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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㉜ 서울의 심장부 세종대로

 

[웹이코노미=글·그림 임진우] 7년 연속 강북의 지역들을 주제로 삼은 스케치를 '서울감성화첩'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캘린더 제작에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2015년 '북촌 편'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세종대로 편'이 제작될 예정이다. 세종대로는 단순히 큰 길이 아니고 한국정치의 중심공간이며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에 서울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기점은 서울역에서 출발, 종점인 광화문에 이르는 이 넓은 길은 '태평로'와 '세종로'가 2010년 도로 명 개편으로 통합돼 지금의 '세종대로'가 됐다. 최북단의 청와대를 축으로 경복궁과 광화문, 서울시청과 덕수궁, 숭례문과 서울역까지 이르는 길에 면한 도시와 건축, 그리고 광장에는 대한민국의 근대사의 변천과정과 많은 사건들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 많은 사연들을 간직한 채 시민들은 오늘도 이 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아직 물러가지 않았지만 내일의 희망을 그 힘찬 발걸음에서 찾아본다. 캘린더 특성에 맞추어 사계절의 순서로 나열해보았으니 감상 포인트를 가지고 즐겨주시길 바란다.

 

 

◇ 북창동 길

 

북창동은 한 때 유흥주점이 많았지만 현재는 맛 집 골목으로 변신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원조집들이나 유명 식당체인점이 들어서고 비즈니스호텔까지 입점해서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길이다. 저녁시간에는 보행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왁자지껄, 다이나믹한 강북 서울의 뒷골목 풍경을 보여준다.

 

 

◇ 숭례문

 

구 태평로에 위치한 숭례문은 국보 1호로서 예전부터 한양으로 들어오는 첫 번째 관문이었다. 2008년 2월 10일 방화로 인한 화재로 큰 재난을 겪었지만 국민의 염원이 모여져 현재의 웅장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석양의 노을이 아름다운 하늘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저녁 무렵의 풍경을 담아 보았다. 퇴근길의 차량들이 저마다 귀가를 서두르며 분주하다.

 

 

◇ 성공회 서울성당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 온전하게 구현된 건축이다. 라틴십자형 평면의 이 건물은 견실하고 비례감이 우아하다. 도로 전면에 새로 지어진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하고 지하공간으로 파고들어 자리했다. 성당 앞 큰 나무들도 봄을 기다리고 있다.

 

 

◇ 문화역 서울 284(구 서울역사)

 

춘삼월의 봄바람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열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2004년 KTX 고속철도역사의 완성으로 용도가 소멸된 구 서울역사의 원형복원과 문화사업이 진행되어 2011년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중후한 고전주의 건축양식과 공간은 과거 서울의 중앙역으로서 품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덕수궁 석조전 (현 대한제국 역사관)

 

대한제국의 황궁인 경운궁의 첫 건물이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것은 새롭게 출발하는 대한제국이 서구의 근대국가를 모델로 하고 있음을 천명했음이다. 서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석조전 전면에 배롱나무도 일품이지만 그보다 오래된 수양벚나무의 벚꽃이 해마다 화사하게 피어 주니 봄을 먼저 알려주는 전령사와 다름없다.

 

 

◇ 서울시청

 

구청사와 신청사가 나란히 공존하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서울의 상징이다. 서울도서관으로 활용되는 구청사는 건축물의 역사성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으며 신청사는 미래지향적인 유리곡면의 하이텍크를 보여주고 있다. 사시사철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면 서울광장과 함께 서울시민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 서울로 7017

 

1970년 차량통행을 위해 만든 고가도로가 2017년 보행자의 공원길로 거듭나게 되면서 7017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맨해튼의 하이라인을 참고하여 기획된 사람중심 도시재생의 시작을 알리는 프로젝트다. 지면에 접하지 못한 이유로 대부분 키가 낮은 관목 류로 구성되어 여름에는 대형 파라솔 그늘이 필요하지만 방문객들에게 사시사철 사랑받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명동성당

 

프랑스 신부가 설계하여 1898년에 완성된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고딕양식의 건축물로 명동의 랜드마크다. 수직적인 종탑의 조형이 가톨릭 교회의 경건함을 상징하고 있다. 찜통더위를 식혀주듯 게릴라성 호우로 장대비가 시원하게 내린다. 우산을 쓰고 전면 계단을 오르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신도들의 경건한 기도와 염원들도 저 빗줄기처럼 하늘에 맞닿기를 소망한다.

 

 

◇ 광화문 광장

 

세종대로와 함께 광화문 광장에 역사성과 국가 상징성을 살리려는 노력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왔다. 이 곳은 한양천도 이 후 육조거리로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모두 품고 쌓여져 이어져 오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함께해온 이 장소는 행정중심지에서 시민의 보행광장으로 친근하게 변신하고 있다.

 

 

◇ 덕수궁 돌담길

 

아직 여름이 물러가지 않았지만 더위가 한 풀 꺾이고 가로수들은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따라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이 더 정답게 보인다. 사고석 담장위 둥근 서까래위로 전통한식 기와가 만들어내는 레트로한 감성과 다가올 가을은 왠지 연인처럼 잘 어울린다. 데이트 코스 뿐 아니라 서울에서 걷고 싶은 거리 중 단연 으뜸이다.

 

 

◇ 남산공원

 

한양도성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가파른 계단과 함께 추억이 깃든 구 어린이 회관(현 서울 교육연구정보원)이 나타난다. 가을을 환영하듯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는 남산과 서울타워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날은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을 오르며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해보는 일도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 서울 정동교회 (구관)

 

중구 정동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건축물이다. 고딕양식의 창문, 로마네스크 양식의 종탑이 혼합되어 정동로터리를 130년을 넘게 지키고 있다. 인근의 신관과 기념관, 종탑은 정림건축에서 설계했다. "언덕 밑 정동 길에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힌 조그만 교회당..." 유명한 광화문 연가의 노랫말에도 등장한다. 가로수들은 동안거를 준비 중인지 정동길에 하나 둘, 낙엽이 떨구며 만추의 감성을 자극한다.

 

 

◇ 명동 골목

 

 

명동의 좁은 골목길에는 복잡한 인파들로 붐비듯 간판들도 제각기 개성 있는 얼굴을 내밀고 자랑한다. 2021년도 힘든 일이 많았지만,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았다. 그 보답으로 하늘에서 함박눈이 선물처럼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다. 골목길에 캐롤이 흐르고 성탄절이 기다리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과거시제형으로 중첩된다. 호기심 많은 남산타워가 궁금한 듯 골목 쪽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고 있다.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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