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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대기업 공익법인,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 악용 위험”

공정위, 대기업 공익법인 165곳 실태 분석…공익사업 수입·지출 30% 불과

 

[웹이코노미=신경철 기자] 대기업집단이 소유한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의 그룹 내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익법인은 공익증진이라는 목적 하에 국가의 세제혜택 등을 받고 설립됐지만 본연의 사업보다는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등에 이용될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공정위가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4개월간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기부 받아 세금 혜택을 받고, 이후 의결권을 행사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강화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대기업 공익법인에 대한 전수 조사를 예고하면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총수(동일인)·친족·계열사 임원 등 총수의 영향력이 미치는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이사로 참여하는 비중이 83.6%(138개)에 달했다. 이들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이사장 또는 대표인 경우도 59.4%(98개)나 됐다. 사실상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유 자산 중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1.8%로 나타났다. 전체 공익법인 주식비중(5.5%)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유 주식의 74.1%(전체 자산 대비 16.2%)는 계열사 주식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은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 총 주식의 5%까지 보유하는 것은 ‘기부’로 보고 세금(상속·증여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일각에선 대기업 공익법인이 이런 세제혜택을 악용해 편법적으로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경영권 세습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 소속 공익법인은 총수일가가 상속·증여세 면제 등 세제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아 지배하고 있다. 특히 그룹 내 핵심 계열사와 2세 출자 회사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하지만 계열사 주식이 공익법인의 수익원으로서 기여하는 역할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기업 공익법인 보유자산의 5분의1이 주식인데도 주식이 법인 수익에 기여한 비중은 1.15%에 불과했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66개 공익법인 중 2016년에 배당을 받은 법인은 35개(53%)로 평균 배당금액은 14억1000만원이었다. 전체 공익법인 수입에서 계열사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낮은 1.06%였다.

 

대기업 공익법인은 또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 모두 찬성 의견을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총수일가 우호지분으로서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공익법인이 학술·자선 등 고유 목적 사업을 위해 지출하거나 수익을 거둬들이는 비중은 각각 30% 수준에 그쳤다. 전체 공익법인(60%)의 절반 수준인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 대기업 공익법인 규제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공익법인의 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는 관계자는 “재벌 소속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작업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