해고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단협에 준하는 노사 합의사항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은 징계해고가 아니다”며 “근로계약 해지 통지는 해고에 해당하지만, 해고사유와 절차가 타당해 정당한 해고”라고 판정했다. 회사 취업규칙 5조는 해고의 사유로 ‘징계해고가 결정된 자’ 외에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도 포함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조(지부장 이상수)는 해고를 포함한 징계는 반드시 징계위 절차를 거쳐야 하고 취업규칙에 우선한다는 단체협약 사항 위반을 사유로 지난 3월 31일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현대차 국내사업본부(본부장 유원하 부사장)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사측은 “서울지노위에서 정당한 해고임이 인정된다는 판정이 내려졌다”고 했다. 또 “서울지노위는 이 사건 근로계약 관계는 사회통념 상 근로계약 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됐고 해고의 절차적 하자로 인정될 만한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고 맞섰다.

 

 

■ 노조, 국내사업본부 단협위반 형사고소…“조합원 해고는 징계위 거쳐야”

 

현대차와 노조 간 단체협약 32조는 회사가 조합원에 대해 감봉 이상의 징계를 하고자 할 때에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돼있다. 징계의 종류는 ▲경고 ▲견책 ▲감봉 ▲정직 ▲징계해고 순으로 돼있다.

 

노조는 이런 조항에 입각해 판매직 노조원 A씨의 해고 조치가 명백히 징계에 해당하는 ‘징계해고’인 만큼 징계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임의의 인사위원회를 통한 ‘통상해고’는 단협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낸 단협위반 고소장에서 “조합원을 해고하고자 할 경우에는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적용해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기준법 제99조는 취업규칙이 당해 사업장에 적용되는 단체협약에 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는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의 부분은 무효로 하고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고소 근거를 들었다.

 

이와 관련, 현대차노조 판매위원회 차재철 사무처장은 웹이코노미 취재진과 만나 “취업규칙보다 우선한 단협을 교묘하게 비껴 나가면서 이른바 ‘쉬운 해고’인 ‘통상해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비록 서울지노위에서 부당해고 구제소가 기각됐지만 저성과를 이유로한 통상해고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 처장 설명에 따르면 “사측이 단협에 명시된 징계해고를 하기 위한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인사위원회’를 통한 통상해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차 처장은 “통상해고의 길이 쉽게 열리면 특히 영업직군 같이 개인의 실적이 명확히 드러나는 직군은 실적저조를 이유로 상시적 고용불안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통상해고가 사회통념상 받아들인다면 근무평점이 낮은 일반직이나 매출부서에 근무하는 서비스 직군들은 상시적 통상해고의 칼날앞에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성과의 원인을 현대자동차 정규영업직이 처한 특수한 판매현장, 예를 들어 대리점과의 판매루트 이원화로 인한 과다 출혈경쟁, 수입차와의 할인경쟁, 서비스 물품제공 등으로 인한 판매비용 과다 발생 등을 외면하고 개인의 능력부족과 불성실 근로를 이유로 통상해고를 하는 것은 사측에 의한 ‘고도의 구조조정 시나리오’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 사측 “서울지노위 정당한 해고 인정…사회통념상 근로계약지속 불가 판정”

 

사측이 영업직원 A씨에 통보한 내용을 보면 ▲2015∼2020년 월평균 1대 미만 판매 ▲2015∼2020년 인사평가 최하위 등급 D ▲영업 역량 및 성과 개선을 위한 지점장의 판촉지시 미수행 ▲2016∼2019년 ‘어울림프로그램’ 4회 불참 ▲2020년 ‘코칭 프로그램’ 온란인 과정 3회 불참 등이 해고 사유로 적시됐다.

 

사측은 취업규칙 14조(해고) 5호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와 취업규칙 5조(신의성실의 원칙) 1항 ‘회사는 본 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으로 직원을 근로시키며 직원은 회사의 제규정을 준수하여 부여된 직무를 성실히 완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근거 규정으로 들었다.

 

사측은 또 서울지노위에서 정당한 해고임이 인정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지노위는 “해고사유와 절차가 타당하므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정했다는 것이다.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하면 서울지노위는 지난 5월18일 판정에서 “이 사건은 징계해고가 아니다”며 “판매실적 부진을 이유로 ‘징계’하지 않는다는 단체협약 규정과는 상관이 없다”고 판정했다. 또 지노위는 “근로계약 해지 통지는 해고에 해당하지만, 해고사유와 절차가 타당해 정당한 해고”라고 판정을 내렸다.

 

나아가 “근로자의 저조한 실적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 정도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여 해고대상자 선정 기준은 객관적이고 공정했다고 지노위에서 판단했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사건으로 사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서울지노위에서 확인된 판정 결과) 그 이상으로 회사의 입장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 “징계해고냐 아니냐, 통상해고 적법하냐” 쟁점…사측 고소사건 향배 관심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징계해고이냐, 아니냐”, “사회통념을 내세운 통상해고가 적법하냐”로 모아진다.

 

회사 측은 징계해고가 아니라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로 취업규칙상 해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통상해고’의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저조한 판매실적 등이 핵심 요인인 만큼 ‘징계해고’로 봐야 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징계위원회를 열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단협 정면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해당 조합원이 판매영업직이고 사측이 판매 저조, 영업개선 노력 부족 등을 해고 사유로 제시한 만큼 오는 7일로 예정된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 판매영업직 조합원 5480명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판매위 소속 노조원의 평균근속 기간은 25년, 평균연령은 51.9세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달 30일 열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3차 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을 거부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함에 따라 오는 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노조는 임금 9만9000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금 30%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해왔다.

 

노조 단체교섭 요구안에는 이번에 ‘통상해고’된 전 직원의 복직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지부 차원에서 국내사업본부를 고용노동부에 형사고소한 사건도 향후 조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조합 측은 “처벌을 요구하며 고소장을 낸 지 3개월이 넘었는데 아직 고소인 조사만 이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기자 kimlily@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