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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공공기관

[단독] 관세청, 삼성重 최대 5000억 환급 시도 정황…靑 민정수석실 “현재 조사 중”

‘청탁 거절’ 담당 사무관 업무배제…국회 기재위 “철저한 조사 필요”

 

[웹이코노미=신경철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관세청이 회계법인의 로비를 받고 약 1조원 규모의 ‘보세공장원재료’ 규제를 풀어주려고 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담당 사무관은 현행 법 규정과 막대한 세수 손실을 근거로 상관에게 이의를 제기하자 해당 업무에서 배제되고, 냉장고와 정수기가 있던 탕비실로 자리가 옮겨지는 등 보복성 인사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관세청 감찰실은 사건의 일부만 조사한 채 관련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로비의 존재 여부, 담당 직원에 대한 부당한 압력 등 사건의 본질은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 감찰’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사정기관 및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관세청이 로비를 받고 삼성중공업의 FLNG 선박 시운전에 소요되는 디젤유에 대한 보세공장원재료의 규제 완화를 시도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산하 덕진관세법인 소속 정재열 전(前) 부산본부세관장과 부하 직원 2명이 관세청을 방문한 이후 ▲관세청 공무원들이 예정에도 없던 거제도 삼성중공업을 방문한 점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담당 사무관의 업무가 갑자기 바뀌고 자리가 탕비실로 이동한 점 ▲감찰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 규제 풀면 삼성중공업 최대 5000억 세금 환급…유관 산업 확대 시 1조원 국고 손실

 

보세공장은 외국에서 수입한 원재료를 세금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게 할 수 있는 특례지역을 말한다. 보세공장과 관련해 기업이 관심을 갖는 사항은 보세공장원재료의 범위다.

 

보세공장원재료는 문자 그대로 보세공장에서 사용되는 원재료다. 보세공장원재료로 인정받으면 외국산 원재료를 과세보류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수출로 인정돼 세금의 환급이 가능하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거제도에서 FLNG선(해저에 있는 LNG를 시추·정제·보관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완공한 후 관세청에 선박 세척 및 시운전에 사용되는 스팀(Steam)을 만드는 경유를 보세공장원재료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해당 경유는 국내 정유사로부터 조달받지만 보세공장원재료로 인정되면 정유사가 처음 경유를 수입할 때 납부했던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관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웹이코노미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해당 건으로 약 500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유사한 선박 10여척의 수주가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최대 5000억원의 세금 환급을 기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일부 공무원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풀린다면 다른 조선사에 대해서도 과거 수년치에 대한 세금을 환급을 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항공기, 기관차, 차량 등의 성능시험에 소요되는 유류까지 형평성을 이유로 환급 문제가 파생될 수 있어 1조원이 훌쩍 넘는 국고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관세청은 1조원이 넘는 국고 유출을 시도한 미수범”이라며 “사정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재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 또한 “김영문 관세청장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 한 과장, 회계법인에 규제해결 방법 조언…‘청탁 거절’ 담당 사무관은 업무 배제

 

관세청의 ‘보세공장원재료’ 규제 완화 시도는 2016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소속 박준희 사무관은 정 전 세관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박 사무관 주장에 따르면 정 전 세관장은 5월 30일 통화에서 “삼성중공업 질의 건과 관련해 보세공장원재료로 인정해줬으면 한다. 만약 처리하기 어려우면 기획재정부에 재질의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사무관은 7월 11일 정 전 세관장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관련 규제 완화 시 파급효과가 너무 크고, 20년 동안 관세청과 기재부에서 유권해석·판례로 지켜온 보세공장 관련 관세법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박 사무관에 대한 보복은 이 때부터 불거졌다.

 

한창령 당시 수출입물류과장(서기관, 현 FIU 파견)은 8월 9일 세종시로 출장 가던 차 안에서 박 사무관에게 “정 전 세관장은 관세청에 있을 때 다른 부서의 직원이 말을 듣지 않으면 그쪽 부서 상사에게 얘기해 그 직원을 인사 조치를 시키면서까지 일을 성사시켰다”며 은연 중 정 전 세관장의 요구를 처리하지 않으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한 과장은 또 9월 8일 정 전 세관장 부하 직원 2명(전직 관세청 공무원, 관세사)이 관세청을 찾아왔을 때 “(삼성중공업 건은) WTO 보조금 조항을 연구하면 답이 나올 수 있다. 총리실 규제조정실에 건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과장은 올해 1월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조사에서 해당 발언들을 인정하면서도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과장이 관세사 2명을 만난 후 5일 만에 박 사무관은 특수통관과 T2(인천공항 제2터미널) 담당자로 업무분장이 이뤄지며 전보조치와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책상은 기존 냉장고와 정수기가 있던 탕비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얼마 후 박 사무관 자리로 배치된 정우용 사무관은 한 과장의 지시로 거제도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출장을 다녀왔다.

 

사실상 한 과장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거나 자의로 담당 사무관을 배제하면서까지 삼성중공업 건을 해결하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과장은 “답을 드리기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해당 디젤이 ‘보세공장 원재료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해석 및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정상적인 대리인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부당한 로비는 일체 없었다”고 전했다

 

웹이코노미는 후속편에서 해당 건에 대한 관세청의 ‘부실 감찰’ 문제, 업무 분장 과정에서 ‘법률 위반’, 현직 관세청 고위 간부들의 연루 의혹, 천홍욱 전 관세청장과 김영문 관세청장의 인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