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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㊱ 부산·기장

맛과 풍경의 기행 ①

 

[웹이코노미=글·그림 임진우] 코로나 사태로 추석 연휴동안 꼬박 집콕했더니 삶이 너무 단조롭기 짝이 없다. 어디라도 훌쩍 떠나 코에 바람이라도 넣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지인이 보내준 욕지도 풍경 사진 한 장에 매료되어 그 다음 주 연휴에 3박 4일 일정으로 급하게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이번 여행은 충동적으로 계획했고 동행을 희망한 일행들과 결행으로 옮기게 되었다. 우선 먼저 함께 갈 교통편을 논의했다. 부산-기장-통영-욕지도까지의 일정인데 카니발 한 대를 빌려 돌아가며 운전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기차와 택시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 부산

 

 

서울역에는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과 돌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루틴했던 일상을 탈출해 열차에 오르는 일은 늘 설렌다. 차창밖으로 가을에 익어가는 황금빛 들녘이 눈부시다. 그동안 부산에 출장이 뜸했는데 오랜만에 부산역에 와보니 전면 광장에 못보던 시설이 들어서있다. 일본 대형 설계 업체 니켄세케이가 디자인 한 '부산 유라시아 플랫폼'으로 지하철 부산역과 연결하는 다용도 복합공간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면 식재로 녹화된 여러 정방형의 조각들로 재미있게 구성했다. 계단형 루프테라스로 잘 조성된 공간이 시민 휴게시설이 돼 부산역 광장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은 서울 다음가는 대도시로 우리나라 최대의 해양물류도시다. 부산의 상징 중 하나인 자갈치 시장은 언제나 활력이 넘쳐나고 분주하다. 이 곳의 싱싱한 해물들은 풍요로운 해산자원이다. 인근 공동어시장에 정박되어있는 배들은 해양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길 건너 남부민동, 급경사에 지어진 집들의 집합성에서 부산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옛 공동체 마을을 연상하게 한다.

 

 

 

 

'이기대'라는 해안산책로를 답사지로 선택했다. 오륙도를 기점으로 해운대에 이르는 산책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위해 가끔씩 부산을 자주 오가면서도 이렇게 해변과 숲길이 마주하는 환경 친화적인 장소가 있는 줄 몰랐다. 바다가 보이는 숲길에 겨우 교행이 가능할 정도의 비포장의 흙길은 최소한의 보행이 가능할 정도 만의 좁은 폭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경사를 따라 조성되었다. 해안절벽을 따라 보이는 바다경관 역시 압도적인데 저녁 무렵의 해가 반사되어 물비늘로 반짝이는 먼 바다 한가운데 조각배 하나가 시간을 멈춘 듯 한가롭게 보인다.

 

 

여기저기 계절을 알리며 퇴색해가는 가을 숲과 어우러진 해안풍경은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주파수의 영역으로, 이 곳은 말 그대로 '슬로우 라이프'다. 거기에 진회색 바위와 파도가 만나는 곳에서 일어나는 허망한 포말과 철썩이는 파도소리, 소금기 머금은 바다내음까지 합쳐져 느낌은 오감으로 전해진다. 갯바위에 서서 바다낚시에 시간을 보내는 한가로운 태공들도 눈에 띈다. 해운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멀리 보이는 달맞이 고개를 배경으로 보이는 도시풍경은 빼곡하게 세워진 호텔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있는 형국이지만 도시경관은 바다를 면하고 있어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미래도시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곳에 오면 사람들이 숲과 바다 속으로 스며들어 서로의 등을 도닥여주며 맑게 울리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누군가 이런 싯귀를 현장에 남겨놓았다. 두 명의 기생이 왜장을 안고 바다로 뛰어들어서 붙여졌다는 '이기대'의 의미처럼 이 곳 바위들은 오늘도 절개를 지키며 씩씩하게 바다에 마주하고 있다.

 

 

 

 

부평동에 위치한 새우 전문점을 찾아가 살아있는 꽃새우, 닭새우, 도화새우(트럼프 새우) 3종 세트를 맛보기로 했다. 주로 독도 인근 수심 150~300m에서 서식하는 녀석들이라 귀한 만큼 꼬들거리는 식감도 좋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 오징어 숙회와 함께 별도로 튀겨내어 바삭한 새우머리를 안주 삼아 지역 소주인 C1을 폭풍 흡입하니 역시 모든 여행의 출발은 식후경이다. 바닷가재나 게찜 같은 갑각류의 요리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으로 언제나 땡큐다.

 

 

 

◇ 기장

 

 

기장에 위치한 아난티 코브와 힐튼호텔은 장소와 조형이 탁월하다. 건축가 민성진이 디자인했는데 현재 코로나 사태로 영향은 있지만 오픈 이후에 핫플레이스가 됐다. 이 곳 아난티 코브에 체크인 후 1박을 마치고 이튿날,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아난티 코브의 아침 해변을 잠시 거닐어본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에는 거친 파도가 몰고 온 포말이 바람에 날리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눈앞에서 나를 집어 삼킬 듯이 넘실대는 파도와 바람이 무섭다. 태고 적부터 서로 부딪치며 살아온 파도와 갯바위는 원수일까 연인일까.

 

 

통영으로 이동하기 위해 고속도로 코스보다는 섬과 섬을 이어 가는 풍광을 보기 위해 거가대교 코스를 선택했다. 거제도와 부산의 가덕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는 닮은꼴의 2주탑 사장교와 3주탑 사장교 두 개가 중간의 작은 섬을 연결하며 장관을 이룬다. 4km에 달하는 해저 터널을 통과한 후 확 트인 바다위에 올라선 거가대교는 수직적 모티브의 우뚝 선 주탑과 함께 현수구조를 담당하는 케이블 와이어의 조형성이 뛰어나다. 장장 4.5km의 바다 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오늘 이곳을 찾은 우리들은 특권으로 누린다. 거제도에 들어서니 섬 특유의 산과 바다와 도시가 한 눈에 조망된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통영이다. (②편에 계속...)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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