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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영풍그룹, 계열사 ‘씨케이’ 통해 3세 승계 발판 마련...순환출자 해소는 덤

씨케이, 장형진 회장 두 아들이 지분 각각 32.8% 보유... 지난해 말 기준 장 회장으로부터 375억원 차입

 

[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영풍그룹의 계열사 ‘씨케이’가 그룹 내 순환출자 해소 및 지배구조 개편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씨케이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수백억원의 금액을 장 회장으로부터 저금리로 차입해 승계를 위한 지분 재편과 순환출자 해소에 사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씨케이는 지난 2012년 투자자문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한회사다. 설립 초기 회사의 지분 구조는 영풍그룹 장 회장과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장녀 장혜선씨, 부인 김혜경씨 등 가족 5인이 모두 동일하게 각 20%를 보유했었다.

 

이후 4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장 회장과 두 아들 위주로 지분율이 재편됐고, 지난 2017년 12월에는 무상감자를 실시하며 장 회장의 지분이 장남과 차남에게 모두 넘어갔다. 현재 씨케이는 두 아들이 각각 32.8%, 장녀 장혜선씨 22.9%, 부인 김혜경씨가 11.5%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탈바꿈했다. 부인의 지분을 제외할 시 자녀들이 소유한 씨케이 지분은 88.5%에 달한다.

 

씨케이는 설립 5년 만에 장 회장이 물러나고 두 아들이 대주주로 자리 잡으며 승계 작업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영풍그룹의 고질적 문제였던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데도 주요 역할을 했다.

 

2017년 무상감자를 통해 사실상 두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한 장 회장은 엿새 후인 12월 7일 55억원을 투자자금 명목으로 씨케이에 빌려준다. 이어 이듬해 2월부터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375억원을 대출해준다. 올해 2월에는 지난해 씨케이가 차입한 금액 중 200억원에 대해 상환일을 2년 연장해주고 3월에는 50억원을 추가로 대여해줬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씨케이의 차입액만 370억원으로 집계됐다. 장 회장이 씨케이에 수백억원의 금액을 빌려주면서 받는 연 이율은 3.2%에 불과하다.

 

씨케이는 장 회장에게 차입한 금액을 이용해 계열사 지분 매수에 들어간다. 2018년 2월 영풍이 갖고 있는 영풍문고 주식 2만9000주(129억7100만원)를 매수하고 4월에는 장 회장이 갖고 있는 3만7000주(151억5000만원)를 추가로 취득한다.

 

 

이를 통해 씨케이는 ‘영풍문고’의 지분 33%를 보유하게 됐다. ‘영풍개발’은 영풍문고의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사격인 ‘영풍’은 영풍개발의 지분 14.66%를 갖고 있다. 영풍은 1대주주인 장남 장세준씨를 포함해 오너일가가 29.7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씨케이(장 회장 자녀 소유)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오너일가의 지배구조가 완성된 것.

 

이밖에도 씨케이는 계열사 ‘테라닉스’로부터 영풍 주식을 취득하고 해당 주식을 또 다른 계열사인 영풍개발에 넘기며 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7개에 달하던 영풍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현재 ‘서린상사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 1개 구조만 남았다. 영풍은 서린상사의 지분 10.36%를 갖고 있고 고려아연은 영풍의 지분 26.91%를 보유하고 있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의 지분 49.97%를 보유해 서로 물고 물리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다.

 

영풍그룹 오너일가는 씨케이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동시에 지분 재편으로 승계 작업까지 순탄 대로를 달리고 있다. 무상감자 등 일련의 과정이 증여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으로 비춰질 수는 있지만 불법적 행위는 없었다.

 

다만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해 기준 씨케이의 부채 379억1700만원 가운데 97.6%(370억)가 차입금이란 점이다. 상환기간 1년으로 단기차입한 200억원은 올해 상환일이 다가오자 2021년으로 상환일을 2년 연장했다. 장 회장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자식들 회사에서 지분 재편을 위해 사용된 만큼 향후 차입금에 대한 상환이 적기에 이뤄질지, 일감몰아주기 등 또 다른 편법이 발생하지 않을지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