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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이통사發 ICT 지각변동... 새 판 짜이는 CPND 생태계

이통3사, 통신수익 한계에 사업 확장… 자금·기술력 앞세워 생태계 주도권 '눈독'

 

[웹이코노미=이선기 기자] 콘텐츠(Contents)-플랫폼(Platform)-네트워크(Network)-디바이스(Device)로 이어지는 이른바 ‘CPND’ 생태계가 지각변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자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생태계의 중심 축이 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플랫폼에서 기술력을 앞세운 네트워크 사업자로 점차 이동해 가는 모습이다.

 

국내 대표 네트워크 사업자인 이동통신 3사는 최근 종합ICT 기업을 선언하고 탈통신 행보를 시작했다.

 

기존 유무선 통신 수익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면적인 수익모델 개선에 나선 것이다. 자금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사업자들과의 합종연횡을 시도, 여러 사업 영역에 진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협업과 제휴, 인수합병 등 진출 과정도 다양하다. 이대로라면 CPND 모든 영역에서 이통사의 입김은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각변동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콘텐츠다. 게임과 음악, 동영상 등 다양한 먹거리가 이통3사의 장바구니에 담겼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게임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과 더불어 모바일 데이터 통신 사용 빈도가 높은 콘텐츠라는 점이 이통사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바일게임의 주 고객이 1020세대라는 점 역시 고려된 요소다.

 

SKT와 KT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제로레이팅 카드를 꺼냈다. 제로레이팅은 고객이 지불해야 할 데이터 이용 비용을 콘텐츠 사업자가 대신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통신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게임사 입장에서도 이용자와 이용 시간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번 시도는 이같은 '윈윈(win win)' 전략이 이통사의 가입자 확보로도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 성격이 강하다.

 

 

SKT는 1020 세대를 타깃으로 한 ‘0플랜'을 통해 1318세대에게 넷마블과 네오위즈의 모바일게임을 데이터 차감 없이 즐길 수 있는 혜택을 선보였다. 지난해 선보인 <포켓몬GO> 제로레이팅 혜택에 이은 두 번째 시도다. 당시 SKT는 총 280TB의 데이터를 이용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 총 43억 원의 가계 통신비 절감을 이뤘다. 더불어 고객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리며 해지율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KT는 자사를 통해 갤럭시노트9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넥슨의 <피파온라인4M>과 <오버히트>를 비롯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검은사막 모바일> 등의 모바일게임 제로레이팅을 제공한다. 특히 KT는 자사가 유통하는 갤럭시노트9에 이들 앱을 선탑재해 플랫폼을 거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데이터 이외에도 유료 아이템도 함께 제공키로 했다. 데이터 비용은 KT가, 아이템은 게임사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동영상 콘텐츠에서는 LGU+가 더 적극적이다. LGU+는 자사 독점 콘텐츠인 ‘U+프로야구'와 ‘U+골프'를 내세워 동영상 시장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IPTV로 확장하는 한편 AR과 연계한 입체중계 등을 선보이며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이외에도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 강자들과 협력해 유료 콘텐츠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음악시장에서는 SKT vs KT·LGU+ 구도가 형성됐다. KT의 자회사 지니뮤직은 지난달 22일 ‘지니뮤직 미래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LGU+, CJ ENM과 협력해 ‘미래형 비주얼 뮤직 플랫폼' 로드맵을 발표했다. 세 회사는 각자의 역량을 모아 2022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 명을 확보해 국내 1위 음원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CJ ENM의 콘텐츠와 지니뮤직의 플랫폼에 VR·AR, 홀로그램 등 KT와 LGU+의 기술력을 얹는다.

 

이를 위해서 대규모의 지분 이동도 감행했다. 발표에 앞서 지니뮤직은 엠넷닷컴을 운영하는 CJ디지털뮤직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합병 기일은 내달 10일이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CJ ENM은 지니뮤직의 2대 주주가 되고, LG유플러스는 3대 주주가 된다.

 

 

SKT 역시 시장에 뛰어들 채비에 한창이다. SKT는 최근 뮤직메이트를 중심으로 음악사업 조직 개편을 감행했다. 자회사 아이리버를 통해 음원서비스 업체 그루버스를 인수하고 뮤직메이트를 그루버스로 이관했다. 또한 폭넓은 음악 관련 동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메이크어스에 투자하며 동영상 콘텐츠도 확보했다. SKT는 여기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을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에 뮤직메이트를 추가한 만큼 인공지능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들의 행보에 긴장하는 곳은 음원시장 1위 사업자인 멜론이다. 멜론은 국내 음원시장의 33%, 가입자 3,300만 명을 보유한 공룡 사업자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미래형 콘텐츠는 부재한데, 이통사들은 이 점을 파고들어 시장 점유율을 뒤집겠다는 계산이다. 음원과 플랫폼으로 이뤄진 기존 음악시장에서 네트워크 기술력을 결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제로레이팅이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용자 증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자칫 이통사에게 서비스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게임사의 경우 콘텐츠가 뛰어나도 자본력에서 밀려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구글이 일부 게임사를 차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 비슷한 예다.

 

이외에도 이통3사는 5G를 앞두고 자사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다양한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IPTV에서는 AR과 인공지능, IoT 등을 결합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특히 IPTV에서 시장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키즈콘텐츠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또한 인공지능 플랫폼을 중심으로 퍼지는 IoT 시장에서도 파이를 넓혀가고 있다. 신기술을 결합한 게임 개발 역시 최근 이통사들이 중심에 나서고 있다.

 

이통3사의 이같은 사업 확장은 자본을 앞세운 시장 독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2분기 이통3사 매출은 처참했다. SKT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한 4조 1,543억 원을 기록했다. KT 역시 0.6%의 매출 감소를 맛봤다. LGU+는 마케팅 비용 감소와 IPTV 수익성 향상으로 영업이익이 소폭 상승했지만 매출은 1.0% 감소했다.

 

네트워크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통신요금은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탓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과 맞물려 요금제 경쟁은 극에 달했다. LGU+의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88’ 요금제 출시를 시작으로 이통3사가 모두 데이터 용량을 늘린 요금제를 앞다퉈 출시했다. 1위 사업자 SKT는 추가적으로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0라이프'도 내놓으면서 '데이터 퍼주기'를 자처했다. 1020세대를 타깃으로 미래를 주시한다는 것이 배경이지만 사실상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초강수다. 내수 중심인 업계 특성상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국내 이통3사의 점유율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SKT는 41.9%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KT는 26.1%, LGU+는 20.0%를 기록했다. SKT가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잃고 있는 반면 LGU+는 사상 처음으로 20%대 진입에 성공했다. 통신시장 경쟁력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콘텐츠로 눈을 돌리고 공격적인 전략을 펼친 결과로 분석된다.

 

업계는 이동통신시장이 안정화에 접어들면서 향후 몇 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이통3사의 종합 ICT로의 전략 변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의 탈통신 행보가 디지털 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점이다. CPND의 새 판이 어떻게 짜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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