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은 재발과 전이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질병으로, 암으로 인한 사망의 대부분은 원발성 암(특정 장기에서 처음으로 발생)이 아니라 전이로 인해 필수 장기의 기능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전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암의 악성화 및 전이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 연구팀이 암 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Dysadherin)’이 콜라겐의 분해 및 재배치를 통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디스에드헤린’은 암에서만 발현하는 단백질로 특히 침윤성과 전이성이 강한 암일수록 발현 정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져 미국 국립 인간유전체연구소(NHGRI)의 질병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서 암 전이 단백질로 분류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22년 수행한 선행 연구에서 디스에드헤린이 세포신호변환을 통해 암의 악성화 및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이를 억제하는 펩타이드 항암제를 발굴한 바 있다.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대장암 환자의 단일세포 공개데이터 분석 및 임상 조직 분석을 통해 디스에드헤린이 종양 미세환경 내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의 대표적 구성 성분인 콜라겐의 리모델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하였으며, 암의 악성도가 높을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욱 활발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구체적인 기전으로 디스에드헤린이 메트릭스 메탈로프로티에이즈-9(MMP9)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콜라겐의 분해 및 암 연관섬유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 CAF)의 활성화를 통한 콜라겐의 재배치를 촉진하여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나아가 연구팀은 인간화 마우스를 만들어 이를 통해 디스에드헤린/MMP9 신호전달 매개의 콜라겐 리모델링이 면역억제 및 혈관신생을 촉진하여 암세포 친화적 종양 미세환경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선행 연구에서 발굴한 펩타이드의 디스에드헤린 매개 인테그린(integrin, 세포간 결합에 관련된 분자) 신호전달에 대한 억제 효과를 추가 검증하여 미국 특허를 등록(등록 번호 US 12,024,546 B2)하였다.
남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 전이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에 의한 종양 미세환경 변화를 통해 암의 악성화와 전이를 촉진하는 신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면서 “이는 향후 종양 악성화 및 전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GIST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가 지도하고 이충재 박사(국립암센터 박사후연구원)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IRC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GIST GRI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024년 11월 30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