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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공식 사과…11년 만에 분쟁 매듭

“고통받는 근로자와 가족에 진심으로 사과”…법무법인 지평, 보상업무 총괄

 

[웹이코노미=신경철 기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분쟁’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11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사장)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반올림 중재판정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았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피지 못했다”며 그간의 과오를 인정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전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며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중재안에서 정한 지원보상안과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이 정하시는 세부 사항에 따라, 2028년까지 보상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는 지난 2007년 기흥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지 11년 8개월 만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피해자 대변 시민단체인 ‘반올림’은 지난 7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에서 제안한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했다. 중재안에는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 암을 포함한 희귀질환에 걸린 이들 전부에게 보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올림’ 피해자 대표이자 고(故) 황유미 씨의 부친인 황상기 씨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사과는 솔직히 직업병 피해가족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보상안이 대상을 대폭 넓혀서 반올림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포함되어 다행”이라며 “이번에 보상범위에 들지 못한 피해자들에게도 보상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향후 피해자의 지원보상업무를 위탁하기 위한 제3의 기관으로 법무법인 지평이 선정됐다. 지평은 조정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속한 법무법인이다.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맡는다. 삼성전자가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출연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해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건립, 산업재해 예방 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삼성전자의 ‘백혈병 분쟁’은 이날 사과로 종지부를 찍었다. 앞으로는 합의사항대로 지원보상 절차가 개시된다. 지원보상업무를 총괄하게 된 법무법인 ‘지평’과 김 위원장 측은 “조속한 시일 내 피해자 지원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곧바로 지원보상 사무국 개설과 지원보상위원회 구성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법과 제도의 현실적 한계 속에서 정부가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단지 삼성과 반올림의 문제를 해결한 것 이상의 성과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