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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좋은데이’ 무학, 최재호 회장 수도권 진출 무리수에 실적·주가 끝없는 내리막길

사실상 실패로 끝난 전국 점유율 15%...2011년 이후 최저점 찍은 주가에 소액주주들 울상

 

[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최재호 무학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1년이 넘었지만 좀처럼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의 무리한 수도권 시장 진출 시도로 주가 역시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쳐 소액 주주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참이슬·처음처럼에 밀린 부·울·경 대표주자

 

무학은 1929년 소화주류공업사를 모태로 출범한 지역 소주 업체다. 정부는 지난 1976년 지방 소주를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시도별 하나의 소주업체만 허용하는 ‘자도주 보호법’을 신설했는데, 무학은 이를 발판삼아 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 업체로 자리 잡았다.

 

1996년에 이르러서 자도주 보호법이 폐지됐지만 울산·경남에서 무학은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다. 반면, 부산은 경쟁사 대선주조의 소주 ‘C1’이 지역민들의 대표 주류로 자리 잡고 있어 그 아성을 깨뜨리기 쉽지 않았다.

 

무학은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17도 미만의 소주 ‘좋은데이’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저도주 시대를 열게 된다. 이를 계기로 2009년부터 부산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2011년 부산 지역 시장 점유율 57.7%를 달성하며 터줏대감 대선주조를 꺾는 데 성공한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점유율 1위를 달성하자 무학의 매출과 영업이익 또한 급물살을 탔다. 무학은 대선주조를 넘어선 2011년 매출 1957억원, 영업이익 55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3%, 36%의 성장을 이룬다. 이후 지속적으로 실적이 증가했고 2014년 매출 2902억원, 영업이익 815억원을 찍으며 정점에 올라선다.

 

이같은 성장은 무학의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2010년 말 6000원대 중반을 기록하던 주가는 무학이 대선주조를 넘어선 이듬해 말 1만원선으로 올라서며 지속적인 우상향을 그리기 시작한다. 최고 실적을 냈던 2014년 말에는 주가가 3만원대로 상승했다.

 

전성기를 달리던 무학은 지역 소주 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2015년 수도권 진출을 선언한다. 이와 함께 무학의 주가 역시 두배 이상 급등하며 2015년 7월13일 6만6188원을 기록, 역대 최고가를 갱신한다. 무학은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를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수도권 영업사원을 대거 채용하며 신규 영업망 확보에도 열을 올렸다.

 

하지만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벽이 너무 높았던 탓일까.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비해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고 덩달아 영업이익도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전체 매출에서 마케팅 비용이 포함된 판매관리비의 비중은 2014년 20%(570억원)에서 2018년 45%(870억원)로 25%P 급증했지만, 같은 시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964억원), 112%(915억원) 감소했다. 무학은 지난해 첫 적자(-100억)를 기록하며 사실상 수도권 공략에 실패함과 동시에 경영 위기에 봉착한다.

 

◆ 다시 빼앗긴 부산 시장...주가 하락 피해는 소액 주주에게

 

무학이 수도권 공략에 한눈을 판 사이 경남 지역의 경쟁사 대선주조가 반격에 나선다. 대선주조는 기존 주력제품 ‘C1’ 대신 2017년 1월 저도 소주 ‘대선’을 선보이며 뉴트로(New+Retro) 열풍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대선은 출시 2년4개월 만에 2억5000만병이 팔리는 등 흥행을 이어가며 무학의 좋은데이를 맹렬히 추격했다. 결국 올해 4월 대선주조는 부산 전체 점유율 56.2%를 기록해 시장 탈환에 성공한다.

 

무학은 무리한 수도권 진출로 실적이 악화되며 주가도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영업이익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2015년 말 무학의 주가는 3만원대 후반으로 급락하며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난다. 불과 1년 후인 2016년 말에는 주가가 2만원대 초반까지 흘러내렸고, 첫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주가가 1만3000원대를 기록해 최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에 이르렀다.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하자 최 회장은 회사를 떠난 지 약 1년 만인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 복귀를 선언한다. 아울러 무학은 지난 8월 서울과 수도권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최 회장은 과거 "경남 지역의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해 오히려 성장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밝히며 수도권 진출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표출했었다.

 

◆ 최 회장의 뒤늦은 민심 달래기...올해 3분기도 여전히 적자

 

최 회장은 ‘2020년까지 전국 소주 시장 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최고의 제품으로 진심을 다해 고객에게 다가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잃어버린 지역 민심을 되찾아 다시 회사의 부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 복귀 1년이 지난 가운데 무학의 실적은 여전히 빨간불이다. 무학의 올해 3분기까지 연결 누적 손실은 101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69억원) 대비 46% 확대됐다. 지난해 영업손실(-100억원)을 이미 넘어선 상태로 4분기 실적이 뚜렷한 호조세를 보이지 않을 시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도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무학의 주가는 8360원을 기록해 2011년 4월 이후 8년 만에 최저점을 갱신했다. 최 회장이 복귀를 선언한 지난해 10월 주가(1만5000원대)와 비교해도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 소주 시장은 화이트진로(55~60%)와 롯데주류(15~20%)가 70~8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독주를 달리고 있다. 반면 무학은 자신들의 텃밭인 부산에서 대선주조와 50%대 점유율을 놓고 경쟁 중이며, 전국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졌다.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내년까지 전국 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최 회장의 비전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한 소액주주는 “무리한 수도권 진출로 주가 하락에 1등 공신 역할을 한 최 회장이 다시 회사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올해 적자 폭이 늘어난다면 주가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 회장이 소액주주들을 위한 회사 차원의 주가 부양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