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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 전문가칼럼 (2)] 읽기 쉬운 글의 미덕…"12-15개 단어 문장이 적당"

김웅식 前교열기자협회 <말과글> 편집장 칼럼
"‘짧게 쓰라’는 말은 곧 ‘읽기 쉽게’ 쓰라는 뜻"


[웹이코노미 김영섭 기자] 흔히 문장을 짧게 쓰라고 합니다. 짧게 쓰면 읽기도 쉽고 뜻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음 예문을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어제부터 밥을 먹지 못했기에 배가 무지하게 고팠고, 먹을 게 없는지 냉장고를 두 시간 동안 뒤진 끝에 마땅한 음식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할 수 없이 어머니한테 혹시 먹을 게 없느냐고 전화를 드렸다.  


*어제 저녁을 굶은 탓에 배가 무지하게 고팠다. 냉장고를 두 시간 가까이 뒤졌지만 먹을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먹을 것 좀 있을까요?”  

 

둘 중 어느 글이 더 빨리 이해되나요? 내용이 쉬운 편이라 앞의 예문처럼 길게 써도 이해는 되지만, 가독성 면에서는 뒤의 글이 훨씬 낫습니다. 

 

읽는 이가 선호하는 문장의 길이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습니다. 평균적으로 12개에서 15개의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 읽기에 적당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군요. 사람들이 글을 얼마나 빨리 읽고 쉽게 이해하는지 밝히는 가독성에 대한 연구 역시 수차례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 결과, 단락의 적절한 길이는 평균 45개 단어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길어도 63개 단어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장으로 치면 3~5개 정도 되는 셈이죠.  

 

그렇다고 무조건 문장은 짧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때로는 길더라도 한 문장으로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없는 한 순간을 나타낸다면 ‘아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찌개는 끓어 넘치고, 다리미에 옷 타는 냄새가 나고, 갑자기 전화벨은 울려 대고, 그 순간 택배가 도착하고….’처럼 한 문장 안에 여러 상황을 길게 나열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거죠. 

 

유치환 시인의 시 ‘행복’에서 우체국 창문 앞에서 보는 풍경은 이렇게 묘사됩니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길지만 읽기에 어렵지는 않습니다. 시인의 눈에 비치는 순간순간의 장면이 사진 한 장처럼 그대로 전달됩니다. 

 

‘짧게 쓰라’는 말은 곧 ‘읽기 쉽게’ 쓰라는 뜻입니다. 읽기 쉽다면 때론 길어도 상관없다고 할 수 있겠죠. 결국 문장이 길든 짧든 중요한 건 읽기 쉽게 쓰는 것입니다.

 

기생충 학자이면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서민 교수는 쉬운 글의 미덕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긴 말이 알아듣기 어려운 것처럼 문장도 길어질수록 어려워진다. 우선 주어가 무엇이고 서술어가 무엇인지 헷갈린다. 그런데도 긴 문장을 구사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유식해 보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진정한 목적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은 짧게 쓰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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