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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여건 마련, 준비 안 됐다'...교원 72%, 2025년 전면 도입 “반대”

한국과총, 전국 고교 교원 2206명 대상 조사
교사 부족, 입시 유리 과목 쏠림 문제 등 실질적 대책 없어
졸속 도입은 교육 질 떨어뜨리고 학생, 지역 간 교육불평등 심화
학생 진로‧적성 따른 맞춤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시행‧안착되려면
교원 확충, 입시 개편, 대학자율 강화, 교육격차 해소방안 마련해야


[웹이코노미 윤혜인 기자] 고교 교원 10명 중 7명은 고교학점제 2025년 전면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현장의 이해가 부족하고 제반 여건 마련이 미흡하다는 게 주된 반대 이유였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가 16~19일 전국 고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고교 교원 2차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주요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고교 교원들은 2025년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에 대해 72.3%가 ‘반대’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 미흡’(38.5%), ‘학생 선택 및 자기주도성 강조가 교육의 결과를 온전히 담보할 수 없음’(35.3%)을 주요하게 꼽았다. 특히 직업계고 교원들은 ‘여건 미흡’을 45.6%나 꼽았다. 반면‘찬성’ 응답은 27.7%에 그쳤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과목선택이 확대될 경우, ‘교사 수급 불가’가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91.2%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66.5%)고 답했다. ‘대입에 유리한 과목 위주 선택’ ‘이수하기 쉬운 과목 쏠림’ 문제에 대해서도 각각 91.2%, 92.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교원들은 고교학점제가 ‘과목선택형’으로만 이해,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고교학점제가 진로 별 교육과정인 ‘과정제시형’, ‘과목선택형’ 중 어떤 교육과정과 연동되는 것이 더 적절하냐는 질문에 ‘과정제시형’(47.7%)이 과목선택형(39.6%)보다 더 높았다.

 

교총은 “수많은 과목을 개설해 학생이 선택하는 것보다는 문‧이과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학생 진로를 어느 정도 세분화해 이에 대한 교과목 체계를 구성해 제시하고, 학생이 진로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라며 “이는 무제한적 교사수급 문제에 대한 대안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 부족과 도농 간 인적‧물적 격차, 입시에 유리하거나 이수가 쉬운 과목 쏠림, 진로보다 흥미 위주 선택, 많은 학생이 선택 과목에 대해 불만족하는 현실 등 각종 문제에 대한 해소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이라며 “준비가 부족한 고교학점제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못 박고, 과목선택형만 추구하는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목선택권 강화를 이유로 일반고에 자칫 전문교과를 과도하게 개설하는 것은 직업계고 존립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제기됐다. 일반고에 과학, 외국어, 국제, 예체능 계열의 교과를 대폭 개설하면 학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물음에 교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36.8%), ‘수업 질 담보 한계’(25.7%)라고 답변했다.

 

특이한 점은 일반계고, 직업계고 교원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 답변을 가장 많이 하면서도 그 다음으로 일반고 교원은 ‘수업 질 담보 한계’(30.4%)를 응답한 반면 직업계고 교원은 ‘직업계고 진학에 부정적 영향 초래’(31.0%)를 꼽았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전제로 2022 교육과정 개정 후, 대입 개편방안을 2024년 발표하는 ‘분리 추진’에 대해서는 ‘반대’(59.2%)가 ‘찬성’(32.3%) 응답보다 높았다. 대입 개편과 관련해 수능시험의 역할과 비중을 물은데 대해서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42.7%로 ‘축소해야 한다’(31.8%)보다 높았다. ‘현행 유지’는 22.8%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자사고‧외고 폐지가 학교 서열화를 극복하는 효과가 있겠느냐는 항목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부정응답이 45.5%로 나타나 ‘그렇다’(33.8%)는 긍정응답보다 높았다. 특히 고교학점제를 도입해도 명문학교 선호 현상이 증가할 것이라는 데 대해서도 ‘그렇다’(78.4%)는 답변이 ‘그렇지 않다’(9.3%)는 답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부 의도와 달리 교원들은 고교학점제를 도입해도 학교서열화 해소를 기대할 수 없다고 인식했다.

 

고교학점제가 어느 학력계층에 있는 학생에게 가장 불리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하위권 학생’(47.2%)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다. ‘중위권 학생’이라는 응답은 25.0%, ‘상위권 학생’이라는 응답은 13.1%로 나타났다.

 

교총은 “서술형 답변을 살펴보면, 현장 교원들은 고교학점제가 상위권 학생에게는 다양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지만 하위권 학생에게는 이도저도 아닌 형식상의 교육이수에 그치거나 이해와 신념 없이 편한 선택을 하게 만들어 양극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학교 현장으로서는 도대체 고교학점제가 어떤 수준을 말하는 지, 필수교과와 선택교과를 어떤 비중으로 하자는 건지, 학생이 선택하는 과정이면 교육의 질이 담보된다고 보는지 도무지 모호하고 공감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정규교원 수급과 양성대책, 도농 간 교육격차 해소방안, 교육과정과 대입 개편, 대학 자율성 강화 등 뭐하나 뾰족하게 준비되는 게 없다는 점에서 2025년 전면 도입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교총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서는 교사 수급이 관건이고, 8만 8000여명의 교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가 추진한 것이라고는 자격 없는 외부 전문가를 한시 기간제교사로 채용하는 법안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현장 교원들은 고교학점제가 하위권 학생에게 불리하고, 나아가 도시학교에 비해 인적, 물적 토대가 부족한 농산어촌 학교의 교육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교육당국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화상 원격수업 외에 내놓은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밀고 있는 외부전문가 채용도 도시나 가능하지 누가 그 조건으로 농산어촌 학교에 가겠느냐”고 비판했다.

 

하윤수 회장은 “준비되지 않은 고교학점제의 졸속 도입은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불평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며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감축시키고 다양한 교과를 가르칠 수 있도록 정규교원 확충 대책과 도농 교육격차 해소 방안 등부터 마련하고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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