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 2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동남아 3대 법인에 내년 상반기 5억 달러를 증자할 계획이다. 방산 수출의 유럽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폴란드엔 내년까지 지점을 설치해 'K-방산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25일 오전 우리은행 본점에서 '아시아 No.1 글로벌 금융사 도약을 위한 선택과 집중-2nd Home'이란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글로벌 전략을 밝혔다.
이날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계 1위 은행으로 성장한 우리소다라은행의 성공비결을 소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968년 시중은행 최초로 동경지점을 개설한 이래 올해 해외진출 55년째를 맞았다. 2023년 9월말 현재 24개국 466개 글로벌 영업망을 구축, 국내 은행 중 가장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용 중이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 글로벌 부문은 2022년말 총자산 348억달러, 당기순이익 3.4억달러를 시현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총자산 9%, 당기순이익 2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nd Home' 동남아 3대 법인 연평균 32% 성장
5억달러 증자로 또 한번의 도약
우리은행 글로벌 성장전략 핵심은 '자체성장 + M&A'다. 진출 국가 현황에 맞게 자체적 성장전략을 추구하거나 진출 후 현지 금융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1단계 소규모 법인 인수 등 소액투자로 시장에 신규 진출 ▲2단계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 축적 및 M&A 등을 통해 성장 발판 구축 ▲3단계 현지 리딩뱅크 대열에 진입하는 것이다. 법적 규제나 금융환경이 국내와 완전히 상이한 해외 시장에서는 리스크관리가 최우선으로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성장전략이 적중했던 지역은 동남아 시장이었다. 그 중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은 지난 3년간 연평균 당기순이익 성장률 32%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글로벌 전체 순이익 중 3대 법인 비중도 2019년 35%에서 2022년 43%까지 끌어올렸다. 우리은행이 동남아를 2nd Home으로 삼아 2030년까지 은행 전체 손익 중 글로벌 비중을 25%로 설정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2nd Home 전략, 머잖아 현실"
우리은행은 이런 동남아 3대 법인의 바른 성장에 가속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이 법인들에 대한 증자도 적극 검토 중이다. 증자 규모는 법인별 1억-2억달러씩 총 5억달러 수준으로 예상한다. 수익이 많은 곳에 더 많이 투자하는 효율적 자본배분전략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인도네시아는 현지 '톱10 은행' ▲베트남은 '외국계 리딩 뱅크 도약' ▲캄보디아는 현재 '톱5 은행' 등을 각각 의 비전으로 설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를 통해 2nd Home 전략도 머잖아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거점은 K-방산 폴란드
우리은행은 지난 2027년 1월, 폴란드 남서부 공업도시 카토비체에 '폴란드사무소'를 개설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가 아닌 키토비체를 선택한 이유는 키토비체를 중심으로 현대차, 기아차,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 현지법인이 다수 포진하고 있으며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독일, 우크라이나 등과 인접한 산업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폴란드사무소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자금조달과 중계 서비스 등으로 영업력을 확대해 왔다. 폴란드 내 한국기업의 성장과 그에 따른 자금 수요가 꾸준해 폴란드사무소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확보했다.
최근 폴란드를 둘러싼 안보 현안, 우크라이나 재건 등으로 폴란드의 지정학적 위치가 주목받으면서 한국기업의 폴란드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K-방산의 전초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폴란드사무소'를 '폴란드지점'으로 승격시켜 국내기업의 무기 수출 확대에 따른 현지 금융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폴란드사무소가 지점으로 승격되면 우리은행은 폴란드 금융당국으로부터 신용등급과 여신한도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 한국기업에 보다 월활한 금융지원이 가능해진다.
폴란드지점 승격을 진행 중인 우리은행 관계자는 "폴란드 현지에 비유럽 연합국가의 금융기관 설립 사례가 부족하다"며 "우리은행은 현지 금융감독당국과 긴밀한 협조로 폴란드사무소의 지점 승격을 신속하게 진행해 K-방산 수출 등 현지 진출 한국기업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네옴시티 중동
우리은행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 붐이 한창이던 1983년 바레인지점을 설립해 한국 건설사들에 대한 금융지원과 함께 중동 건설역군들의 달러 송금을 담당했다. 또한 UAE(아랍에미리트연합)가 중동 금융허브로 부상하던 2014년 두바이지점을 설립해 중동지역 IB 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중동에 또 초대형 개발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서울시 크기의 43배, 사업 규모만 전체 5000억달러(약 671조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다. 대통령까지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나선 이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은 250억달러 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전통적 강점인 IB, 기업금융 역량과 바레인, 두바이 2개 현지 거점의 시너지가 더해지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들이 든든한 금융지원을 업고 사업 참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