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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일감몰빵 톺아보기➃ 세방그룹] 이상웅 회장, 8억짜리 개인회사로 자산 2조5000억 그룹 ‘꿀꺽’

이앤에스글로벌·세방산업, 일감몰아주기 심각…오너家 배당금도 ‘쏠쏠’

 

[웹이코노미=신경철 기자] 세방그룹은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방과 ‘로케트 배터리’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세방전지 등 2개의 상장사와 25개의 비상장사를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세방그룹이 1978년 인수한 세방전지는 자동차·산업용 축전지를 제조하며, 국내 축전지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10대 축전지 메이커 중 하나로 성장했다.

 

세방그룹의 창업주는 이의순 명예회장이다. 조달청(옛 외자청) 공무원 출신인 이 명예회장은 1965년 회사를 설립한 후 지속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자산 총액 2조5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슬하에 장남 이상웅, 장녀 이여몽, 차녀 이상희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현재 세방그룹은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오너 2세’로의 편법 승계를 완료한 상황이다. 이 회사의 상속 수법은 과거 재벌 대기업들의 상속 형태와 유사하다. 후계자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가 지주사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의 지분을 늘려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르는 방식이다.

 

 

◆ 8억 투자로 개인 회사 설립한 ‘오너 2세’…13년 만에 자산 2조5000억원 그룹 ‘꿀꺽’

 

세방그룹의 지주사 격인 회사는 연간 6500억원(연결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세방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가 아닌 이앤에스글로벌(18.32%)이라는 비상장 계열사다.

 

현재 전산시스템통합, 정보처리용역 등 IT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앤에스글로벌(옛 세방하이테크)은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이 지분 80%를 보유한 개인 회사다. 남매인 이상희 씨도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즉, 세방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앤에스글로벌→세방→각 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1984년 세방그룹에 입사해 세방과 핵심 계열사인 세방전지 대표 등을 거쳐 지난 2013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는 2006년 군납비리·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불미스런 일을 겪기도 했다.

 

이 회장은 1997년 설립된 이앤에스글로벌의 대표(1997~2000년)도 지냈는데 이 때부터 그룹 승계를 위한 지분 매입이 시작됐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설립 이듬해인 1998년 세방 지분 2.19%(3만주)을 취득했다. 이후 지속적인 지분매입과 특수관계자(이 회장 모친)의 무상 증여(51만8370주)로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20.41%까지 세방 지분을 끌어올렸다.

 

같은 시기 이 회장도 세방 지분 확보에 나섰다. 1998년 세방 지분 5.84%(8만주)를 장내 매수한 그는 지속적인 지분매입을 통해 지난 2006년 세방 지분을 12.17%까지 늘렸다. 당시 이앤에스글로벌은 지난 2005년까지 총 5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중 80%(40억원)는 이 회장 몫이다. 이 회장의 지분 매입에 투입된 자금 상당 부분은 이앤에스글로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앤에스글로벌의 전신인 세방하이테크는 세방전지에서 특수전지분야가 분리돼 나온 회사다. 이 회장은 자본금 8억원을 투입해 이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그는 8억을 주고 사들인 개인회사를 통해 13년 만에 자산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방그룹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지배하는 ‘마법’을 선보였다.

 

◆ 이앤에스글로벌·세방산업, 일감몰아주기 심각…오너 일가 배당금도 ‘쏠쏠’

 

문제는 이 회장의 사실상 개인 회사인 이앤에스글로벌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17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앤에스글로벌이 지난해 세방과 세방전지를 통해 올린 용역 수익은 약 42억원이다. 이는 이앤에스글로벌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72억원)의 58.3%에 달하는 금액이다.

 

2016년과 2017년 이들 회사를 통한 내부거래 비율도 각각 72%, 90%에 달한다. 여기에 세방익스프레스, 범세항운 등 특수관계회사를 포함시키면 비율은 더 치솟는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인 부의 획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축전지용 부속품과 사출품을 주로 생산해 세방전지에 납품하는 세방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는 세방전지가 약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11.1%), 이여몽(20.7%), 이상희(28%) 등 오너 일가가 나머지 지분을 들고 있다.

 

세방산업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가 지난해 세방전지를 통해 올린 매출은 386억원이다. 이는 세방산업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491억원)의 78%에 달한다. 2016년과 2017년 내부거래 비율도 각각 88%, 85%다.

 

세방산업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세방전지로 손쉽게 매출을 올리고 오너 일가는 이를 바탕으로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세방산업은 최근 3년간 약 24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세방산업의 순이익 합계는 78억원으로, 연평균 배당성향은 30%를 뛰어 넘는다. 배당금의 약 60%는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간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금지’ 조항을 활용해 그 동안 자산 5조원 이상의 재벌 대기업집단에 초점을 맞췄던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중견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세방그룹이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