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친환경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의 전기적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 반도체 소자 구현에 성공함으로써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신소재공학부 이광희 교수와 히거신소재연구센터 김주현 박사 연구팀이 비납계(lead-free)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의 새로운 p형 도핑 방법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한 고성능의 p형 박막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태양전지 분야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반도체 소재는 26.7%가 넘는 고효율의 소자 성능으로 기존의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와 효율 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가격 경쟁력도 높아 차세대 광전자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광전자 소자에 쓰이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주요 금속 중 하나로 납 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적인 문제가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주석(Tin)을 활용한 주석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소재가 많이 연구되어 왔지만, 낮은 결정성 및 소재 자체의 많은 결함으로 인해 납 기반 페로브스카이트에 비해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산화가 잘 일어나는 주석 원소의 특징에 집중한 연구팀은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표면에 황(sulfur) 원소가 포함된 고분자 물질을 도입했을 때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의 전기적 성질이 향상되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의 주석 이온이 고분자 물질의 황 원소와 상호작용하여 주석 이온의 산화수가 2가에서 4가로 산화되는 것을 관측하였으며, 이로 인해 생성된 정공이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에 남아 소재의 p형 도핑을 유도한다는 것을 홀효과 측정법(Hall effect measurement) 및 페르미 에너지 준위(Fermi energy level) 측정을 통해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새로운 p형 도핑은 주석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내부에서 발생하는 결함에 의한 재결합 손실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전하 운반자의 원활한 움직임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 황인욱 박사팀의 펨토 세컨즈 레이저 순간 흡수 분광법 분석을 통해 확인하였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규 p도핑 방법을 적용한 비납계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기반 박막 트랜지스터는 기존 소자에 비해 약 8배 높은 전하이동도인 53 cm2V-1s-1 을 보였으며, 또한 1000번의 소자의 on/off 작동 시에도 안정적인 구동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전압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높은 안정성을 가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광희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유·무기 혼합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개발에 있어 큰 걸림돌인 중금속 납을 주석으로 대체하면서도 환경적 문제와 함께 전기적 특성 저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제시한 것”이면서 “이는 기존의 현대 반도체 소재 발전에 큰 영향을 준 도핑이란 개념을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주현 박사는 “이번 연구에 필요한 거의 모든 실험 및 분석을 GIST 내에서 히거신소재연구센터·중앙기기연구소·고등광기술연구소의 시설과 장비를 이용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으며, 후속 및 파생 연구를 위해 한국연구재단의 세종과학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스웨덴의 세계적 연구기관 린셰핑 대학교(Linkoping University)와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GIST 이광희 교수와 김주현 박사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2024년 8월 29일 ‘Early View’ 버전으로 온라인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