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5 (토)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전기·전자·화학

영화에서 펄펄 나는 한국사, 게임에 이식하면 어떨까

게임인재단, 23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서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 개최

[웹이코노미=이선기 기자] <명량> 관객 수 1,700만 명. <암살> 관객 수 1,200만 명. 최근 한국사를 소재로 활용한 영화들의 성적표다. 이처럼 한국사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문화콘텐츠다. 영화나 드라마를 중심으로 펄펄 날고 있다.

 

그런데 왜 게임에서는 한국사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그 원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게임인재단은 23일 경기도 판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한국사의 대중화와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에 대해 토론하는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를 개최했다. 한국사를 활용한 게임의 개발과 역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정석원 게임인재단 사무국장을 비롯해 한국사 분야 스타강사인 ‘큰 별쌤’ 최태성 강사, 역사 게임 개발이라는 외길인생을 걸어온 김태곤 조이시티 CTO, 문학평론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이 참여해 한국사 활용 게임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주최한 게임인재단 측의 정석원 사무국장은 “영화나 드라마와 다르게 ‘왜 한국사를 활용한 게임은 없는가’라는 고민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동시에 소재의 고갈과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IP(지적재산권)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IP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면서 “게임업계에서 봤을 때, 한국사 역시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게임을 활용하면 가까우면서도 먼 것처럼 느껴지는 한국사를 더 재미있게 배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이를 요약해 ‘PLAY 한국사’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사 어렵지 않다. 교훈도 많이 있다"면서 “하지만 교육으로 배우면 거부감이 있으니, 게임으로 재미있게 즐기자”고 말했다.

 

◇ 최태성 강사 “이런 게임은 어때요?”

 

한국사 분야에서 스타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태성 강사는 역사적 사실에 게임적 상상력을 더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최 강사는 “최근 한국사는 정말 ‘핫한’ 콘텐츠”라면서 “단군 이래 이토록 한국사가 사랑을 받았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소재로 쓰이며 각광받고 있는 한국사의 인기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그는 “사람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게 새로운 먹거리, 즉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역사에는 창의성을 가지고 발굴해 낼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면서 “역사도 마찬가지다. 고증 과정에서 학문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창작 요소가 많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시선에서 자신이 발굴해 낸 몇 가지의 소재를 소개했다. 이른바 ‘왜 이 역사는 게임으로 만들지 않는가’ 시리즈다. 첫 번째는 시리즈는 바로 ‘문명’이다. 그 예로 단군 역사 이전의 ‘환단고기’와 ‘치우천왕’ 등에서 착안한 소재를 떠올렸다.

 

그는 “게임은 상상의 영역인 만큼, 학계에서 주류로 인정하지 않는 역사의 부분도 상상력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서 “환단고기와 같은 책은 학계에서 위작으로 볼 만큼 금단의 영역이지만, 게임으로는 만들어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치우천왕과 같은 상상 속의 인물은 그 자체만으로 멋진 캐릭터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재로는 ‘한강’을 꼽았다.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고구려와 백제, 신라 간의 싸움을 다룬 전쟁 콘텐츠다. 그는 “고구려는 철갑을 두른 강력한 육지 군사력으로 4세기 전성기를 누렸고, 백제는 동남아시아까지 손을 뻗는 해상 강국이었다”면서 “신라 역시 전술적인 감각이 뛰어났던 만큼 이들 간의 패권 싸움을 다루면 삼국지 못지 않은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번에는 ‘도시설계’다. 그는 조선시대에 활동했던 정도전을 예로 들며 “조선을 설계했다고 알려진 정도전을 게임의 소재로 가져오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정도전이 종이 줄 하나를 그으면 길이 됐고, 점 하나를 찍으면 문이 됐다”면서 “직접 정도전이 돼 그가 조선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조선시대판 ‘심시티’다.

 

근현대로 눈을 돌려 보자. 그는 독립 투사들의 항쟁을 소재로 꼽았다. 특히 김원봉이 조직했던 의열단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의열단 단원이던 나석주는 명동에서 폭탄을 던지고 시가전을 벌였다”면서 “독립 투사들의 목표를 퀘스트로 설정하고, 단계별로 이뤄나가는 모습을 표현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 김태곤 조이시티 CTO “역사적 고증과 게임적 상상력 균형 이뤄야”

 

최태성 강사에 이어 발표를 맡은 김태곤 조이시티 CTO의 첫 발언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최태성 선생이 정말 다양하고 멋진 소재들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나는 여태까지 그런 게임이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변명 섞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였다.

 

 

김태곤 CTO는 그동안 역사를 소재로 한 <임진록>, <거상>, <영웅의 군단> 등의 게임을 개발해 온 역사게임의 선구자다. 국내에 소개됐던 대부분의 한국사게임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여태까지 역사게임을 위해 걸어온 길과 역사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첫 작품 <충무공>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했다. 작품 수준이 낮아보이지만 독일과 미국 등에도 수출됐을 정도로 꽤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그 이후에 나온 게임이 바로 <임진록>이다. 임진왜란 이후의 이야기를 각색한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확장팩 시리즈가 출시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다음 작품에서는 삼국 시대로 무대를 옮겼다. <천년의 신화>라는 게임이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처럼 건물을 짓고 병력을 생산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김 CTO는 “여기까지 오면서 한 차례 한계를 느꼈다”고 밝혔다. 대부분 전쟁을 소재로 다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과감하게 장르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게임이 바로 <거상>이다.

 

온라인게임으로 출시된 <거상>은 현재까지도 서비스되고 있을 정도로 대히트를 친 게임이다. 기존에 있었던 전투 중심에서 벗어나 ‘경제’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싸우는 것이 아닌 ‘거물 상인’이 되는 것이 주 게임의 목표라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는 ‘정치’의 개념을 도입한 <군주>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전투 이외의 요소로도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럼 현재에 와서는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는 여기서 자신이 겪었던 두 번째 한계를 털어놨다. 바로 국내시장의 한계다.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업계에서 개발비용은 증가하는데 비해 수익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국내의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이 세계에서는 상업적인 인지도를 갖지 못하는 탓이다.

 

김 CTO는 이에 대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게임성이다. 그 중에서도 외관의 묘사는 게임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전통적인 국내 게임의 경우 선악을 명확하게 구분한 채 극단적으로 묘사해 왔다”면서 “이제는 피아를 동등하게 바라보고,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영화 <명량>에서는 일본군 장수에도 주연급 배우를 내세워 열연을 펼치게 한 덕에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고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상상력이라는 게임성 요소도 필요하지만, 사실적인 고증과 균형을 이뤄야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webeconom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