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맑음동두천 25.6℃
  • 맑음강릉 31.5℃
  • 맑음서울 26.0℃
  • 맑음대전 27.6℃
  • 맑음대구 30.5℃
  • 맑음울산 28.2℃
  • 맑음광주 28.6℃
  • 맑음부산 23.7℃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5.5℃
  • 맑음강화 21.9℃
  • 맑음보은 26.4℃
  • 맑음금산 27.6℃
  • 맑음강진군 25.3℃
  • 맑음경주시 30.1℃
  • 맑음거제 23.4℃
기상청 제공

정부부처·공공기관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⑫ 울릉도 화첩기행

 

[웹이코노미=글·그림 임진우] 울릉은 대한민국이 보유한 신비의 섬이다. 제주가 자랑스러운 관광의 섬이라면 울릉은 이색적이고 비경으로 가득 차 있는 신비의 섬으로 손색이 없다.

 

남해의 다도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즈넉한 풍경에 비해 이 곳은 수평의 바다위에 깎아지른 듯 수직으로 곧추 서있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섬이라서 선상에서의 첫 인상은 다분히 초현실적이다. 용암분출로 이뤄진 섬이지만 제주의 검은 현무암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고 투박하고 거친 면모 때문에 야성미 넘치는 마초스타일의 남성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동해바다 한가운데서 오랜 세월동안 외롭게 강풍과 파도와 싸우며 우람한 모습으로 영토를 굳건히 지켜내는 기특하고도 대견한 섬이다.

 

 

 

강릉 여객터미널에서 쾌속 여객선으로 출발하면 약 3시간 후 쯤이면 울릉군 저동항에 도착한다. 기다란 방파제 중간에 삐죽 솟아있는 저동 촛대암은 상징적인 모습으로 시야에 먼저 포착된다. 오징어잡이 배들이 정박해 있는 평화로운 저동항의 풍경을 아우르며 서있는 촛대바위는 특별히 일출과 야경이 아름답다. 이 바위를 중심으로 갈매기 떼들이 날개를 흔들며 여행객들을 환영하며 어지럽게 비행한다.

 

 

 

 

 

 

울릉은 아직 개발이 더디게 진행돼 보존된 원시자연을 체험할 수도 있고 비록 덜 세련된 건축물들이지만 오래된 주거 군이 경사지에 중첩되어 남아있어 다행이다. SUV 차량를 빌려 섬을 일주하는 동안에 대책 없이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솟아나와 있는 봉우리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놀라움 그 자체다. 송곳봉이나 곰바위같이 하늘로 치솟아있는 산봉우리들의 장엄한 자태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지만 그 중에서 바다 쪽으로 뛰쳐나간 거북바위나 코끼리바위, 삼선암같은 녀석들도 물 위에서 장관을 이루며 감동을 자아낸다.

 

 

차량이동을 위한 많은 터널, 좁다란 일방통행 길의 신호대기, 지그재그 도로, 온통 급경사인 섬을 활용한 도로망 등 특이한 코스가 많다. 하지만 뜻 밖에 높은 산 위에도 평지가 있어 그 곳에 무릉도원처럼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을 이룬 곳도 있다. 바로 나리분지 관광지구로 하얀 꽃이 피어있는 넓은 명이나물 밭과 작은 교회건물의 조화가 특히 눈에 띈다.

 

 

태하항목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산위로 올라가서 태하등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한민국의 10대 비경은 자연이 빚어낸 예술로 압권이다. 낙조와 함께 해안선과 중첩된 봉우리들이 만들어낸 비경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도동항 인근에 위치한 독도박물관 견학 후 케이블카를 이용, 독도전망대에 오르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독도를 볼 수 있다. 조감도를 보는 것처럼 성냥갑같이 생긴 작은 집들과 선착장, 넓은 바다위에 흰 선을 그으며 항해하는 여객선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섬 전체를 구석구석 돌아다녀보면 오랜 과거로부터 인간이 급경사의 가파른 지형을 어떻게 활용해왔고 거친 환경에 순응 혹은 극복해 왔는지 그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극한의 자연에 도전한 인간의 오랜 역사가 축적돼 있는 섬이다.

 

 

 

 

 

한 번 쯤은 여객선에 탑승해서 바다위에서 조망하는 관광코스 체험도 해 볼 만 하다. 해수면 위에 가파르게 서있는 울릉도의 기암절벽을 다시 새로운 감동과 함께 스케치북이나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다. 붐비는 승객들 사이에서 햇살 좋은 갑판 한편에 자리를 잡고 일행과 마시는 캔 맥주는 상쾌한 바닷바람 속에 흥겨움을 더해준다. 해안을 일주하는 동안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하며 곡예 비행으로 즐거움을 선물해준 갈매기 떼들에게 보답으로 안주로 먹던 새우과자를 가끔씩 던져주는 일도 즐거운 체험으로 추억하게 될 것이다.

 

울릉도의 먹거리 기행도 입맛을 자극한다. 오징어와 호박엿은 일반인들에게도 이미 유명해졌지만 그 외에도 따개비 칼국수, 꽁치물회, 홍합밥, 오징어내장탕과 심해에서만 잡힌다는 닭새우와 꽃새우도 별미다. 명이나물과 부지깽이 절임도 빠지면 섭섭하다.

 

 

지난 3월쯤에 북동측 4km구간의 최종 터널공사가 완료되어 이제 울릉도는 차량으로 일주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섬 여기저기에 터널을 뚫고 도로를 넓히는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라 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동항 인근에는 소형비행기가 출항할 수 있도록 넓은 부지를 마련하고 있다니 공항이 완료되면 더 많은 방문객들이 몰려들게 될 것이다. 관광자원을 잘 활용하면 좋겠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의 유치와 편리함을 위해서 소중한 청정자연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방문객들의 자연보호정신과 울릉군의 개발정책에 신중함이 더해져야 하겠다.

 

다시 강릉항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나오며 뒤돌아보니 배웅 나온 촛대암이 시나브로 멀어지고 있다. 짧은 일정으로 머물다가지만 섬 주민들의 순박한 민심으로 금세 정이 들은 데다 귀한 볼거리, 먹거리를 선물해 준 고마운 섬이다. 울렁대는 처녀가슴처럼 울릉도의 체험과 추억은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은데 그럴수록 작별의 마음은 애잔하다.

 

오후 늦은 햇살에 물비늘이 더욱 눈이 부시다.

 

굿바이. 울릉!

 

아일 비 백 순! ( I'll be back soon! )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정림건축 대표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