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熊山)서당 강태립(姜泰立) 원장] 만물에 생로병사가 있듯, 우리가 흔히 쓰는 말도 시대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하고, 시대나 문화와 교육정책에 따라, 또는 나라에 따라 같은 용어도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외세의 영향을 오랜 기간 받고 나면 사람들의 생각이 급격히 변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주변국의 침략이나 강제 침탈로 인해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한자의 의미를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세종대왕 무렵 ‘어여쁘다’는 ‘예쁘다’로 쓰이고, ‘애인(愛人)’이라는 말도 처음에는 한·중·일 삼국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다, 후에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을 뜻하지만, 일본은 전후에 ‘불륜 상대’를 의미하고, 중국에서는 ‘결혼한 상대’를 뜻하는 단어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한자어 순화 운동도,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중국 학술계는 일본식 한자어 영향에 대한 비판의식으로 ‘화제신한어(華製新漢語) 운동’을 벌여 화학기호, 원소 등의 일본 한자어를 중국에서 새로 만든 한자나 한자어로 대체하는 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일반 국민이 많이 사용 하는 한자어 중에 상용한자를 넘는 용어는 상용한자로 바꾸기도 하는데, 鑿(뚫을 착)·抛(던질 포)·屍(죽엄 시)·尖(뾰족할 첨) 등이 쓰이는 掘鑿機(굴착기)는 굴삭기(掘削機)로, 포기(抛棄)는 방기(放棄)로, 시체(屍體)를 사체(死體)로, 첨단(尖端)을 선단(先端)으로 바꾸어 쓰고 있다.
이때 鑿(착)은 ‘뚫는다’는 의미를 정확히 내포하고 있고, 削(삭)은 ‘깎는다’는 뜻이 있어, ‘굴착기’가 옳은 단어이지만 국민이 널리 아는 한자로 바꾸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말 찾기 위한 연구단체나 우리말에 관심 있는 학계에서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하며 노력한 것들을 보면, 견본(見本)은 ‘본보기’, 견적(見積)은 ‘어림’ ‘추산(推算)’, 가출(家出)은 ‘집 나감’ 등과 같이 바뀐 용어와 본래 용어를 같이 사용하기도 하고, 구좌(口座)를 ‘계좌(計座)’로, 노견(路肩)을 ‘갓길’로, 了解(요해)를 이해(理解)로, 부도(不渡)를 ‘파산(破産)’으로 바뀐 것들은 정착하여 일반인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하지만 참배(參拜)를 배알(拜謁)로 解剖(해부)를 부검(剖檢)으로 바꾼 것들은 오히려 어려워하기도 한다.
역사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면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들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한글로만 보면,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원망(願望; 원하고 바람)은 우리나라에서는 ‘원망(怨望; 분하게 여기고 미워함)’으로 여기게 되어 한자의 뜻과 관계없이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어휘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알기 어려운 우리 역사한자는 어찌해야 할까?
예를 들어 빨치산 ‘숙군(肅軍) 작업’ 강화는 빨치산이나 좌익세력 활동을 차단하려 만든 국가보안보안법의 기초로, 이때 肅(엄숙한 숙)은 ‘일을 성실하고 신중히 처리함’이라는 뜻에서 ‘엄숙함’ ‘신중함’을 뜻하여, 숙군은 ‘군의 기강을 바로잡음’으로 쓰인 말이지만, 한자를 병기 하지 않으면 어려운 말이다. ‘바로 잡음의 뜻을 가진’ 正(바를 정), 矯(바로잡을 교)를 사용하여, 正軍(정군)이나 矯軍(교군)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하지만 이미 正軍(정군)은 조선 시대 군역에 복무하던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이미 쓰여, ‘교군(轎軍)’이 어려우면 ‘벼리’ 기강을 뜻하는 ‘강군(綱軍)’이나 ‘바른 군대’처럼 조금 우리에 익숙한 한자로 용어를 고치면 좋겠다.
연통제(聯通制)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조직 활동에 쓰이던 용어이나, ‘연통’은 한글로만 보면 연탄과 관련되기 쉬우니 ‘연계’ ‘연락’ ‘계통’으로, 번속국(藩屬國)은 藩(울타리 번)이 상용한자 범위를 넘으므로 주변속국(周邊屬國)으로, 백성들을 왜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실시한 ‘쇄환(刷還) 정책’에서 刷(쇄)는 ‘깨끗이 씻음’의 뜻이 있으나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刷(쇄)를 인쇄(印刷)를 생각하므로 ‘소환(召還)’이나 ‘귀환(歸還)’으로 하고, 병작반수(竝作半收)는 지주의 땅에 소작인이 농사지어 수확의 반씩 나눈다는 제도로, 한자를 병기하여, 지주의 땅에 소작인이 아울러(竝) 농사지어(作) 수확량을 반(半)씩 거두는(收) 제도라고 설명하면 좋겠다.
또 다른 방법으로 역사 용어 모두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한글전용으로 선생님들도 한자어에 어려움을 느껴 각 용어의 자세한 뜻을 설명하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 각 한자어 어휘를 지도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제공해 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하야(下野)[아래/내려갈 하, 들/시골 야] 시골(野)로 내려간다(下)는 뜻으로,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나 평민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 관직에서 물러나 야인이 됨.
- 야별초(夜別抄)[밤 야, 다를/나눌 별, 뽑을 초] 고려 고종(高宗) 때, 최우(崔瑀)가 밤(夜)도둑을 막기 위해 특별(特別)히 용사를 뽑아(抄) 조직한 군대. 고려 시대에, 무신 정권의 사병(私兵)으로서 최우가 설치한 군대. 처음에는 도둑을 단속하였으나, 뒤에 기능과 인원이 늘어 좌별초와 우별초로 나누었다가 신의군을 합하여 삼별초를 이루었다.
- 둔전(屯田)[진칠 둔, 밭 전] 한 곳에 진치고(屯) 있는 군사를 위한 밭(田). 주둔한 병사의 군량미를 자급하기 위해 마련한 밭. 각 궁과 관아에 딸려 있던 밭.
그리고 더 자세히 한자 자원까지 설명해 주기를 원하면 모든 한자의 자원을 정리해 지원해 주는 방법이다.
(용례)
한자는 영어의 십의 일도 교육하지 않고, 어려서 혀도 바르지 않을 때부터 영어는 가르치면서 한자 교육은 제외하고 한자가 어렵다고 세뇌까지 하니 당연히 한자를 어렵게 여긴다. 국적 없는 외국어가 난무해도 이를 바로 잡자는 주장은 없고 왜 우리말의 근간인 한자를 없애려고만 할까?
읽을 수 있다고 아는 것은 아니다. 뜻까지 아는 공부를 위해! 우리말의 이해를 위해! 각 교육 현장에서 각 교과의 핵심 어휘부터 잘 설명해 주어야 한다.
대분수(帶分數) 인수분해(因數分解) 함수(函數) 가분수(假分數) 등등~~~.
# 웅산(熊山)서당 강태립(姜泰立) 원장은 1985년 늦게 원광대학교 중어중문과에 입학하고, 서당을 운영하다 후에 한자의 어려운 훈과 음에 관한 연구를 위해 1989년 공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에서 ≪한자 214부수 훈・음 명칭 문제점 고찰 및 교정제안 연구≫(2016년2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학생들의 어휘 이해를 돕기 위해 어휘의 핵심을 이루는 한자 자원연구 교재 ‘한자다’와 기타 한자 학습에 관한 30여 권의 책을 집필하였으며, 교과서 한자어 연구를 위해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부설 교재개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고, 중앙신문과 경기중앙신문 오피니언면에 글을 싣는 등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