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4 (화)

  • 맑음동두천 13.0℃
  • 구름조금강릉 14.0℃
  • 구름조금서울 16.5℃
  • 구름많음대전 16.2℃
  • 구름많음대구 13.8℃
  • 구름조금울산 16.8℃
  • 구름많음광주 16.6℃
  • 구름많음부산 19.6℃
  • 구름많음고창 18.5℃
  • 구름많음제주 21.3℃
  • 구름조금강화 14.8℃
  • 구름많음보은 12.6℃
  • 구름많음금산 14.5℃
  • 구름많음강진군 16.6℃
  • 구름많음경주시 13.9℃
  • 구름많음거제 18.5℃
기상청 제공

전기·전자·화학

롯데지주, 베트남 제과업 진출 실패…비비카 임원 “롯데와 협력은 잘못”

팬푸드, 롯데 제치고 비비카 과반 지분 확보…현지기업과 갈등 심화

 

[웹이코노미=신경철 기자] 롯데지주(구 롯데제과)와 롯데지주의 베트남 제과업 파트너인 ‘비비카’(Bibica)간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 롯데가 비비카의 지분 확대를 멈춘 배경에는 두 회사의 불협화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최근 베트남 대도시에 대규모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비비카의 ‘2018 사업계획’ 승인에 반대표를 던졌다.

 

겉으로는 비비카의 최대주주인 베트남 현지기업 팬푸드(PAN Food)가 프로젝트 세부 사항을 제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들지만 본질은 비비카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비비카는 과자류와 캔디 등을 생산하는 베트남 시장 점유율 2위 제과기업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2007년 비비카 지분 30%를 170억원에 매입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2010년에는 현지에 초코파이 공장을 짓고 현지 판매도 시작했다.

 

특히 롯데지주는 2012년까지 ‘비비카’를 ‘롯데 비비카(Lotte Bibica)'로 개명해 자사 제품을 베트남에 대거 유통할 계획을 세웠다. 비비카를 자회사로 만들어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려는 목표도 내비쳤다.

 

하지만 비비카는 “자사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롯데의 기술력을 받아들여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지분을 판 것이지 롯데의 자회사로 들어가기 위해 지분을 넘긴 것은 아니다”며 반발해 롯데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2015년 롯데지주는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44.03%까지 늘렸다. 약 6%의 지분만 추가로 취득하면 단숨에 베트남 2위 제과기업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해 베트남 현지 투자회사인 팬 퍼시픽 그룹(Pan Pacific Corporation)의 계열사인 팬푸드가 20%가 넘는 비비카 지분을 사들이며 기존 21.13%에서 42.25%로 지분을 대폭 늘렸다.

 

팬푸드가 롯데지주를 상대로 경영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 팬푸드, 비비카 최대주주 등극…황각규 부회장 등 수뇌부 관심에도 제과업 진출 실패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린 후 첫 해외 출장으로 베트남을 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또한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난’ 연루 의혹으로 일주일에 2~3차례 재판에 출석하는 빽빽한 일정을 쪼개 베트남을 방문했다.

 

사드 보복 등으로 중국시장에서 롯데가 휘청거리자 베트남 시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그룹 수뇌부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제과업 부문만큼은 수뇌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현지 시장진출에 실패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2017년 팬푸드는 추가로 지분을 확보해 비비카의 최대주주(50.07%)로 올라섰다. 롯데지주가 2007년부터 10년 동안 비비카 인수를 위해 노력했지만 비비카와의 마찰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팬푸드의 전략은 적중했다. 팬푸드는 롯데와 달리 비비카 자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계획을 꾸준히 발표하며 비비카 구성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우호 여론을 확산시켰다. 반면 롯데지주는 비비카를 롯데 제품의 현지 판매를 위한 유통망 등으로 개편하려고 시도했고, 결국 비비카 구성원들의 반발로 인해 실패했다.

 

비비카의 한 임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는 처음 지분 인수 당시 비비카와의 협력을 통해 더 강력한 비비카 브랜드를 개발하기 노력했다. 하지만 지분이 증가하자 비비카를 롯데의 자회사로 인식하며 베트남에서 롯데 제품을 판매하기 원했다”며 “롯데와의 협력은 잘못됐다”고 토로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비비카와 롯데와의 향후 관계에 대한 질의에 대해 “팬푸드가 (비비카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 사실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롯데와 비비카와의 관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지주는 2017년 10월 롯데제과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한 후 투자부문을 롯데제과에서 가져왔다.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