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WE웹이코노미 방송] 베트남 세 여인과의 한집살이?...정읍에 베트남 채소농장을 일군 스물일곱 똑순이 투이의 일과 사랑


[웹이코노미 윤혜인 기자] 전라북도 정읍, 작은 베트남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채소 농장이 있다. 공심채, 그린빈스, 라우람, 구슬가지 등 60여 가지가 넘는 아열대 작물이 즐비해 있는데, 이곳의 사장님은 베트남에서 온 투이(27) 씨. 김수연(48) 씨와 결혼 8년차, 아들 셋을 뒀다. 몇 년 전부턴 개인 방송으로 아열대 채소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주로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이 투이 씨의 채소를 주문한다. 예전엔 베트남에 가면 고향 음식부터 찾았다는데, 지금은 투이 씨 집이 고향이란다.

 

여덟 살 때부터 고무나무 숲에서 일하며, 공부도 열심히 했던 투이 씨.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친구를 찾던 중, 멀리 한국의 수연 씨와 SNS 친구가 되었다. 두 달 동안 매일 휴대폰으로 서로의 꿈과 생활을 궁금해하며 이야기꽃을 피운 두 사람, 투이 씨의 진솔함에 반한 수연 씨가 먼저 용기를 냈다. “나와 결혼할래?”라는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그래”라고 대답한 투이 씨.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수연 씨는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먼 하늘길을 날아 달려온 용기, 서툰 대화 속에서도 수연 씨는 좋은 사람 같았고, 투이 씬 결혼을 결심했다.

 

노총각 막내아들을 구제해줬으니, 한국에서도 대 환영받은 복덩이 투이 씨. 하지만 갓 스무 살에 첫 아이를 낳았을 땐, 너무 힘들었단다. 그런 아내를 위해 남편 수연 씨가 베트남에서 장모님을 모셔왔다. 하지만 장모님은 또 장모님대로 베트남에 두고 온 처제 걱정이 컸는데...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더니, 수연 씨 장모님에 이어 처제까지 데려와 한국 학교에 입학시켰다. 벌써 고2, 처제는 형부가 만들어 준 떡볶이를 가장 좋아한다. 베트남 세 여인과의 한집살이, 처음엔 말도 잘 안 통하고, 문화도 달라 ‘장서열전’이 벌어질 때도 있었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복닥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사실, 수연 씨도 베트남 채소 농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 날 장모님이 한국 사람들은 먹지 않는 호박순을 요리해 먹고, 내다 팔기까지 하는 걸 보면서, 아열대 채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텃밭 정도로 시작했던 베트남 채소 농사는 부부의 땀으로 종류가 60여 가지로 늘어났다. 수완 좋은 또순이 아내가 매일 휴대폰으로 개인 방송을 통해 채소를 팔아, 농장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경영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는 카리스마 투이 사장님, 그런 아내에게 ‘사장님 나빠요’라며 소심한 반항을 해 보는 거북이 남편. 1년 중 가장 바쁜 요즘, 부부와 장모님은 눈코 뜰 새 없고, 고등학생 처제가 어린 조카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돕는데... 일곱 살 차이 나는 동생에겐 투이 언니와 형부가 부모나 마찬가지.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언니와 형부가 떴다! 대체 무슨 일인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하루하루가 의미 없었다는 투이 사장님. 그녀에겐 세상 가장 든든한 조력자인 남편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한국에 뿌리 내려 일과 사랑을 모두 잡은 스물일곱, 투이 씨. 그녀의 러브하우스엔 행복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