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개막하는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를 이끌 예정이던 아프리카 출신 여성 예술감독 코요 쿠오(Koyo Kouoh)가 지난 5월 10일 별세했다. 쿠오는 1967년 카메룬에서 태어나 유럽과 아프리카 예술계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예술가들의 미술 작업을 독일 카셀 도큐멘타 등 국제 무대에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카메룬계 스위스 큐레이터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자이츠 현대미술관(Zeitz Museum of Contemporary Art Africa)에서 총괄 디렉터로 활동했다.
2026년 베니스비엔날레 조직위원회(위원장 피에트란젤로 부타푸오코)는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코요 쿠오(Koyo Kouoh)를 임명했다. 130년 전통의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 예술감독이 탄생했다. 역대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 대부분은 백인 남성이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고(故)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흑인 최초로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여성이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을 이끈 것은 2005년 제51회 행사의 공동 예술감독이었던 스페인 출신의 마리아 드 코랄(Maria de Corral)과 로사 마르티네즈(Rosa Martinez)가 처음이었다. 2022년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의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는 첫 이탈리아 출신 여성 예술감독이었다.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의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는 남미 출신 최초의 예술감독이었다. 1895년 처음 시작된 베니스비엔날레가 2000년대 이후, 종교와 인종의 벽을 뛰어넘으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는 대목이다.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 코요 쿠오(Koyo Kouoh)는 카메룬 최대 도시이자 경제 수도인 두알라에서 자라 스위스로 건너가 경영학과 은행 업무를 배웠다. 이후 프랑스에서 문화경영을 공부한 그는 1995년 세네갈 다카르로 이주해 독립 큐레이터로 일했다. 세네갈 다카르로 가서 영화 제작자 오스만 셈벤(Ousmane Sembène)을 만나고, 화가 이사 삼브(Issa Samb)를 만나는 등 다카르의 예술계를 접했다. 유럽의 반 흑인 인종차별에 좌절감을 느낀 쿠오는 다카르로 이주하며 예술 관련 경력을 쌓으며 2019년부터는 자이츠 MOCAA 현대미술관장을 맡아왔으며, 2022년에 흑인 예술가 120인의 작품 회고전 '우리가 우리를 볼 때: 지난 100년 회화 속 흑인 형상화'를 선보이며 유럽·미국 중심의 미술 담론에 균열을 낸 기획자로 평가받았다.
쿠오는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교류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했고 호기심을 가졌었다. 언젠가, 인종차별에 문제의식을 지녔던 쿠오는 “예술가는 우리에게 성찰하고 투영할 기회를 주는 선구자이자 사회 과학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사망에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