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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한류 주얼리 문화산업 이끄는 ‘주얼리 외교관’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

 

 

[웹이코노미=김수연 기자]

 

 

 

누구나 한 번쯤 꿈 꾸는 꿈의 직업 ‘디자이너’. 그리고 여자라면 누구나 특별한 로망을 가질 법한 반짝반짝 빛나는 ‘주얼리’.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는 주렁주렁 달린 액세서리 하나 없이도 ‘주얼리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주얼리 디자이너’하면 떠오르는 우아한 자태와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망울을 지닌 그녀는 이야기해 볼수록 매력이 흘러넘쳤고,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뷰 중간 중간 느껴지는 세심한 배려심 또한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해줬다. 작가의 좋은 아우라가 작품에도 그대로 담겨서일까. 최근 연예계에서는 그녀가 발표하는 디자인마다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첼리스트이자 쥬얼리 디자이너인 모친의 타고난 예술적인 감각을 이어받은 그녀는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의상을 복수전공했다. 학교 내 대외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대학교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견문을 넓혔다.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다진 그녀의 배경은 그의 작업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듯하다.

 

 

 

그녀는 사물의 본질을 좀 더 본질에 가깝고 아름답게 작업하면서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경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소품들은 작가의 미감과 우아한 품격에 생명력을 얻게 됐는데, 이런 진심어린 애정은 드라마에도 화제성을 더해줬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USB, ‘가면’ 수애 보석함, ‘왕은 사랑한다’ 임시완 의자 등은 스쳐 지나칠 수 있던 소품들이었지만, 그녀의 정교한 손길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야기를 시각화해서 입체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디자인 철학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드라마, 영화, K-pop, 전시회, 패션쇼, 기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어느 하나도 낯익지 않다. 캐릭터, 그리고 작품마다 각기 다른 새로운 매력을 부여해 새로운 스토리를 입혀내고 있다. 매번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도 남다른 성과를 내는 그녀를 주얼리 디자이너로만 부르기에는 좀 부족해 보인다.

 

 

 

디자이너로서 표현하고픈 언어가 많았던 그녀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리고 시도는 늘 풍성한 형태로 나타났다. 혁신에 가까울 만큼 디자인의 방향을 넓힌 그녀의 이름 앞에는 귀금속 디자이너, 소품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미술 작가, 비주얼 아트 디렉터 등 다양한 타이틀이 붙는다. 그리고 어떤 타이틀로 그녀를 부르는 게 좋을지 고민하게 만들만큼 그녀는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결과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스스로 경계를 지우고 분야를 넘나든 그녀는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사극 영역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특유의 넓은 시각, 유연한 사고로 오래되고 낡은 엔티크가 새롭게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방영된 ‘엽기적인 그녀’, ‘왕은 사랑한다’ 등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녀가 재창조한 전통 역시 남다름을 알 수 있다.

 

 

 

 

 

그녀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기회가 저절로 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관점을 바꿔 기회를 만들어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이 한다고 해서 따라하지 않는 사람이다. 세상이 가장 멋지다고 평가하는 것도 스스로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남다른 시각으로 언제나 경쟁이 아닌 상생을 택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에 힘쓴다.

 

 

 

국내 최고의 명문대에서 의상을 공부한 그녀가 의상의 하위개념으로 여겨졌던 주얼리를 택한 것도, 자신의 이름 대신 어머니의 이름 ‘민휘’를 앞세운 것도 모두 그녀의 선택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늘 스스로를 믿고 길을 개척한 그녀는 애써 그를 봐달라고 애쓰지 않는다. 빛나는 결과로 묵묵하게 그녀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왔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걸어온 길에는 늘 최초이자 최고라는 타이틀이 동시에 붙는다. 최초라는 타이틀로 시작해 진화를 거듭하며 최정상으로 이끌어 온 그녀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Q. 밖에는 한파가 몰아치는데 회사 분위기는 따뜻하고 직원들의 표정이 밝다. 작업하시던 분께 정재인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을 물어봤더니 ‘맛있는 것을 잘 사준다.’, ‘이야기를 잘 들어 준다’, ‘사람들을 진심으로 생각해준다’고 한다.

 

 

 

A. 행복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 정말 좋은 사람들, 열정과 실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함께 하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고,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Q. 디지털, 4차 산업혁명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손으로 공예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대한 불안감은 없나? 딥 러닝 된 인공지능형 화가가 미래의 화가를 없앨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A. 시대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것도 점점 빠르게 말이다. 눈앞의 작은 변화에 연연하지 않고 큰 흐름을 읽어내면서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은 창의적인 일이다.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일은 고도화된 기술에 의해서도 대체되기에 한계가 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현재 민휘아트주얼리에는 디자이너와 장인, 그리고 큐레이터 등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앞으로도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그 기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준비가 잘 돼있으면 시대의 변화를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Q. 디자이너와 큐레이터의 차이는? 주얼리 큐레이터는 신선한 단어인데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A. 디자이너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작업을 한다. 디자인한 작품이 기존의 작품보다 사용자에게 더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미적인 취향을 드러내는 디자인에 더 의의를 두는 사람도 있겠지만 디자이너는 본질적으로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큐레이터는 고객 니즈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매장에서의 경험에 가치를 더해주고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는 사람이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오프라인 매장보다 활성화 되는 추세지만 고가인 귀금속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 매장의 구조가 디지털화되기는 하겠지만 앞으로도 그 역할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의 취향에 대한 카테고리가 세분화되는 시대다. 철저한 개인화와 마이크로한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사원의 역할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와 경험을 함께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감각적으로 스타일을 제안하며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큐레이터가 필요하다. 디자이너의 역할과는 좀 다르다.

 

 

 

Q. 정재인 작가는 디자이너, 장인, 큐레이터 다 할 수 있지 않나?

 

 

 

A. 디자이너와 큐레이터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인은 아니다.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는 비슷한 면이 많다. 디자이너와 장인의 역할은 다르다. 장인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디자이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완성하는 작품도 있지만 자체 공방의 장인 분들과 협업하며 아이디어를 완성할 때가 더 많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하고 기술을 실행하는 사람이 분리되어 있다. 제약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 뒤에 실행과정에서 기술자와 함께 아이디어를 정제시켜가며 작업하는 것이 더 좋은 프로세스라고 여긴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있고, 공학적인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함께 작업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켜주고 단점은 보완시켜줄 수 있다.

 

 

 

Q. 장인과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것 같다.

 

 

 

A. 우리만의 품격 높은 공예 문화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장인 정신을 존중한다. 탁월하게 잘 만들어진 작품은 몇 세대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우리는 철저하게 장인 정신을 바탕에 두고 디테일과 마감에 완벽을 기해서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고 있다. 최첨단 기술의 발달로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없게 됐다. 하지만 나만의 특별한 물건을 원하는 사람들은 기계가 줄 수 없는 감성적인 가치를 선호한다. 장인의 감수성과 노하우는 그 어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기술로 대량 생산된 상품하고 장인의 혼이 깃든 수공예품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첨단의 기술과 장인의 감수성의 조화로 탄생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공방은 50년 경력의 세공 명인 분께서 책임져주고 계신다. 공방 내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노하우를 전수하며 후학 양성도 하고 있다.

 

 

 

Q. 민휘아트주얼리의 매장 안에 위치한 자체 제작 공방이 장인 정신을 이어가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가?

 

 

 

A.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자체적으로 제작 공방이 있기 때문에 원스톱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고, 공정 단계마다 구체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품은 하나하나가 유일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체화할 때 처음 생각과는 달라질 때가 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적당한 스톤을 넣어보고 빼보기를 수차례 반복하기도 한다. 디자인실과 제작 공방이 한 공간에 있지 않다면 그렇게 디테일하게 신경 쓰기 힘들다. 차별화 정도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탁월해야 한다.

 

 

 

Q. 듣고 보니 하나의 탁월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A. 나만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작품을 원하는 사람은 하나하나 더 꼼꼼하게 보기 마련이다. 지불하는 금액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품질을 만들어야한다. 우리는 자체 공방이 있기 때문에 A/S도 자유롭다. 내부적으로 제작한다는 것은 모든 단계를 철저하게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책임감이 커지지만 좋은 결과물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 수 있다.

 

 

 

 

 

Q. ‘나만을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주얼리’라고 하니 ‘사랑의 온도’에서 양세종이 서현진에게 직접 그려 디자인한 ‘씩씩이 꽃반지’가 떠오른다. 그렇게 주문제작하는 고객이 많나?

 

 

 

 

 

 

A. 주문 제작하는 고객은 많은데 극 중 양세종 씨처럼 그렇게 그림까지 잘 그려서 의뢰하시는 분은 드물다.(웃음) 너무 멋진 설정에서 나온 반지였다.

 

 

 

 

 

Q. ‘사랑의 온도’의 ‘씩씩이 꽃반지’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시멘트를 뚫고 살아난 ‘씩씩이꽃’이라는 의미가 좋았고,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반지 디자인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 반지도 필요 없다. 씩씩이 꽃반지가 최고다’라는 반응부터 서현진이 반지를 착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합성된 2차 가공물까지 대거 생성됐다.

 

 

 

A. 반지에 좋은 의미가 있어서 더해졌기 때문에 파급력이 컸던 것 같다. 실제로 페어리스타는 꽃이 피는 기간이 봄부터 가을까지로 길다. 생명력이 강하고,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고 한다. 페어리 스타의 5개로 갈라져 있는 갈래 꽃잎을 살려 디자인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꽃 자체가 여리 여리하고 매우 작은 느낌이기 때문에 반지 디자인에도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렸다.

 

 

 

 

 

 

 

 

Q. ‘사랑의 온도’에서 서현진이 엄지손가락에 끼고 있다가 양세종의 네 번째 손가락에 껴주면서 프러포즈할 때 선물한 엄지반지도 화제가 됐다. ‘여자 엄지에 맞는 반지가 남자 약지에 맞으면 천생연분’ 이라고 하지만 서현진의 반지는 양세종 약지의 마디에 걸렸다. ‘역시 내 사랑은 운명이 아닌 선택이었다.’는 대사와 함께 화제 된 장면이다.

 

 

 

A. 많은 프러포즈 반지를 디자인 해봤지만, 이런 상황의 반지는 처음 디자인해봤는데 상황이나 의미가 모두 정말 좋았다. 하나의 반지로 촬영한 것은 아니다. 하나는 서현진 씨의 엄지손가락 사이즈에 맞게, 하나는 양세종 씨의 네 번째 손가락 마디에 맞게 두 개를 따로 제작했다. 여자의 엄지 반지와 남자의 마디 반지에 모두 어울릴만한 반지면 밴드가 두껍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저절로 쉽게 되지 않는 운명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이어지게 된다는 의미를 담아 심플하게 면을 두 번 트위스트 하고 약간의 각을 내서 하나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Q. 반지를 서현진의 엄지 사이즈에 맞게 따로 제작하고, 양세종의 약지의 마디에 맞게 따로 제작했다고 한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여자 엄지 손가락의 반지가 남자 넷째 손가락에 맞으면 운명이다.’는 대사처럼 실제 두 배우의 사이즈는 맞았나?

 

 

 

A. 상상에 맡기겠다.(웃음)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 두 반지가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디자인의 짝도 안 맞고, 사이즈도 달랐지만 정말 완벽한 커플링이었다. 예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었다.

 

 

 

 

 

Q. 흔히 디자인 실무에서 디자이너와 기술을 담당하는 엔지니어간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들 한다. 디자이너는 미적 감각이 발휘된 스타일을 중시하고 엔지니어는 현실적으로 수월하게 설계하는 기능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영감과 엔지니어의 논리는 늘 충돌한다고들 하는데 민휘아트주얼리의 경우에는 어떤가?

 

 

 

A. 우리도 그렇다. 그런 일들은 다 필요한 일이다. 내부적으로 비판이 나오는 것이 싫지 않다. 좋지 않은 의견도 언제나 편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중시하는 것이 다를 수는 있지만 결론적으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모두 ‘더 좋은 작품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같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어떤 말이라도 서로에게 필요한 약이 된다.

 

 

 

가장 좋은 점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나누면서 각자 새로운 생각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고유 영역도 확장되는 느낌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부딪히는 충돌지점이 최종 결과물에서의 실수나 오차를 줄여주기도 한다. 원래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 장인의 세공 기술이 입혀질 때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중히 논의하면서 만든 작품은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기능적인 면에서도 모두 좋게 된다.

 

 

 

 

 

 

Q.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좋은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는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의기투합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까?

 

 

 

A. 그렇다. 디자인팀, 제작팀의 의견이 따로따로 합쳐지는 것보다 함께 공유하는 환경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한다. 좋은 아이디어, 디자인이 어느 순간 유레카하고 떠오르는 일은 드물다. 머릿속에 있는 직감들이 연결되고 정리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치밀한 연구를 거쳐야 개념 상태의 아이디어가 실체적이고 유의미하게 발전하게 된다. 우리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세부 내용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의하는 과정이 익숙하다. 설익은 생각들이 연결되어 하나로 모아지면서 기존의 아이디어가 발전되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완성된 상태가 아닌 미완성된 제작 단계의 상태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더 많다. 이미 완성된 상태에서는 수정이 어렵지만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다양한 생각들이 자유롭게 등장하고, 수정되고, 협력하면서 혁신이 만들어질 수 있다. 내부에서부터 다양한 가치를 품을 수 있어야 나아가서도 큰 경쟁력이 생긴다.

 

 

 

Q. 정재인 작가가 생각하는 훌륭한 디자인은?

 

 

 

A. 일상을 아름답게 해주는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좋은 오브제란 실용적이면서 보기에도 좋아야 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 또한 있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향상 시킬 수 있다.

 

 

 

 

 

Q. 작가의 디자인 철학대로 민휘아트주얼리 그 자체가 생활에 풍요로움을 더하고 있다. 민휘아트주얼리는 주얼리 브랜드지만 일반적인 주얼리 브랜드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민휘아트주얼리를 검색하면 ‘이런 프로그램도 찾아보세요’라는 추천이 뜨는데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참여했던 드라마와 영화 등이 함께 추천된다. 다른 어떤 브랜드도 이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다.

 

 

 

A. 디자인 할 때, 단순한 물건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작품에 참여할 때는 더욱 더 콘셉트를 중시한다. 전체적인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각각의 스토리를 소품으로 구체화 시키니까 드라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고, 나중에 소품만 보더라도 드라마를 함께 떠올려주시는 것 같다. 옛날 사진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추억이 떠오르듯이 주얼리를 보면서도 어떤 순간을 추억하게 된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하나하나가 진짜 보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주얼리를 디자인했다. 가장 마음에 남아 있는 디자인을 하나 꼽자면?

 

 

 

A.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씨와 김수현씨를 400년간 이어준 수정죽절비녀. 이 비녀를 디자인하면서 디자인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디자인할 때마다 좀 더 다르고 새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욕심들을 털어내게 됐다. 장태유 감독님께서 워낙 꼼꼼하셔서 많이 배웠다. 사실 내가 이전까지 디자인적으로 호평 받았던 디자인들과는 많이 다른 형태였고, 눈에 띄는 디자인이 아녔기 때문에 이런 호응이 있을 줄 몰랐다. 근데 절제된 깨끗한 느낌이 너무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실제 유물에서 디자인적으로 변형된 부분들도 관심 있게 봐주셨다.

 

 

 

 

 

 

Q. 비녀가 박물관에 전시되면서 매달 수 천 명의 관광객이 증가한 일이 화제가 됐다.

 

 

 

A. 드라마 상에서 비녀가 박물관에 전시됐는데, 실제로 비녀를 보고 싶다며 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뒤늦게 박물관 측에서 비녀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다. 드라마가 한참 끝난 뒤에 전시가 됐는데도 그렇게 관광객이 몰렸다고 해서 신기했다. 아직도 방문객이 많다고 들었다. ‘별에서 온 그대’ 관련 전시가 워낙 많았다. 코엑스, 킨텍스, 박물관, 일본, 중국 등 여러 곳에서 전시가 많이 됐다. 내년 초에 이태리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Q. ‘별그대’ 비녀가 박물관 속 실제 유물들 사이에 전시된 일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도 드라마 소품이 유물과 같은 급으로 분류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일단 유물에 대해 해박한 박물관 관계자 분들께서 내 작품의 실물을 보시고, 유물 사이에 전시할 것을 결정했다는 것이 감사했다. 그리고 그 비녀는 사료를 바탕으로 제대로 만들었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오늘 날 사람들은 수집된 역사와 보존된 전통을 보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한다. 경험은 단순한 인지를 넘어선다. 결과적으로도 증명됐다. 비녀가 전시된 이후에 월 삼 천 명 이상 관광객이 늘었다. 이 전까지는 외국 관광객은 거의 방문하지 않았는데, 비녀 전시 후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져 여러 가지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통해 디자인한 작품이 관광 문화 상품으로도 이어져 또 다른 부가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는 것이 기뻤다. 무조건적인 비난만 있으면 새로운 시도들이 생겨나지 않는다.

 

 

 

Q. 박물관 관계자들이 유물 사이에 전시해도 될 정도로 느꼈다면 정말 좋은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할 때 소재를 가장 중시하나?

 

 

 

A. 기본 바탕 재료를 중시한다. 소재마다 느낌과 특성이 다 다른데 고유의 물성에 따라 디자인의 확장 가능성이 달라진다. 재료의 결을 세밀하게 관찰해 미세한 각도까지 신경 써서 다듬는다. 그렇게 세심한 과정을 거친 원석의 빛은 확실히 다르다. 좋은 디자인은 겉모습만 신경 쓴 것이 아니라 소재 및 기능 등 기본과 관련된 측면도 중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특정 소재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무조건 비싼 소재라고 해서 그 디자인만의 언어와 감성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라고 할 수는 없다. 제품 콘셉트와 소재가 얼마나 어우러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원석 자체의 가격보다는 원석의 질감과 색감을 더 중요시 한다. 원석 자체보다 디자인이 그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디자인할 때 소재, 색감, 형태 등 어떤 것을 가장 중시하나?

 

 

 

A. 흔히 디자인이라고 하면 소재, 색감 등 표면적으로 보여 지는 조형적인 요소나 기술적인 요소들이 먼저 이야기 되는데 나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것을 중시한다. 일단 의뢰인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것을 가장 예쁘다고 느끼는지,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아는 것에서 디자인의 시작점이 출발한다. 고유의 취향이 담긴 요소들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구성한다. 디자인한 결과물의 주변 환경과 분위기,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맥락도 고려한다. 디자인할 때는 사람과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제품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재와 색감은 그 다음 문제다.

 

 

 

Q. 디테일이라는 대답을 예상했다. 디자인에 대해 설명할 때 작은 디테일에도 이야기를 심는다고 느꼈다.

 

 

 

A. 디테일 중요하다. 나의 모든 작업에 내가 고민한 흔적들이 다 남아 있다. 디테일마다 근거 있는 이유들이 새겨져있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여기는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를 물어본다면 명확한 이유를 말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 스토리가 있는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디자인마다 생명력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 다만, 디테일의 지향점이 어디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타인과 직관적이고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Q. ‘고백부부’에 등장한 장나라와 손호준의 결혼반지에도 숨겨진 디테일이 있다고 들었다.

 

 

 

A. 38살의 주인공들이 이혼을 결심한 뒤 결혼반지를 빼면서 과거로 타임슬립 하게 된다는 설정에 착안해 38개의 큐브를 옆면에 조각했다. 단순하게 금을 긋지 않고, 정사각형 형태의 큐브를 하나하나 조각해 넣었다. 하나하나의 큐브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한 해, 한 해 모든 세월이 소중함을 암시했다. 행복하고 불행했던 그 모든 세월이 쌓여서 단단한 사랑이 만들어졌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진주와 반도가 반지를 다시 낄 때, 그것을 깨닫게 된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반지인 것이다.(웃음) 어느 하나 의미 없는 시간이 없다는 의미를 반지에 새겨 넣었다.

 

 

 

Q. 38살에 타임슬립하는 주인공 이야기를 38개 큐브로 녹여낸 디테일이 놀랍다. 언뜻 보기에는 수수한 디자인의 반지다.

 

 

 

A. 마진주와 최반도 커플과 닮아 있는 반지를 만들려고 했다.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특별함이 반짝이는 반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은반지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정면에서 보더라도 반지 옆면의 디테일이 은은한 테두리처럼 보인다. 옆면에 디테일을 넣었는데, 약간의 볼륨감을 주어 정면에서도 그 존재감이 살짝 드러난다. 보일 듯 말 듯 한 각도를 찾느라 고생했다.

 

 

 

일반적인 결혼반지처럼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지 않은 이유는 진주와 반도는 돈에 시달리는 커플이기 때문에 반지에 다이아몬드가 없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화려한 반짝임보다는 금속 자체의 자연스러우면서도 깊은 반짝임이 주인공들과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요란한 디테일이 없는 대신 금속 본연의 색감과 은은한 광채로 유니크함을 더했다. 반지가 타임 슬립의 열쇠다. 반지의 후프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디자인에 끊어짐 없이 전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형태로 신비로운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했다.

 

 

 

 

 

Q. 반지의 색감과 광채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각도에 따라서 색이 다르게 보여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드라마 상에서 봤을 때는 어두울 때 반지가 빛나 보였다.

 

 

 

A. 은은한 광채를 주기 위해서 표면을 섬세하게 처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테두리는 저속으로 미세하게 깎아내 광택을 냈다. 사선이 아닌 직선으로 정교하게 흠을 내 그것이 미세한 반짝임이 되도록 처리했다. 그래서 각도에 따라 빛나는 느낌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그리고 독특한 텍스처로 세련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스지 처리로 하나하나의 결을 살렸다. 양각과 음각이 조화를 이룬 옆면은 유광처리를 하여 고운 빛이 반사되는 효과를 더했다.

 

 

 

큐브는 기계 작업으로 겉만 반짝이게 작업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손으로 다듬어 금속 내부의 광채가 드러나도록 했다. 덕분에 너무 쨍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컬러가 나오게 됐다. 은색의 테두리와 옆면의 로즈골드색이 고유한 색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서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데 사진으로는 잘 표현이 안 된다. 실물로 보면 더 예쁜 반지다. 사실 각도에 따라 반짝임이 더해지는데, 그 부분이 화면에 잘 드러나지 않아 좀 아쉬웠다. 근데 12회에 내가 생각했던 그 처리가 CG로 두 번이나 들어갔다. 내 생각과 똑같은 느낌이 화면으로 구현돼서 너무 신기했고, 감독님께 정말 감사했다.

 

 

 

Q.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해석한 드라마 내용, 그리고 그 내용을 반영한 디자인의 의도가 드라마를 통해 정확히 보여질 때의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A. 그럴 때 정말 신기하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모든 것이 정확히 보여 졌다. 38개의 큐브를 세공한 옆면이 후프처럼 돌아가며 천계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도 그렇고, 옆면의 반짝임에 따라 금빛으로 반지가 스르르 사라지는 장면도 그렇다. 각도에 따라 더 빛나는 광채가 CG로 강조된 장면은 최고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나왔다.(웃음) ‘우리 영원히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 때, 그런 처리가 들어간 장면은 마치 그 소원이 반지에 봉인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Q. 소원을 이뤄주는 ‘신들의 반지’로 등장한 커플링은 타임슬립의 열쇠로 천계-과거-현재 총 3번 타임 리프 된다. 과거, 현재, 또 천상계의 신과 여신으로 만날 때도 같은 반지를 끼는데 디자인이 어느 시공간에서도 어색하지 않다.

 

 

 

A. 처음부터 과거, 현재, 천상계 세 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디자인을 잡았다. 천상계에서도 꼈을 법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더 신비로운 느낌을 더하고 싶었다. 결혼반지기 때문에 형태는 정형적으로 가되 색감에서 신비로움을 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색감과 표면처리에 신경을 썼다. 천상계 장면에서 착용된 머리장식과 브로치, 벨트, 귀걸이 등의 장신구도 디자인했는데 정말 재밌게 작업했다. 작가님께서 그 장면에 소원을 이뤄주는 ‘신들의 반지’라는 예쁜 이름과 의미도 선물해주셨다. 나에게는 선물 같은 장면이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Q. 에필로그에서 장나라와 손호준이 천상계의 여신과 신으로 변신한 장면의 장신구 역시 눈에 띄었다. 앤티크하면서도 페미닌한 무드의 장신구들 덕분에 자칫 코믹스러울만한 장면이 아름다워 보였다.

 

 

 

 

 

 

A. 장나라 씨는 의상에 레이스가 많아서 장신구는 조금 더 화려한 반짝임을 줘도 될 것 같았다. 머리 장식은 월계수관에서 모티브를 따서 만들었는데 형태가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형태로 제작해 어떤 헤어스타일에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의상의 양 쪽 어깨에는 어깨 견장 포인트처럼 의상의 레이스와 어우러지는 진주 브로치를 디자인했다. 헤어 장식과 진주 브로치가 화려하기 때문에 귀걸이는 간결하면서도 반짝임을 더하는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얇은 체인을 길게 늘여서 디자인에 리듬감을 더했고, 장나라 씨의 길고 고운 목선에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손호준 씨는 머리꽂이와 벨트를 디자인했다. 머리꽂이는 구불거리는 머리 스타일과 어우러지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나뭇가지와 열매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옷이 많이 풍성한 형태였기 때문에 벨트는 금속을 하나하나 엮어서 유연하게 만들었다. 장신구의 형태는 비교적 단순하게 잡은 대신 풍요로운 금빛을 입혀 신으로서의 위엄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Q. ‘고백부부’, ‘별에서 온 그대’, ‘다시 만난 세계’, ‘터널’ 등 타임슬립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디자인을 해왔다. 어려운 점은 없나?

 

 

 

 

 

 

A. 작품마다 새로운 설정이 있기 때문에 늘 다른 것들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백부부’처럼 천상계로 타임 슬립한 적은 없었다. 천상계로부터 시작된 운명을 상징하고 소원을 이뤄주는 ‘신들의 반지’라니 정말 너무 멋지다. 천상계 장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 중 하나다.

 

 

 

Q.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을 넘어 경계가 없는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다. 주얼리부터 소품, 가구 등 패션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디자인 세계를 구축했다. 아이디어의 영감은 어디서 받나?

 

 

 

 

 

 

A. 영감은 여기저기서 많이 받는데 특히 사람들을 많이 보려고 한다.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로 물건 그 자체에서 출발하기보다 사람의 행위를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돕기 위한 것이니까 말이다. 이런 사고가 바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제품의 형태에 관한 경계를 따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사실 생활 패턴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어떤 용어를 지칭하는 개념 자체도 조금씩 바뀌고 있지 않나. 용어나 틀에 사로잡히기 보다는 본질적인 개념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이너로서 주어진 환경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를 해야 한다.

 

 

 

Q. 디자인 애티튜드가 상당히 인간중심적이다. 그간의 작품 활동을 보면서 디자인을 통해 시청자와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주얼리를 보고 눈물 흘리거나 추억을 되새길 때면 시청자 역시도 그 추상적인 감정이 오롯이 이입되고는 한다. 사람들이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그 여운을 기억하기 위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을 따로 찾아보고 굿즈로 구매하며 오래도록 추억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디자인의 비밀은 어디 있을까?

 

 

 

A. 기술적인 요소만으로 찍어 내듯이 만드는 제품하고 소장하는 당사자의 감성과 감정을 담아서 만든 작품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금속 공예 자체에 따뜻한 느낌이 있다. 감성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모든 제작 과정에 정성이 가득 담기 때문인 것 같다.

 

 

 

Q. 이런 인간적인 애티튜드 뒤에는 인문학을 전공한 배경이 한 몫 하는 것인가? 미학을 복수 전공했다고 들었다.

 

 

 

A. 인문학적 지식은 뭘 하더라도 중요한 것 같다. 통찰력과 상상력을 불어넣어 준다. 일을 하면 할수록 예술가들이 메타 수준의 문제들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느낀다. 미리 공부하길 참 잘한 것 같다. 대부분 디자인하는 친구들이 경영을 복수 전공한다. 나도 경영학 수업들을 재밌게 듣기는 했는데 미학에 좀 더 관심이 갔다.

 

 

 

Q. 미학이라는 분야가 좀 생소하다. 다수가 선택하는 분야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학교에만 개설돼 있는 학과다. 빌보드에서 주목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제작자 방시혁이 졸업한 과로도 유명하다. 어려운 분야기에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누군가의 추천이 있었나?

 

 

 

 

 

 

A. 아무도 추천 안했다. 말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웃음) 미학이라는 이름도 좋았고, 우리학교에만 있는 과라는 특수성도 좋았다. 내가 원래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이나 흔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싫어한다.(웃음) 미학이 정말 어려운 분야지만 참 재밌긴 했다. 완벽하게 마스터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많이 배웠다.

 

 

 

Q. 의상과 주변 상황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주얼리를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스토리텔링 주얼리로 감성 디자인 세계를 펼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대학에서 의상과 미학을 공부한 것이 남다른 주얼리 세계관을 펼치는 것에도 도움 되는 것 같은데 어떤가?

 

 

 

 

 

 

A. 도움이 된다. 주얼리는 의상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도 해야 되고, 주얼리 그자체에 생각과 스토리를 담을 수 있어야 하기도 한다. 의상과 미학 모두 내게 꼭 필요한 공부들이었다. 심미적이고 명분적인 설득의 학문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지극히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의 영역이지만, 촘촘하게 설득력이 있는 디자인을 해야 다수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Q. 디자인에 대해 설득하는 스타일인가?

 

 

 

A. 억지로 설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의뢰하는 사람의 니즈를 기본으로 하고 기준으로 삼아 디자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설득이 되는 것 같다. 선택한 소재와 기법이 충분치 않다고 느껴지면 바로 손을 놓는데 원점(고객의 니즈)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하다보면 답이 나온다. 디자이너는 의뢰인이 원하는 바가 애매모호하더라도 그것을 예민하고 정확하게 캐치하여 유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Q. 다수가 시청하고 평가하는 드라마 디자인은 어떻게 하나?

 

 

 

A. 드라마 디자인은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면서도 새로워야 하는 작업이다. 세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감성을 기본으로 약간의 창의력을 발휘해 디자인한다. 너무 앞서가도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절제된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 미묘한 지점을 캐치해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센스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심미적인 것을 넘어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역할을 하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Q. 대중 매체로 선보이는 디자인은 파급력이 상당하다. 꼭 지키고자 하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나?

 

 

 

A. 나는 공공미술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하는 작품들이 좋은 기운을 전해줬으면 한다. 기쁨과 행복함을 전달해주는 부적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콘셉트 상 가능하다면 좋은 에너지를 의미하는 기호나 건축 양식을 참고해서 디자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괴기스럽거나 음산하고 무서운 것을 상당히 싫어하기도 한다.

 

 

 

 

 

Q. tvN 드라마 ‘화유기’ 티저에서 등장한 우마왕, 차승원 반지는 약간 괴기스럽고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물방울처럼 생겨서 빛을 발하는 볼이 독특하다.

 

 

 

A. 사연이 있는 반지다. 반지의 디테일이 드라마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겠다. 사실 이전에 많이 해봤던 스타일이 아닌지라 자신감이 없었다. 근데 차승원 씨께서 사람들 앞에서 ‘디자인 좋다’고 여러 차례 말씀해주셔서 힘이 났다. 차승원 씨께서 반지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도 내주셨는데 최종 디자인에 많이 반영됐다. 덕분에 디자인도 한층 더 발전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 용기를 얻어서 차승원 씨의 안경까지 디자인하게 됐는데, 안경도 칭찬받았다. 칭찬의 힘은 안 해본 것도 해보게 만든다.(웃음) 티저에 반지가 너무 멋있게 나왔다. 내가 한 백번쯤 본 것 같다.(웃음) 그런 화면 볼 때마다 정말 큰 선물 받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아닌 물건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특별해지고 생명력을 얻는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

 

 

 

Q. 아까부터 디자인 이야기할 때마다 계속 ‘감사하다’고 한다. 뭐가 그렇게 감사한가?

 

 

 

A. 정말 고맙다. 고마운 일투성이다. 많은 분들께서 신경써주셔서 화면에 그렇게 잘 나오고, 두고두고 회자 된다. 내가 이만큼 큰 호의를 받을만하게 작업을 했는지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고 그렇다.

 

 

 

 

 

 

Q. 정재인 작가도 밤새 고생해서 만들고, 드라마 쪽도 화제가 될 만큼 좋은 디자인을 받아서 윈윈이다. 일하면서 상호 필요한 일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데?

 

 

 

A. 내가 밤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말하기도 민망하다. 다들 밤새면서 열심히 하신다. 그리고 당연한 것 이상으로 잘해주신다. 근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도 없다. 당연한 것이면 고마우면 안 되나? 당연한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고마워하면 그 마음이 또 고맙고 서로 고마워하면서 살아가면 좋다.

 

 

 

 

 

 

 

 

Q. 남자 장신구 하니까 드라마 ‘화랑’에서 보여준 남자 장신구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박서준, 박형식, 도지한, 샤이니 최민호, 조윤우, 방탄소년단 뷔(김태형)까지 남자 주인공들의 새로운 룩을 제시했다. 캐릭터별로 각각 다른 귀걸이, 머리 장신구, 목걸이, 노리개, 반지, 팔찌 등으로 색다른 모습을 창조해냈는데 방영 내내 화제였다. 눈에 튀게 화려한 장신구들인지라 어색할 법도 한데 각자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A. 감사하다. 재밌게 작업했던 작품이다. 함께 했던 분들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었다. ‘화랑’도 많은 분들께서 자꾸 칭찬해주셔서 안 해봤던 디자인들도 신나게 해볼 수 있었다.(웃음) 진짜 부족한 것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 의상팀, 분장미용팀, 소품팀 미술팀들 다 너무 많이 신경써주셨다. 캐릭터 별로 예쁘게 장신구 소화해주신 배우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

 

 

 

 

 

Q. ‘화랑’은 다채로운 디자인의 귀걸이들이 특히 화제였다. 진흥왕 역의 박형식만 귀걸이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원래 박형식 씨께서 가장 화려한 장신구들을 착용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귀걸이 이야기도 나오기는 했는데, 박형식 씨께서 “귀걸이요?”하고 되물어보셨다. 그 말을 듣고 ‘귀걸이는 조금 불편하신가보다’ 생각해서 설정하지 않았다. 사실 피팅날 보니 김태형 씨만 귀를 뚫으셔서 한성만 귀걸이를 설정했다. 수호와 여울은 촬영이 진행되면서 설정됐다. 그래서 귀를 안 뚫고도 쓸 수 있는 클립형의 귀걸이를 뒤늦게 개발했다. 준비한 시간이 짧아서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예쁘게 소화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Q. 단지 “귀걸이요?” 하고 되물어본 것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낸 것인가. 그런 세심한 것을 캐치해내는 센스가 있는 덕분에 다수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디자인을 제시할 수 있나 보다.

 

 

 

A. 원래 그렇게 싫은 말을 직접적으로 하시는 성격이 아닌 것 같아서 그런 말들을 더 귀담아 들으려고 했다. 결국 각자의 성격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이게 예쁘고 정답이라며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스타일은 오래갈 수 없다. 프로젝트마다 내 정체성을 담는 것보다 클라이언트에 공감하고 그만의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Q. 시대극에서도 큰 활약을 펼치며 디자인을 통해 시대 상황과 문화 양식을 담아내고 있다. 민휘아트주얼리에서 참여한 작품이라고 하면 어떤 장신구와 소품이 등장할지 기대부터 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게 된다. 장신구가 단지 보는 즐거움을 넘어 주제를 함축한 장치로 미장센의 기능을 하는 것이 독특하다.

 

 

 

 

 

 

A. 캐릭터가 착용한 장신구, 의상, 인물이 머무는 공간에 있는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 있는 것들이다. 캐릭터, 시대 상황 등 작품의 주제와 콘셉트를 고려해 설정되고 시대와 삶을 담아내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텍스트로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는 장신구, 의상, 소품 등을 통해 시대상황과 복합적인 문화 양식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서의 역할도 하고, 복선의 구실도 한다.

 

 

 

Q. 대본을 보고 기획을 하는 장신구 디자이너로서는 정재인 작가가 최초가 아닌가?

 

 

 

 

 

 

A. 자꾸 최초, 최고 하면 너무 부담스럽다.(웃음) 장신구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지 누군가가 다 고민하면서 잘 해왔던 일들이다. 보통은 장신구가 전시되면 소품팀, 머리에 꽂히면 분장미용팀, 착용되면 의상팀 이렇게 분류된다. 그렇게 나뉘면서 전체적인 통일성이 깨지기도 하고 전문성도 약화되는 등 여러 가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내가 작품에 참여한다고 해서 혼자서 하는 일은 없다.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장신구인지 파악한 뒤에 작품 안에 있는 많은 분들과 의논하며 만든다. 작업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Q.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힘들지는 않나?

 

 

 

A.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하면 좋은 말만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있는데 아직 모든 단계를 구체화시킨 것은 아니기에 자세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모두가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정말 좋은 생각이야. 준비만 잘하면 내년에라도 이뤄낼 수 있어’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네가 생각한 일은 다음 세대면 몰라도 네 세대에는 못 이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각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Q.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정재인 작가가 일을 계속해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말의 영향력이 생겨서일 수도 있고, 모호한 개념이 점차 정확해지면서 공감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A. 언제라도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해서 잘하고 있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신념은 어떤 변화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굳건한 신념을 가지려면 스스로의 실력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감이 생기면 주변의 변화가 두렵지 않게 된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구체화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지금은 일할 때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 분명히 효율적이고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길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되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Q. 일할 때마다 그런 고민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