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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마이너스의 손 정용진 ③] 여동생에 밀린 오빠...'지는 이마트, 뜨는 신세계'

신세계 영업익, 이마트보다 3배 높아...정유경 '은둔 리더십'에 밀린 정용진 '소통 리더십'

 

[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정 총괄사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이마트는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 왔지만 정 사장이 지휘하는 신세계는 사상 첫 매출액 6조원을 달성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삼성가의 막내딸로서 신세계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이끈 이명희 신세계 회장처럼 정 총괄사장 역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경영철학을 통해 오빠보다 월등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재계에서 당연시 되는 장자승계의 원칙을 깨고 정 총괄사장이 그룹 경영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승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 이마트와 신세계, 4년 만에 영업이익 뒤바껴

 

신세계그룹은 지주사격인 이마트와 신세계를 바탕으로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 2011년 5월 신세계에 포함된 이마트를 분할·신설하며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 2016년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보유 중이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 해 남매 분리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이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분을 각 18.22%씩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10.34%, 광주신세계 52.08%를,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9.83%, 신세계인터내셔날 19.34%를 보유 중이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필두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푸드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 패션·뷰티사업(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맡는 구조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전년보다 23.3% 늘어난 6조39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7.8% 증가한 4682억원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마트와 분리 이후 최고 실적이자 첫 매출 6조원 돌파다.

 

반면 지난해 이마트는 매출 19조629억원, 영업이익 15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11.8%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4% 급감했다.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이마트의 매출이 신세계보다 3배나 많지만 영업이익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두 회사의 실적 차이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서로 지분을 맞교환한 2016년부터 극명하게 대조되기 시작한다.

 

2016년 이마트와 신세계의 영업이익은 각각 5686억원, 2514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신세계보다 3172억원 가량 앞섰다. 하지만 이듬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 격차는 2392억원으로 좁혀졌고 2018년에는 654억원으로 비등해졌다. 지난해에는 역으로 신세계의 영업이익이 이마트를 넘어서며 격차가 3175억원으로 벌어졌다. 4년 만에 두 회사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2016~2019년까지 영업이익 증감률을 살펴봐도 이마트는 연평균 18.1%씩 감소한 반면 신세계는 연평균 16.5%의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시기 매출 역시 이마트는 연평균 9%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신세계는 연평균 26%씩 급증했다.

 

◆ 리더십 스타일은 오빠와 정반대...모친 쏙 빼닮은 정유경식 경영

 

이같은 신세계의 성장은 정 총괄사장이 적극 추진한 면세점과 화장품 부문의 성장에서 기인했다. 지난해 신세계의 면세점(디에프) 영업이익은 전년(378억원) 대비 195% 늘어난 1116억원을 기록했으며, 화장품 부문인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전년(555억원)보다 이익이 52% 증가한 845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가 이마트를 앞지른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오빠인 정 부회장과 다른 정 총괄사장의 '조용한 리더십'이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한다. 정 총괄사장은 좀처럼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고 언론 노출을 꺼려왔다. 과거부터 SNS를 즐겨하고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나타낸 정 부회장의 모습과 상반된다.

 

정 총괄사장의 경영스타일은 신세계를 일으켜 세운 이 회장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 역시 언론이나 공식 석상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취하며 조용한 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실무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본인은 사업의 큰 틀을 담당하는 경영스타일 또한 이 회장을 빼닮았다. 과거 이 회장은 대형 마트 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전문경영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자신은 중요한 의사결정에만 관여했다고 한다.

 

이 회장이 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백화점을 물려받을 당시 신세계의 재계순위는 33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월마트를 인수하며 과감히 대형마트 사업에 진출, 신세계그룹을 국내 대표 유통기업으로 키워냈고 현재 신세계는 재계순위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총괄사장의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며 본격적인 면세사업에 나섰다. 지난 2016년 5월에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개점했고, 2018년 6월 신라면세점을 상대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18년 1월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점을 열고, 7월에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까지 오픈하며 적극적인 면세점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 회장이 대형마트 사업에 투자하며 시장의 판도를 읽어낸 것처럼 이 총괄사장도 면세점 사업을 통해 신세계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했다. 같은 시기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두산·한화가 사업 철수라는 굴욕을 맛봤지만 정 총괄사장이 이끈 신세계 면세점은 롯데·신라와 어깨를 나란할 정도로 성장했다. 삐에로쑈핑, 부츠 등 신사업이 전부 난항을 겪은 정 부회장과 상반되는 결과다. 어머니에게 배운 경영 철학을 꿋꿋이 지키며 성과를 낸 정 총괄사장의 입지는 강화됐고 실패를 거듭한 정 부회장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그룹경영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정 부회장에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이 회장 또한 삼성가의 막내이자 여자란 이유로 후계 구도에서 제외된 만큼, 지난 4년간 정 총괄사장이 보여준 성과로 향후 승계 방향에 대한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