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면 전자기파는 두 물질이 만나 형성되는 계면을 따라 전파하는 전자기파로, ‘음의 유전율’을 갖는 물질과 ‘양의 유전율’을 갖는 물질이 형성하는 경계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의 유전율을 갖는 금속과 양의 유전율을 갖는 공기층 사이에 존재하는 표면 플라즈몬이다. 표면 플라즈몬의 에너지는 금속과 공기층의 경계인 금속표면에만 강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금속표면에 화학물질이나 바이오물질 등을 놓아두면 표면 플라즈몬과 그 물질들 간에 강한 상호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호작용은 고감도 센서나 고해상도 이미징 구현 등에 응용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고등광기술연구소 광응용시스템연구부 기철식 수석연구원과 김성한 박사후연구원이 양의 유전율을 갖는 물질을 포함하는 완전 전기 도체(PEC)와 완전 자기 도체(PMC) 평행판 도파관을 연결하여 형성된 경계(‘PEC-PMC 경계’)에 새로운 표면 전자기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표면 전자기파가 음의 유전율을 갖는 물질과 양의 유전율을 갖는 물질이 이루는 경계에만 존재한다는 기존 물리학적 지식의 틀을 깨고, 이례적 환경에서는 양의 유전율을 갖는 물질들로 이루어진 경계에서도 표면 전자기파가 존재할 수 있음을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론적 모드 분석과 수치해석을 통해 PEC-PMC 경계에서 새로운 표면 전자기파의 존재를 증명하고, 통상적으로 표면 전자기파 발생에 사용되는 프리즘 결합 실험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여 PEC-PMC 경계에서 새로운 표면 전자기파의 발생을 검증하였다.
또한, PEC-PMC 경계에서는 자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새로 발견된 표면 전자기파의 특성은 금속의 자유전자로부터 유발되는 표면 플라즈몬과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규명을 토대로, 원형으로 닫힌 PEC-PMC 경계에만 강하게 에너지가 집중되는 새로운 표면 전자기파의 공명모드가 존재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PMC는 자연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기 때문에 새로운 표면 전자기파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PMC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구현해야만 한다.
연구팀은 이차원으로 배열된 사각 금속 막대를 사용하여 특정 주파수 범위 내에서 자기 도체로 작동할 수 있는 실제로 제작 가능한 구조를 제안하고, 그 구조의 표면에서 새로운 표면 전자기파의 존재와 발생을 입증하였다.
기철식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는 표면 전자기파의 생성 조건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는 한편, 전자기 현상에 대하여 보다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는 데 학문적인 의의가 있다”면서 “기존의 표면 전자기파를 이용한 바이오 센서, 고해상도 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표면 전자기파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교육부의 창의도전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2024년 10월 30일 온라인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