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마을마다 세시에 맞춰 마을공동제사를 지낸다. 정월 대보름 마을굿을 지낼 때에 마을제사(洞祭)를 주관하는 제관과 화주를 선출한다. 동제 3일전 화주집에 금줄이 걸리고 황토가 뿌려지면 화주는 제물을 준비한다. 제일 먼저 마을수호신에게 올릴 조라술이라는 신주(神酒)를 빚는다. 신주는 찹쌀로 죽을 쑤고 누룩을 넣어서 항아리에 봉해 놓으면 하룻만에 술이 된다. 이 조라술이 맑은 청주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신에게 바치는 술은 집에서 직접 빚은 청주(淸酒)를 올리는 관행이 지속되어 왔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중추절의 명절이다. 한국의 명절가운데 설과 추석은 대표적 명절이다. 한국인들이 설과 추석을 중히 여기고 전승해오는 동력은 오로지 조상숭배이다. 한국의 조상숭배는 ‘조상대대로’라는 계세의식(繼世意識)이 매우 강렬함을 보여준다. 추석에 가족과 친척들이 조상의 무덤에 가서 합동 참배하는 관행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조상숭배의 관행이다. 설과 추석에는 집집마다 조상의 차례상에 올릴 신주를 빚는 게 경건한 의식이었다. 신주는 찹쌀과 누룩을 섞어서 만드는 발효주이다. 청주 즉 맑은 술은 인간이 신에게 올리는 최고의 예의이며, 신의 술을 음복하는 신인일
[웹이코노미 송화섭 객원논설위원] 한국의 성인 남자들 가운데 해장국을 안 먹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해장국을 먹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속풀이 해장국이라고 대답한다. 속풀이 해장국은 엊저녁에 마신 술이 아침까지 깨지 않아서 숙취(宿醉)를 풀어주고 뱃속의 메슥거림을 해소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의 음식이다. 숙취는 엊저녁에 마신 술이 이튿날까지 술이 깨지 않는 취기를 말하고, 메슥거림은 엊저녁에 마신 술이 되넘어올 것 같이 뱃속이 심하게 울렁거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숙취 현상은 누구나 한번 정도 경험하였을 것이다. 술마신 뒤에 해장국집을 찾고 숙취음료를 마신다고 숙취가 해결되는 것일까. 이미 간에서 술의 해독 기능이 떨어져 숙취 상태인데, 해장국으로 숙취가 해소될 수 있는 것인가. 결코 아니다. 해장국은 숙취 해소의 심리적 치유일 뿐이지 해독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전통음식가운데 해장국이라는 음식은 없다. 대개 식재료에 따라 음식명이 생겨나는데, 해장은 식재료가 아니다. 해장국은 시레기국, 우거지선지국, 콩나물국, 올갱이국, 황태국 등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일 뿐 전통음식의 명칭은 아니다. 해장국은 문화적 용어로서 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주 흔하게 접하며 가장 즐겨 마시는 일반 ‘소주’는 정확히 말하면 ‘희석식(稀釋式)’ 소주(燒酒)다. 이는 우리나라 전통술이 아니다. 전세계에서 희석식소주는 일본, 한국, 중국에서만 생산 판매한다. 희석식소주의 원조는 일본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희석식소주를 한국과 중국 동북 삼성(三省) 조선족들에게 보급하였다. 중국 사람들은 희석식소주를 술로 취급하지 않고 마시지도 않는다. 동북 삼성의 일부 조선족들이 마시는 술이라 하여 동북소주(東北小燒)라고 부른다. 일본에는 갑류(甲類) 소주와 을류(乙類) 소주가 있다. 갑류소주가 희석식소주, 을류소주가 증류식소주다. 갑류소주는 가격이 싸고 을류소주는 비싸고 품질이 좋다. 일본사람들은 을류소주를 즐겨 마시는데, 품질좋은 증류주가 을류소주라는 말이 거슬렸던지, 을류소주의 명칭을 본격소주(本格燒酒)로 바꿨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희석식소주가 광풍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식민통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주세(酒稅) 징수 목적에서 일본의 갑류소주 기계설비를 한국에 들여와 대량 생산의 소주공장체제를 갖추었다. 일본사람들마저도 기피하고 잘 마시지 않는 값싼 갑류소주(희석식소주)를 한국사람들은 밤마다 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