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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선수·관객 모두 ‘유저'... 게임사 자체 e스포츠 대회 봇물

유저 접점 확대 넘어 장기적인 흥행 지속 효과까지 '일석이조'

 

[웹이코노미=이선기 기자] e스포츠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의 발전과 더불어 인터넷방송이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면서 성장에 부스터를 가동한 모습이다. 게임 통계사이트 Newzoo는 올해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 약 1조 원, 시청자 수 약 4억 5,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까지 시장 규모 약 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의 도약도 가까워졌다. e스포츠는 이제 하나의 대중문화가 됐다.

 

최근에는 게임사에서 직접 나서 e스포츠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자사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 대회를 연이어 개최하면서 게임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선수와 관중의 경계가 명확했던 기존 e스포츠에서 탈피하고 유저에게 직접 참여의 기회를 준 것이 특징이다. 유저들에게는 게임 이상의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는 한편 게임사 입장에서도 자사 게임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자체 e스포츠를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게임사는 넥슨이다. 유저와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대회를 진행 중이다.

 

올해 설립 5주년을 맞이한 e스포츠 경기장 ‘넥슨아레나’는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세계 최초의 e스포츠 경기장이다. 이 곳에서는 <피파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등 매주 넥슨 게임을 활용한 e스포츠 대회가 꾸준히 열린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해당 게임의 팬들의 방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다양한 연령층의 게임 유저를 비롯해 선수의 팬이나 가족 단위 관객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때때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경기에 나서고 관람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실제로 넥슨 <버블파이터> 대회에서는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가족부' 종목도 개설돼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진행됐던 대회에서는 아버지와 아들로 구성된 '빛과소금' 팀이 우승을 거뒀다.

 

 

e스포츠 대회를 소통을 위한 하나의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의 e스포츠 대회는 넥슨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보답하는 차원"이라면서 "경기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저소득층 가정을 지원하는 등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 서비스 PC온라인게임 <블레이드&소울>의 e스포츠 대회 ‘블레이드&소울 토너먼트(이하 블소 토너먼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무왕결정전'으로 시작한 <블레이드&소울> e스포츠 대회는 2015년 '블소 토너먼트'로 새롭게 출범한 이래 올해 4년차를 맞았다.

 

경기는 온라인 경기를 통해 선발된 인원이 오프라인 대결을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누구나 온라인 예선에 참가할 수 있다. 이 중 높은 점수를 받은 유저에게 오프라인 리그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블소 토너먼트'는 e스포츠 장르로는 생소한 RPG로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대회 경기 방식은 인게임 PvP(Player VS Player) 콘텐츠 ‘비무'로 진행되는데, 고도의 손기술이 요구되는 게임의 특성과 1:1 단판승부의 경기 방식이 맞물려 경기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RPG 장르가 e스포츠로 정착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콘텐츠가 확실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블소 토너먼트는 전 세계 9개 지역에서 열리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 발전했다.

 

 

일반 유저를 위한 아마추어 대회도 있다. 게임 내 길드 조직인 ‘문파'가 대회를 신청해 대전을 벌이는 ‘문파대전'은 보다 많은 유저가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대회다. 일반 유저를 위한 대회인 만큼 블소 토너먼트 정규 시즌에 출전했던 선수는 참여할 수 없는 점이 특징이다.

 

모바일게임에서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월드아레나 챔피언십(이하 SWC)'이 대표적이다. 이 대회는 컴투스의 인기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를 활용한 e스포츠 대회다.

 

올해 열리는 ‘SWC2018’의 경우 전 세계에서 아메리카컵, 유럽컵, 아시아퍼시픽 컵 등으로 나뉘어 예선을 진행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각 지역별 대회에서 최종 결선에 참여할 인원을 선발하고, 한국 서울에서 결선을 치른다.

 

 

대회에 참여하는 선수 전원이 프로선수가 아닌 일반 유저인 점이 특징이다. <서머너즈 워>가 서비스 5년차 장수게임으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굳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아니더라도 참가 선수의 가족이나 친구 등이 참여해 함께 즐긴다. 포토월이나 캐릭터 인형 이벤트 등 게임 외적인 즐길 요소도 갖췄다. 컴투스 관계자는 “SWC는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차원을 넘는 <서머너즈 워>만의 문화 교류 행사다”라고 설명했다.

 

게임빌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서비스하는 야구게임 <MLB 퍼펙트 이닝 2018’의 e스포츠 개최를 앞두고 있다. MLB 라이선스를 활용한 최초의 e스포츠 대회인 만큼 160여 명 규모의 선수 모집이 일주일 만에 마감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게임빌은 대회 현장 방문객들 중 추첨을 통해 ‘2018 월드시리즈 관람 티켓'과 ‘2019 MLB 개막전 티켓', ‘2018 일본 올스타 투어 티켓' 등을 경품으로 지급한다. 모두 항공권 포함이다. 이외에도 대회 현장에는 한국인 최초 월드시리즈 우승자인 ‘핵잠수함' 김병현이 게스트로 참석하는 등 대회 개최에 많은 공을 들였다.

 

 

게임빌 관계자는 “야구게임이라는 게임의 특성상 e스포츠와 부합하는 점이 많아 이번 대회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올해는 국내로 한정됐지만, 향후 결과에 따라 세계대회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게임사 자체 e스포츠가 활발해진 이유는 온라인 스트리밍의 발전과도 연관이 있다. 시공간에서 자유로워진 시청 환경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임이 범국민적인 인기를 끌지 않더라도 적은 비용으로도 유저들을 챙길 수 있다. 더 이상 e스포츠가 대형 게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게임사들은 이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를 돌며 대회를 진행 중인 컴투스는 SWC 경기를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중국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로 중계한다. 가장 최근에 중계된 아시아퍼시픽컵은 유튜브 동시 시청자수 7만 5,000명을 기록했다. 생중계를 놓쳐 녹화된 영상을 시청하는 잠재적인 시청자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마케팅 효과도 쏠쏠하다. 게임의 장기적인 지속성과 함께 신규 유저의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넥슨은 e스포츠 대회를 오랜 시간 동안 진행해오면서 게임도 덩달아 장기적인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의 경우 2005년부터 진행된 국내 게임 리그 중 최장수 종목이다. 보는 재미를 넘어 특정 선수의 팬덤으로 이어질 만큼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게임 자체가 하나의 고유 문화가 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e스포츠의 흐름은 다양한 유저가 함께 즐기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게임 자체의 재미도 끌어올리는 한편 새로운 콘텐츠도 지속 생산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e스포츠가 특정 유저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업으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최근 e스포츠를 양지로 끌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7일 e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상설경기장 구축 예산안을 정부안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에만 집중된 e스포츠 시설을 수도권 외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2년 내 수도권 외 3개 지역에 상설경기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경기장 구축이 완료되면 상대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들에게도 대회 개최의 문이 열릴 전망이다. 지역방송국이나 기업 등과 협업한 지역 특화 콘텐츠 등으로의 연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담당자는 "경기장 구축을 통해 더 많은 국민들이 e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고, 나아가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문화로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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