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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DB손보, 13년 지난 교통사고 사망자 유족에게 소송...법 몰라 4억원 '빚더미'

사측 "사건 종결 위해 법적 근거 남기기 위한 것...국가 위탁 받아 소송 이겨도 실익 없어"

 

[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DB손해보험이 13년 전 교통사고 사망자의 유족들에게 소멸시효가 지난 뒤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은 과거 동승자의 유족에게 지급한 보험금에 이자까지 가산돼 4억원이 넘는 빚을 떠안게 됐다.

 

지난 6일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유튜브 '한문철TV'를 통해 13년 전 교통사고로 4억40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한 유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운전자 김씨는 지난 2000년 2월14일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동승자 3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당시 운전자 김씨는 별도의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에 따라 정부의 위탁을 받은 DB손해보험이 김씨 유족 대신 동승자 유족들에게 총 1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은 자동차 책임보험 금액 중 일정 액수를 적립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사회보장 제도다. 뺑소니 및 무보험 자동차사고 등으로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단이 전혀 없는 경우 국가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문제는 12년이 지난 후 DB손해보험이 김씨의 유족들에게 보험금 청구 지급 명령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유족들은 과거 무료법률상담을 통해 보험금 청구와 관련 소멸시효가 이미 지나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DB손해보험의 지급 명령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법률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김씨 유족들은 이듬해인 지난 2013년 진행된 정식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고, 법원에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을 제기하지 못했다. 이에 법원은 어머니가 6000만원, 성인이 된 두 딸과 고등학생인 막내딸이 각각 4000만원씩 총 1억8000만원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형편이 어려워 이를 변제하지 못한 유족들은 매년 20%의 이자가 붙어 현재 4억4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소멸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 보험사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일부러 딸들이 성인이 되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문철 변호사는 유튜브에서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도 보험사에서는 이미 유족들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을 인지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보험사에서 시간이 지난 후 찔러보기 식으로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이후 소송을 제기한 것은 사건 종결을 위한 법적 근거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보험사도 국가로부터 위탁을 받아 지급한 보험금이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아도 전혀 실익이 없다”며 “현재는 담당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으로 이관돼 그쪽에서 향후 방향에 대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유족들의 채권을 없앨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