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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㉘ 동경 산책

[웹이코노미=글·그림 임진우] 동경을 여행하다보면 서울과 매우 흡사한 점을 경험한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양 도시는 옛 것과 새것이 공존하고 복잡하며 밀도는 높다. 비슷한 듯 다르지만 그런 유사한 문화권의 동질감 때문에 우리는 금세 익숙해진다. 최근 부쩍 한일 간 감정대립으로 양 국 간에 혐일, 혐한의 분위기라서 일본 여행은 조심스럽지만 감정을 앞세워서 흥분하기보다는 일본의 도시와 건축, 그리고 새로운 문화와 앞서가는 도시재생에 대해서는 차가운 이성으로 잘 학습해두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민관 협력방식이라는 개발전략으로 복합개발을 통한 문화도시 창조라는 모토 하에 완성된 롯본기 힐스의 전망대에 오르면 동경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파리의 에펠탑보다 9m가 높다고 알려진 동경타워가 중심에 있다.

 

 

최근에는 도쿄 스카이트리가 모던한 모습으로 완공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립식 전파탑으로 기록을 갱신했다. 상업시설과도 잘 연계되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동경은 도시재생을 오래전부터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앞서 나가고 있다. 롯본기 힐스타운과 도쿄 미드타운 개발을 촉진제로 하여 최근에는 한국의 광화문에 해당하는 마루노우치, 일본의 명동 긴자의 변신은 동경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활력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도시재생 사례답사로 우선 방문한 지상49층의 도시마 에코뮤제타운에는 저층부에 도시마 구청사가 자리 잡고 있다. 대형조직인 니혼세케이가 설계하고 건축가 쿠마켄코가 외관특화를 맡아 진행한 프로젝트로 저층부 옥상정원을 비롯하여 경사면의 그린테라스가 인상적이다.

 

 

아키하바라 역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이 곳은 최첨단 전자기기와 상품 도매점이 밀집돼 관광객들에게 매우 각광받는 장소였다. 일제 전자밥솥 하나를 구입하려해도 이 곳을 찾아 왔지만, 몇 년 전부터 신주쿠나 오모테산도에 비해 경쟁력을 떨어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컬처'를 융합해가는 전략을 세우고 주변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도시재생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만세바시 'MAACH'다. 칸다 강가 주변의 옛 만세바시 역 홈 부분을 개조해 작은 레스토랑을 만들고 역 하부 시설과 과거 철도박물관을 상업시설로 과감하게 리모델링한 이 프로젝트는 재생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빈티지풍의 붉은 벽돌 입면이 강물과 어우러져 풍경을 만들어내고 수변공간에는 테라스를 두어 쇼핑과 문화 속으로 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이곳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위치한 '2K540' 프로젝트 역시, 쓸모없던 철도 고가 하부 공간을 활용하고 전통공예인들의 지역이었던 장소성을 살려 창의적인 공예상점가로 개발되고 있다. 에도문화를 전수한 미술공예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아트갤러리 같은 분위기로 변신해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단지 첨단기술만 추구하며 전자음악으로 시끄러운 기억의 아키하바라 거리는 이제 기술과 문화가 융합되고 주변시설에 재생이라는 가치가 더해져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도 역시 도시재생의 바람이 불고 있고, 재생사업으로 이미 서울로 7017과 세운상가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도시재생의 선례들이 상호 교류되며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

 

 

이제 복잡한 동경시내를 벗어나 이 곳에서 한 시간 거리 쯤에 위치한 전원도시, 아키루노 시에 아키가와 계곡을 답사해보자. 자연의 풍광이 아름다운 이 곳 인근에는 일본 특유의 깔끔한 온천 레저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아키가와 계곡에서는 흐르는 여울물 소리가 요란한데 장 스팬의 멋진 다리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잘 보존된 자연과 오래전부터 지형에 따라 집을 짓고 살아온 마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키루노 시에서 히노하라 촌에 이르는 길이 약 20km 정도를 아키가와 계곡으로 칭하는데 최근 계류 낚시나 트레킹과 같이 강과 산을 활용한 자연 속의 놀이 요소를 갖추고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특히 신록, 단풍, 설경 등 계절마다 다양한 풍경으로 4계절 볼거리가 가득하다.

 

 

온천 레저시설은 아키루노 시가 2007년부터 총 공사비 약 25억 엔을 투입한 프로젝트로 건립 전부터 NHK·TBS등 방송국에서 보도돼 화제가 됐다고 한다. 경사지붕을 가진 세련된 건축디자인은 작은 스케일로 분절되어 장소에 잘 어울리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는데 오픈 후에도, 방송이나 도쿄를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에 거론되는 등, 도쿄 근교에서 자연을 음미하는 간편한 레저 시설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동경에는 가까운 친지가 살고 있어서 오랜만에 상봉한 가족들과 인근 오토캠핑장을 찾아 캠핑카를 빌려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가족들과 하루를 보내는 시간도 의미 있고 여유롭다.

 

 

가나가와 현 사가미하라 시의 '피카'라는 캠핑장이다. 사가미 호수가 인근에 위치해있어 풍광도 그만이다. 캠핑시설은 깔끔하고 일본특유의 생활문화로 질서정연하게 잘 조성돼 있다.

 

 

아침 일찍 시장에 들러 준비해온 신선한 고기와 해산물의 바비큐는 먹방 부럽지 않은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숯불에 달궈진 석쇠위에 야채와 등심살이 익어가고 레드와인은 폭풍흡입을 부추긴다. 혀끝 미감에서 시작해서 결국 마지막에는 과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청정한 공기의 어둑어둑한 하늘에는 저녁별이 서둘러 마실을 나와 있다. 밤이 깊어갈수록 별은 점점 더 초롱초롱해지고 이국에서의 대화는 무르익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짧은 기간의 여행지로서는 훌륭한 풍광과 가성비가 좋은 온천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니 가족들과의 추억을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다.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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