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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화학

‘일감몰아주기 논란’ 녹십자의료재단, 공익법인 맞나?...헬스케어 기업 투자 실패로 손실

5억원어치 취득한 KMP코퍼레이션 주식 전액 손상 처리...지난해 공익사업비 3억9000여만원 불과

 

[웹이코노미=조경욱 기자] GC녹십자의 공익법인 ‘녹십자의료재단’과 자회사 ‘녹십자랩셀’이 투자 실패로 총 1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지분을 매입한 ‘KMP코퍼레이션’은 가상화폐와 연계해 의료·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현재는 영업이 중단돼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녹십자의료재단은 녹십자MS와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 일가의 배를 불려주면서도 지난해 공익목적사업으로 집행한 비용(3억9000만원)보다 투자 손실액(5억원)이 많아 공익법인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 허일섭 GC녹십자 회장, 녹십자MS 지분 팔아 그룹 지배 강화?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일섭 GC녹십자 회장이 지분 17.09%를 소유하고 있는 녹십자MS는 지난해 매출액(863억2168만원) 중 26.2%(227억2179만원)를 내부거래에서 거뒀다. 이같은 내부거래 가운데 94%(215억7063만원)는 녹십자의료재단으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허 회장과 그의 장남 허진성 상무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녹십자MS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각하는 반면,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녹십자MS를 바탕으로 허 회장과 허 상무가 그룹 지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 녹십자의료재단·녹십자랩셀, 투자 실패로 10억원 손실....공익사업 지출은 4억원 미만

 

이처럼 허 회장 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녹십자의료재단은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한일시멘트 등의 출연으로 지난 1991년 설립된 의료 공익법인이다. 공익목적사업 뿐만 아니라 임상검사를 전문으로 한 수익목적사업을 함께 영위해 지난해 매출 1650억, 영업이익 33억5178만원을 기록했다.

 

공익법인결산서류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의료재단의 매출(1650억) 가운데 녹십자MS, 녹십자랩셀 등 특수관계자와 거래로 인한 지출(836억원)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공익법인을 표방하는 녹십자의료재단은 수익사업을 통해 계열사에 막대한 비용을 지급하면서도 지난해 연구비·기부금·장학금 등 공익사업에 사용한 금액은 3억8790만원에 불과했다.

 

아울러 녹십자의료재단은 지난 2017년 의료·헬스케어 기업 ‘KMP코퍼레이션’의 주식 1만주(5.56%)를 5억원에 취득했지만 불과 1년이 지난 2018년 해당 주식 가치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전액 손상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손실을 입은 것은 녹십자의료재단 뿐만이 아니었다. 녹십자의료재단의 계열사 지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녹십자랩셀’ 역시 동일한 액수의 KMP코퍼레이션 주식을 취득했고 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녹십자 입장에서는 총 10억원의 돈이 1년여 만에 공중 분해된 셈이다.

 

◆ 녹십자의료재단·녹십자랩셀·녹십자EM, KMP코퍼레이션과 관계 의혹

 

KMP코퍼레이션의 박광민 대표는 25년간 서울아산병원 외과에서 근무한 후 2017년 9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프리미엄 검진센터 ‘KMP헬스케어서울의원’을 오픈했다. 이어 박 대표는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가상화폐 붐에 편승해 의료용 가상화폐로 불리는 LCGC(라이프케어글로벌코인)와 진료비 수납 제휴를 진행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과열됐던 가상화폐 열기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의료코인 사업도 활성화되지 못했고 현재는 회사와 병원이 모두 자취를 감춰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해당 가상화폐는 현재 일부 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나 가격이 폭락해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녹십자의료재단과 녹십자랩셀이 10억원 어치의 KMP코퍼레이션 지분(11.12%)을 매입하며 박 대표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지만 너무 이른 시일에 사업이 기울어 자세한 조사 없이 성급하게 지분을 매입한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KMP헬스케어서울의원의 공사 또한 바이오 관련 건설사업을 주로 하는 ‘녹십자EM’이 진행했으며, 검진센터의 의료장비 역시 녹십자 제품이 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월 말에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박 대표의 아파트가 부동산 강제경매에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채권자로 ‘녹십자EM’이 등장했는데, 채무자겸 소유자인 박 대표에게 청구된 금액은 약 2억202만원이었다. 어떠한 이유인지 해당 경매는 취하 처리돼 올해 2월 1일 종료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KMP코퍼레이션이란 헬스케어 사업체에 투자를 진행한 것은 맞다”면서도 “의료·헬스케어 사업을 보고 지분을 매입했으나 해당 회사의 사업이 좋지 못한 추세로 흘러가며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상 처리했다”고 선을 그었다.

조경욱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