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에 점을 찍는 행위는 오히려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욕구로부터 그저 순수한 행위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나를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동안 내가 했던 작업에 비교하면 최근의 ‘점 찍기 작업’은 가장 단조롭고 차분하다. 그런 차분함이 나에게 위안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을 제어하거나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서 벗어나고 순수한 창작의 경험에 몰입할 수 있다. - 서미라 작가 노트 중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서미라 작가 초청 ‘기도, PRAY’展을 12월 2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오룡아트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올해 오룡아트홀에서 일곱 번째 열리는 초대전으로, 오래된 한지, 색색의 실, 삼베와 같은 재료를 섬세하게 결합하여 독특하고 풍부한 형태와 감성을 만들어 낸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서미라 작가는 약 100여 회의 단체전과 20여 회 개인전을 열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오래된 기억들>, <흔적>, <기도> 등이 있다. 다양한 재료를 콜라주 형식으로 배열하여 작품에 의미와 깊이를 더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해 왔다.
특히, 예로부터 여성들이 손수 짜고 엮어 만든 삼베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자신의 그림과 드로잉이 시간을 넘어 과거 미지의 여인의 직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대동여지도를 천 위에 바느질로 표현한 대표작 ‘한결(Tremendous Layers)’은 눈에 보이는 현존과 보이지 않는 부재의 사이에서 드러나는 흔적을 작가의 영감과 수작업을 통해 완성하였다.
서미라 작가는 대표작 ‘한결’에 대해 “그림이 아닌 바느질이라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바느질 한 땀, 한 땀이 실핏줄처럼 연결되어 산맥이 되고 강줄기가 되는 동안 거대한 생명체의 모습으로 호흡하는 걸 느끼며 제작했다”며, “대동여지도가 제작된 시대에 수많은 사람이 발품을 팔며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것처럼, 저의 작업도 그러한 상상을 담아 현실이 되고자 하는 무수한 열망과 노력으로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서미라 작가는 “이번 전시 작품은 지난 2014년 광주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북경창작스튜디오에서 시작하여 미국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에 걸친 작업의 변화와 작가적 역량의 결과물”이라며, “한국의 작가가 미국에서 완성한, 동서양이 교차되는 작품을 오룡아트홀에서 전시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의미 있는 공간에 초대되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내년 1월 24일(금)까지 GIST 오룡아트홀에서 열리는‘기도, PRAY’전시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심 있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오룡아트홀은 지역민의 관심으로 성장한 GIST가 지역 사회와의 교류 및 협력 강화의 장을 마련하고자 행사‧회의‧강연‧세미나 등을 위한 다목적 건물인 오룡관의 1‧2층 내벽에 조성한 전시 공간으로, 2022년 12월 제1회 초대전을 시작으로 이번‘기도, PRAY’전시까지 총 13회의 전시를 통해‘열린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한편 뉴욕에 거주하는 국제 비평가 및 큐레이터인 로버트 C. 모건(Robert C. Morgan)은 “서미라 작가의 작품은 주로 개념과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 사이의 균형을 잘 반영하고 있다”며, “오래된 한지, 색색의 실, 수제 삼베와 같은 재료를 섬세하게 결합하여 작품에 시간의 흐름을 부여하며, 그녀의 회화 작업 방식은 정신적인 개념을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특성으로 변환하는 과정으로, 그림은 스스로의 리얼리티에 따라 서서히 뚜렷하게 정의되어 간다”고 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