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장은 '술달라 요구', 진에어 부기장은 비행 전 음주…한진 항공사의 심각한 모럴헤저드

  • 등록 2019.07.19 14: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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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대한항공 기장 '술 요구 의혹' 조사 착수...조종사 ·객실 승무원 상대 1차 인터뷰 완료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한진그룹 계열 대한항공 기장들이 음주를 시도한 사실이 밝혀져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사내게시판을 통해 또 다른 기장이 술을 요구했다는 내부 직원의 폭로성 글이 게시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한진그룹 계열 저가항공사 진에어는 작년 11월 국토부에 의해 부기장이 비행 전 음주한 사실이 적발돼 수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장·부기장 등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할 여객기 승무원들의 기강해이가 빈번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의 관리시스템 부실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8일 'CBS노컷뉴스'는 대한항공 김모 기장이 작년 12월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여객기에 탑승하면서 음료 보관대에서 샴페인을 집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기내 승무원이 이를 제지해자 김 기장은 "종이컵에 샴페인을 담아주면 되지 않느냐"며 핀잔을 줬고 수시간 후 다시 승무원에게 "종이컵에 와인 한잔을 달라"고 요구했다.

 

승무원은 김 기장의 이같은 행동을 A사무장에게 보고했고 A사무장은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자마자 이를 회사에 보고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오히려 A사무장을 직원으로 강등해고 김 기장에게는 구두경고만 내렸다. 또 해당 사안과 관련해 사내 상벌심의위원회도 열지 않고 관리·감독 당국인 국토교통부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소속 기장들의 근무기강 해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8일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 전용 내부게시판에는 이달 14일 기장의 술 요구 사례를 폭로한 '운항승무원들에게 드리는 부탁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이달 초 단거리비행 퍼스트클래스에 근무했던 팀원이 실제로 겪었던 사례"라며 "책임기장 B씨가 '저기있는 와인을 버릴거냐 꼬마 물병에 담아달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 승무원은 작년말 암스테르담행 여객기 내에서 발생한 기장의 술 요구 사태를 인지하고 있어 B씨의 요구를 바로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씨는 "꼬마 물병이 없으면 큰 물병을 비우고 거기에 따라줘도 된다"며 술을 계속 요구했고 이에 승무원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와인 공부하려 부탁했다"며 더 이상 술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게시자는 "사무장 이 상황을 알게 된 후 암스테르담 사태처럼 운항 승무원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켜 '안전운항에 저해요소'로 낙인찍히는 피해를 입을 것이 우려돼 보고를 안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당 글은 직원 전용 내부게시판에서 삭제된 상태다.

 

한진그룹 계열 저가항공사인 진에어 또한 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12월 28일 국토교통부는 항공분야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어 총 10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해 국적 항공사 8곳은 과징금 총 38억4000만원을, 조종사·정비사 등에게는 자격정지 총 345일 처분을 내렸다.

 

심의위에 따르면 같은해 11월 14일 오전 6시 30분경 국토부 안전감독관이 청주공항 진에어 사무실에서 음주측정을 실시한 결과 회사 소속 부기장 C씨는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인 0.02% 이상으로 측정돼 '불가'(Fail)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전날 청주에 도착한 후 오후 7시부터 11시 20분까지 지인 3명과 두 차례에 걸쳐 소주 8병을 함께 마셨다고 국토부에 진술했다. 당시 국토부가 단속하지 않았다면 오전 7시 25분 출발편 부기장으로 배정된 C씨가 조종석에 앉아 '음주 비행'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적발한 심의위는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행위라고 판단해 C씨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을 기준치인 60일 보다 50% 상향한 90일로 조치했다. 또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진에어에게는 총 4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회사 대표는 안전 최우선 강조...음주 적발·요구 등 대표 의지 역행하는 직원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생전 안전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이 없다는 입장을 항상 강조해왔다.

 

지난 2016년 신년사에서 그는 "대한항공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보안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모든 일의 마지막은 결국 사람"이라며 "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익숙한 것일 지라도 항상 처음 대한다는 자세로 원칙과 규정에 의거해 신중하게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듬해인 2017년 신년사에서도 "항공사 경영은 '안전'과 '서비스'를 재료로 '고객의 행복'이라는 무형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활동이다"라며 "좋지 않은 재료로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없듯이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철저하고 탁월한 품질의 '안전'과 '서비스'가 선행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실제 고 조 회장은 지난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대한항공 조종사가 되기 위한 최소 비행시간 기준을 경쟁 항공사보다 3배 이상 높은 1000시간으로 바꿔놓기까지 했다.

 

고 조 회장 뒤를 이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역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에 참석해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양보와 타협도 없을 것"이라며 "안전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무엇보다 우선시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현실에서는 기장들의 거듭된 음주 요구, 부기장 음주사실 적발 등 안전과는 동떨어진 행태들만 일어나고 있다.

 

국토부, ‘술 요구 의혹’ 관련 조사 착수...조종사·객실승무원 등 총 7명 1차 인터뷰 완료

 

이달 8일 국토부는 대한항공 기장의 '술 요구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웹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8일부터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 것은 맞다"며 "현재 조종사 3명, 객실승무원 4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는 마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 의견이 엇갈리거나 살펴봐야 할 내용이 더 있을 시 추가 인원들을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진행할 수 도 있다"면서 "현재는 관련자 인터뷰와 당시 작성됐던 문서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조사과정은 3개월 가량 걸리지만 확실한 증거·증언 등이 나오면 더 빨리 완료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기장의 음주 요구 사실이 확실할 경우 내려지는 처분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비행 중 음주를 했을 경우 처벌하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음주 시도 행위 자체만으로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수범에 대한 처벌 규정도 현행법에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 비행기 폭파 테러 위협 등과 같은 중대한 미수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전담 직원들을 지정해 여러 부분에서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기장들의 음주 단속과 관련된 규정 강화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오는 9월 1일부터 모든 항공사는 정비사, 조종사, 관제사 등 항공업무 종사자 전부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마련한 음주단속을 실시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전체 항공업무 종사자의 15% 정도만 표본 단속을 실시했으나 앞으로는 항공업무 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예를 들어 항공 업무 브리핑 대기 과정 중 음주단속 결과 조종사가 음주한 사실이 적발됐다면 항공사는 해당 조종사를 즉시 업무 배제시켜야 한다"며 "그러나 조종사가 정식 업무에 포함된 브리핑 과정 중 음주단속 결과 음주사실이 확인된다면 법률상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필주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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