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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 인사이드] 무승 벤투호, 인내와 실험

[웹이코노미 이민우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대한민국 대표팀은 최근 3경기 무승에 빠졌다. 특히 득점력에서 큰 약점을 노출하며 3경기 연속 무득점 경기를 펼쳤다. 더군다나 마지막 상대였던 브라질을 제외하면, 만났던 상대가 북한과 투르크메니스탄이란 약팀이었다. 정확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졸전 끝에 약팀에게도 2연속 무승부를 거두자, 국내팬들은 걱정에 휩싸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다" "고집스럽게 대표팀 선수들과 전혀 맞지 않는 경기 전술을 시도하고 있다"라는 비판도 심심치않게 나오는 중이다. ◇ 벤투 감독과 라 볼피아나 '라 볼피아나', 벤투 감독 체제 대표팀 핵심 전술이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2명의 중앙 수비수 사이로 내려가고, 이를 통한 변형 백3를 형성해 빌드업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중원에서 오는 상대의 압박을 덜고 안정적이면서 속도감 있는 공격 전개를 할 수 있기에, 현대 축구에서 제법 많은 팀에서 볼 수 있는 사용하는 전술 중 하나다. 벤투 감독 역시 이를 강조하며 라볼피아나를 이용한 빌드업 축구를 대표팀에 이식하려하고 있다. 부임 초창기 기성용이란 마에스트로를 보유하고 있던데다, 황희찬과 손흥민처럼 빠른 발을 가지고 있는 공격자원으로 라볼피아나를 통한 속공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대표팀에서 불거진 중원 자원 부족에 있다. 기성용 은퇴 이후 아직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황인범, 백승호, 주세종 등 여러 선수를 실험해보고 있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황인범의 경우 기성용 은퇴 이후 후계자로 벤투 감독에 낙점 받은 듯 했지만, 이어진 A매치에서 계속된 부진을 보여주며 한발 밀려난 상태다. 백승호와 주세종은 각각 장점을 몇 차례 보이긴 했으나, 기성용과 비교했을 때 처지는 감은 어쩔 수 없다. 더군다나 대표팀 중앙 수비 콤비를 이루는 김민재와 김영권의 빌드업 능력은 아직 세계수준에 확실히 밑지는 수준이다. 벤투 감독이 라볼피아나 전술에서도 특히 후방빌드업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대표팀 자원은 아직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인 셈이다. 이로 인해 라볼피아나 전술의 중추를 담당하는 '후방 빌드업'이 만족스럽지 못해 답답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아시아 팀과 경기에서도 공간 창출과 효과적인 공격 전개를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국내 축구팬들과 전문가, 언론이 라볼피아나 전술의 실효성을 걸고 넘어지는 이유다. ◇ 그러나, 아직은 기다려야 할 때 다만, 벤투 감독 체제는 아직 2년도 지나지 않은 초기과정에 불과하다. 특히 대표팀은 지난 10년간 허리를 지탱해온 기성용이란 선수를 잃었다. 핵심 전력을 잃고 난 지금 중요한 것은 차근차근 실험과 기용을 통해 대체자를 찾고 전술을 익히는 일이다. 전술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 대체자를 찾기 위해 필요한 검증 등 필요한 기간을 생각하면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표팀은 수많은 감독을 거치면서 시시각각 다른 전술과 정체성 변경을 거쳤다. 월드컵 4강 신화에서 비롯된 전 국민적인 애증에서 비롯된 일들 이었다. 약 16년 동안 히딩크 감독부터 벤투 감독 사이를 거친 감독들은 총 12명이다. 감독 한 명이 평균 2년 임기도 못 채우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셈이다. 이 기간 동안 대표팀과 한국 축구는 장기적인 대안과 미래를 대비한 '한국 축구만의 색채'를 가질 기회를 잃었다. 속공 축구와 수비적인 축구, 만화 축구와 점유율 축구 등 자주 바뀐 전술은 대표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월드컵 첫 원정 16강, 런던 올림픽 금메달, 카잔의 기적 등 성과를 낸 건 천운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제는 장기적인 대안을 생각하고 진짜 한국 축구를 위한 실험을 지속해야 할 때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벤투 감독에게 제시한 4년 6개월 장기 계약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벤투 감독 선임을 주도한 김판곤 위원장은 "4년간 벤투 감독 체제를 통해 인내와 함께 대표팀과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벤투감독에게 장기적인 정체성과 전술 기조를 대표팀에 입혀줄 것을 주문한 셈이다. 이민우 기자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