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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일감몰빵 톺아보기 ⑬ 쿠쿠그룹] 계열사 일감 나눠먹고 몸집 불리는 오너2세 구본학 개인회사

엔탑, 지난해 쿠쿠전자에 매출 86% 의존...제니스, 엔탑과의 내북거래로 매출 상당부분 발생

 

[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전기밥솥으로 잘 알려진 쿠쿠그룹이 자회사를 통해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회사와 개인회사의 주요 사업 내용이 상당 부분 겹쳐 오너일가의 배를 불리기 위한 불필요한 내부거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쿠쿠그룹은 지난 1978년 설립된 성광전자를 모태로 하는 생활가전회사다. 창업주인 구자신 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10촌 사이로 초창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LG전자에 밥솥을 납품했었다. 이후 외환위기(IMF)가 찾아오며 자체 브랜드 ‘쿠쿠(CUCKOO)’를 출시했고 현재는 국내 1위 전기밥솥 회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 수직적 오너일가 지배구조...개인회사 제니스와 일감 나눠먹기

 

쿠쿠그룹은 지난 2017년 쿠쿠전자의 생활가전 렌탈사업을 인적분할해 쿠쿠홈시스를 상장했다. 기존 가전사업은 쿠쿠전자로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만들었고 존속회사는 쿠쿠홀딩스로 명칭을 변경해 지주사로 거듭났다.

 

지주사 쿠쿠홀딩스는 구 회장(6.97%), 장남 구본학 대표(42.36%), 차남 구본진씨(18.37%), 쿠쿠사회복지재단(1.37%) 등 오너일가 지분이 69.07%에 달하는 코스피 상장사다. 국내에서 쿠쿠전자를 100% 자회사로 갖고 있으며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해외법인도 다수 거느리고 있다.

 

계열사로는 코스피에 상장한 쿠쿠홈시스와 비상장사 엔탑이 있다. 쿠쿠홈시스는 쿠쿠홀딩스가 지분 40.5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외 구 회장(9.32%), 구 대표(16.55%), 구본진씨(7.18%), 쿠쿠사회복지재단(1.84%) 등도 함께 주주로 위치한다. 또 다른 계열사 엔탑은 쿠쿠홀딩스가 42.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오너일가→지주사(쿠쿠홀딩스)→자회사(쿠쿠전자, 해외법인)·계열사(쿠쿠홈시스, 엔탑)’의 수직적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계열사 엔탑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쿠쿠전자에 의존하고 있다. 2018년 매출 448억원 중 86%(387억원)가 쿠쿠전자로부터 발생했으며 2014년 56%, 2015년 64%, 2016년 66%, 2017년 76% 등 매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구 대표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도 엔탑과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제니스는 지난 2011년 설립된 회사로 2018년 매출(216억원) 중 엔탑으로부터 발생한 매출 비중이 22%(48억원)를 차지했다. 2017년 역시 전체 매출(215억원) 가운데 20%(42억원) 가량이 엔탑과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결국 '쿠쿠전자(자회사)→계열사(엔탑)→오너 개인회사(제니스)'로 일감이 이어져 구 대표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너의 사익편취를 위해 엔탑이 불필요한 일감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니스는 도료제품의 제조, 불화탄소수지(불소수지) 코팅, 부동산임대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엔탑 역시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불소수지 코팅인데 이는 전기밥솥의 내솥에 이용되는 기술이다. 1985년 설립돼 쿠쿠전자와 거래 관계를 이어오던 계열사가 동일한 기술을 보유한 오너 개인회사에 다시 일감을 건내며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모호한 특수관계자 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한 새로운 회계기준이 2018년 이후 사업년도부터 적용된 탓에 그간 구 대표의 개인회사가 베일에 쌓여있었다”며 “오너 개인 회사가 기존 계열사 엔텍과 사업영역이 유사하고, 일감까지 받아오는 것으로 파악돼 편법을 통한 부당한 사익편취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