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⑪설국(雪國)기행, 홋카이도와 유자와

  • 등록 2019.06.15 1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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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글·그림 임진우] 지구의 온난화 때문인지 6월 중순인데도 매운 더운 날씨다. 이대로 계속 가면 올여름에도 기록적인 폭염이 염려된다. 더운 날씨니까 이번에는 눈 내리는 시원한 풍경의 그림여행을 떠나보자. 지난 1월 초미세먼지 경보가 연속되어 우울한 시기에 일본 홋카이도의 겨울 답사여행은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 치토세 공항에 내리자마자 깨끗한 공기 질과 눈부신 설경이 매혹적인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반긴다.

 

 

 

 

 

 

인근에 위치한 노보리베츠는 에도시대부터 유명한 온천지역으로 천연 온천수가 나오는 분화구 계곡을 이름 하여 '지옥계곡'이라고 부른다. 부분적으로 눈이 녹아있는 분화구에서는 매캐한 유황냄새와 함께 수증기가 다량으로 피어올라 계곡마다 판타지 영화 속 장면처럼 이색적 풍경을 연출한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조금 더 보태면 저 깊고 어두컴컴한 분화구 속에는 입김을 내뿜는 거대한 용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도시대의 무예와 대중문화를 겨냥한 지다이 전통마을이 인근에 위치한다. 닌자의 결투 장면이 인상적인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일본 전통문화극장을 비롯하여 일본의 무사도가 깃든 사무라이 저택 등, 당시의 생활상을 체험하고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마치 시공을 초월하여 에도시대를 여행하는 느낌이다.

 

 

버스는 태평양을 좌측으로 끼고 남하해서 하코다테로 향한다. 날씨는 함박눈과 파란 하늘이 오락가락해서 여우가 시집을 가는지, 호랑이가 장가를 가는지 매우 변덕스러운 기상인데 그럴수록 차창 밖의 설경은 순백의 감성을 자극한다.

 

 

눈을 뒤집어쓴 겨울나무들과 하얀 산등성이가 중첩되는 아름다움이 병풍처럼 이어져 눈을 뗄 수가 없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하코다테의 야경을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았지만 도시는 눈보라 속에 날까지 저물어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 소설 '설국'의 스토리 테마 기행을 체험하기 위해 열차를 타고 유자와로 이동한다. 이 지역 역시 평균 강설량이 높아 1월에 방문하면 하얀 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니카타 현의 유자와에는 소설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집필 장소가 있다. 그가 글을 쓰며 묵었던 다카한 여관은 지금도 그의 개인 박물관처럼 자료들로 보존되어 있다. 소설 제목에 어울릴 만큼 주변 풍경은 사방이 온통 눈으로 가득하여 그야말로 설국 그 자체이다. 눈 속에 이 마을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주인공 시마무라와 게이샤와의 묘한 3각 관계가 함축성이 있는 관능적 묘사로 일본 근대 서정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기차가 신호소에 멈춰 섰다.”로 소설은 시작된다.

 

 

나가노 현의 기소군에 위치한 츠마고 마을은 쇠퇴해진 역참 마을 중 하나지만 전통건축으로 잘 보존되어 예스러움을 풍기며 주변 경관도 뛰어나다. 역사와 풍토를 지킨다는 관점에서 해체, 복원, 수리를 조심스럽게 공사하고 있다는 이 마을은 국가 주요 전통 건조물 보존 지역구로 선정되어있다. 300년 전의 에도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고풍스러운 풍경의 전통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사방은 솜사탕처럼 포근했다. 눈을 만끽하기에는 이보다 더할 나위가 없는지 하얀 세상에서 일행들은 눈싸움을 시작하고 모두 순식간에 어린아이처럼 순박해진다. 나는 일행에서 조금 이탈해서 눈과 함께 어우러진 츠마고 마을의 풍경을 우선 카메라에 열심히 담아본다. 나중에 스케치북에 옮겨질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함박눈 속에 함몰되어가는 마을을 뒤로하며 떠나는 길에서 언젠가 다시 한번 꼭 방문하고 싶은 장소로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깨끗한 눈을 경험하는 여정 외에도 일본 여행에서의 즐거움은 언제나 온천욕을 비롯하여 시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들이다. 어느 지방의 작은 소도시라도 그 지역의 특성을 살려 방문객들에게 그곳 만의 매력과 저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확인하고 돌아간다.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정림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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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Arts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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