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차명계좌는 왜 삼성증권·우리은행에 집중 개설됐나..."금융회사 악용해 치밀하게 은닉 이뤄져"

  • 등록 2017.10.30 10: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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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의원, 1199개 이건희 차명계좌 중 1021개 계좌에 대한 연도별.금융회사별 실명제 위반 제재 내역 공개

 

 

[웹이코노미=하수은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과정에서 드러난 차명계좌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실명 전환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차명계좌 예금과 주식 4조 5000억여원 중 4조 4000억여원을 찾아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이 차명계좌 불법은닉을 위해 삼성증권,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를 악용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구갑)은 30일 지난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이 발견한 1199개의 이건희 차명계좌중 1021개 계좌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연도별・금융회사별 제재 내역 matrix를 입수해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상의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계좌는 총 10개 금융회사(은행3, 증권회사 7)에 걸쳐 1021개 계좌에 달했다.

 

 

 

이들 계좌중 20개 계좌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것으로 가장 오래된 계좌는 1987년 신한증권에 개설된 주식계좌였다. 나머지 1001개 계좌는 모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개설된 차명계좌들이었다.

 

 

 

금융기관별 분포를 보면 은행 계좌 64개, 증권계좌 957개였다. 은행 계좌는 대부분 우리은행 계좌였고(64개중 53개, 점유율은 약 83%), 증권 계좌는 대부분 삼성증권에 개설(957개중 756개, 점유율은 약 79%)됐다. 차명계좌가 유지됐던 금융회사들은 우리은행(53), 하나은행(10), 신한은행(1) 등 은행과, 삼성증권(756), 신한증권(76), 한국투자(65), 대우증권(19), 한양증권(19), 한화증권(16), 하이증권(6) 등 증권회사였다. 이중 삼성증권은 전체 1021계좌중 756계좌를 보유하고 있어 74%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했다.

 

 

 

금융실명제 이전 개설 차명계좌는 모두 증권 계좌

 

 

 

 

 

 

박 의원이 공개한 금감원의 자료에서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계좌는 20개인데 모두 증권회사에 개설된 증권 계좌라는 점이이 눈에 뛴다. 신한증권(9), 한국투자(7) 계좌는 금융실명제 시행일(1993년 8월 13일) 이전에 개설된 계좌들이고 삼성증권의 경우 1993년도에 개설된 6개 계좌 중 4개가 실명제 이전 계좌들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금융실명법 상의 비밀보장 조항 때문에 2008년 당시 이 계좌들의 잔액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알 수는 없다"며 "다만 이들 계좌는 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이므로 고율(90%)의 소득세 차등과세에 더해 실명제 실시일 기준 재산가액의 50%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03년 이후 삼성증권으로 집중

 

 

 

박 의원은 "2003년을 경계로 해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차명주식 은닉 방식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며 "2003년까지는 삼성증권을 주된 차명주식 은닉회사로 활용하되 다른 6개 증권회사들도 돌아가면서 조금씩 활용했는데 2004년부터는 거의 전적으로 삼성증권에만 차명주식 은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4년의 경우 삼성증권의 차명계좌 개설 실적이 141개에 달해 전체 위반계좌(1021개)의 13.8%, 삼성증권에 개설된 총 차명계좌(756개)의 18.7%에 달했다. 따라서 이건희 차명재산중 삼성생명 차명주식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삼성증권내의 어떤 증권 계좌에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들 1021계좌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제재조치의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 "실명확인의무 위반이었다"며 "금융실명법상 실명 확인은 계좌의 명의와 거래자의 주민등록증을 대조해 확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확인이 되지 않은 거래는 실지명의에 의한 거래가 될 수 없고 계좌의 개설 시점에서 이런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계좌는 명의자와 실 소유주가 일치하는가 하는 차명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실명 확인 자체가 되지 않은 비실명 계좌가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건희 차명계좌는 계좌의 개설이나 거래 시에 본인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비실명계좌일 뿐만 아니라 서류상의 명의인과 실제 소유주가 일치하지 않은 차명계좌의 성격까지 가진 그야말로 위법으로 점철된 계좌들이라는 것이다.

 

 

 

금융실명법 제5조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그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하고 있고 금융실명법 부칙 제6조 및 제7조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90%의 소득세 차등과세는 물론이고, 추가로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의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은 "2004년도 이후에 개설된 증권 계좌의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의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 부과 가능성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은 주식처럼 등기나 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명의자가 마치 그 재산을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여 재산을 은닉하고 조세를 포탈하려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2003년에 신설되어 2004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조항으로 이 때 증여의제일은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해 말일의 다음 날'로 정해져 있다.

 

 

 

박 의원은 "위 규정을 이건희 차명주식 경우에 대응하면 2004년 이후 삼성증권 등에 개설된 증권계좌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소유권취득일이 2001년에 있었던 경우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준일은 2001년의 다음해 말일의 다음날인 2003년 1월 1일이 되는데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 증여세 부과는 최장 15년까지 가능하므로 올해 말일까지 증여세 부과가 가능한 것이다"며 "이에 해당하는 계좌는 삼성증권의 315개를 포함해 총 316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건희 차명계좌의 경우 소득세의 차등과세나 과징금 징수 또는 증여 의제를 적용한 증여세 부과 등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 대해 박 의원은 "이번에 확보한 '이건희 차명계좌의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한 연도별・금융회사별 현황' 자료는 이건희 차명재산의 은닉이 금융회사를 악용해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하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잘 보여준 구체적 증거"라고 규정하고 "30일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이 문제를 철저하게 따져서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조세정의의 확립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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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영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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