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빵 톺아보기⑦ 대성그룹]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가업승계 목적 장남 회사 밀어주기

  • 등록 2019.06.10 16: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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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개인회사 에스씨지솔루션즈, 내부거래로 회사 키워 모회사 역합병

 

[웹이코노미=신경철 기자] 대성그룹은 석유, 도시가스, 해외유전개발,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고(故) 김수근 명예회장이 1947년 설립한 연탄 및 무연탄 제조업체 ‘대성산업공사’를 모태로 한다. 대구시 칠성군에서 직원 4명과 사업을 시작한 그는 LPG(액화석유가스), LNG(액화천연가스), 석유 등 ‘에너지’라는 한 우물만 파며 사세를 확장해 한때 10대그룹에 이름을 올렸던 지금의 대성그룹을 탄생시켰다.

 

지난 2001년 노환으로 별세한 김 명예회장은 슬하에 장남 김영대, 차남 김영민, 3남 김영훈 4남 김영철, 장녀 김영주, 차녀 김정주, 3녀 김성주 등 4남 3녀를 뒀다. 이 가운데 4남 김영철은 1973년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대성그룹의 지배구조는 매우 특이하다. 그룹 승계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제간 계열분리가 아닌 세 아들이 대성그룹이란 한 지붕 아래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창업주가 별세한 뒤 형제간 다툼이 벌어진 탓이다.

 

김 명예회장은 장남에겐 모기업인 대성산업, 차남에겐 서울도시가스, 3남에겐 대구도시가스를 각각 물려줬지만 지분 정리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특히 장남 김영대 회장과 3남 김영훈 회장 사이에 ‘대성’이 들어간 지주사 호칭을 두고 다툼이 생겨 법적 공방까지 가기도 했다. 현재 김영대 회장과 김영훈 회장은 각각 대성산업(대성합동지주 흡수합병), 대성홀딩스라는 지주사 명칭을 쓰고 있다. 한 그룹에 서로 독립적인 지주사가 두 개가 있는 것이다.

 

현재 부친의 유언대로 삼형제 간 계열사 분할은 마무리 됐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를 위해선 이들 회사 간 얽혀있는 교차지분을 해소해야 한다. 김영대 회장의 대성산업은 사실상 계열정리가 끝난 상황이지만 김영민 회장의 서울도시가스(SGC)와 김영훈 회장의 대성홀딩스는 아직까지도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서울도시가스, 지주사 전환 철회…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과 불화 탓?

 

서울특별시의 서부지역과 고양시, 파주시, 김포시 등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서울도시가스는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총액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1970년대까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었으나 1983년 서울시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대성그룹에 넘겨졌다.

 

서울도시가스의 최대주주는 김영민 회장(11.54%)이 아닌 부동산 관리업체 서울도시개발(26.25%)이다. 서울도시개발은 김영민 회장이 지분 98.04%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즉 서울도시가스의 지배구조는 ‘김영민 회장→서울도시개발→서울도시가스→각 계열사’로 이어진다.

 

서울도시가스의 2대주주는 지분 22.60%를 보유한 대성홀딩스다. 서울도시가스의 계열분리를 위해선 대성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김영훈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서울도시가스는 지난해 10월 15일 지주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지주사인 SCG지주와 사업회사인 서울도시가스로 쪼개는 인적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두 달 뒤 서울도시가스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사측은 공시를 통해 “대내외 환경 변화 등으로 분할추진의 당초 목적 달성 여부가 불확실해졌다”고 설명했지만 업계 일각에선 지분 매입 가격 등을 두고 김영훈 회장과의 갈등으로 연기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감몰아주기로 ‘오너 3세’ 개인회사 ‘에스씨지솔루션즈’ 급성장…모회사 역합병 ‘대박’

 

주목할 부분은 ‘공공재’ 성격의 도시가스를 일부 지역에 독점 공급하는 서울도시가스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에스씨지솔루션즈(SCG솔루션즈), 에스앤네트웍스, 한국인터넷빌링 등 3개 회사다.

 

에스씨지솔루션즈는 김영민 회장의 장남 김요한 서울도시가스 부사장이 28살 때인 지난 2009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차린 회사다. 이 회사는 서울도시산업의 자회사다.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에스씨지솔루션즈는 설립 3년 만에 매출액 300억원을 돌파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배경에는 서울도시가스 등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에스씨지솔루션즈는 지난 2012년 모회사인 서울도시산업을 역합병하는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도시가스 관련 용역관리, 배관설비 공사 등을 영위하는 서울도시산업 또한 김 부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다. 이 회사는 2008년 김 회장이 김 부사장의 그룹 승계를 위해 만든 회사로 알려졌다.

 

결국 부친이 자녀 명의로 남몰래 회사를 차리고, 자녀는 그 회사를 이용해 자회사를 세워 자회사가 모회사를 흡수 합병하는 ‘편법 상속’이 벌어진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씨지솔루션즈가 지난해 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린 매출액은 177억원이다. 이는 에스씨지솔루션즈 자체 매출액(1121억원)의 15.8%에 달하는 금액이다. 2016년과 2017년 내부거래 비율도 각각 15.4%와 12.5%에 달한다.

 

에스씨지솔루션즈의 자회사인 에스앤네트웍스도 상황이 비슷하다. 도시가스배관공사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김 부사장이 지분 전부를 소유한 개인 회사로 연간 내부거래비율이 80~90%에 달했다. 하지만 언론의 비판이 제기되자 에스씨지솔루션즈는 돌연 경영효율성 제고 등을 이유로 지난해 이 회사를 흡수합병했다.

 

인터넷을 통한 요금고지 및 납부체계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국인터넷빌링은 서울도시개발이 지분 98.4%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도시개발은 김 회장이 지분 98.04%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김 회장의 개인 회사로 볼 수 있다.

 

한국인터넷빌링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서울도시가스 및 서울도시개발의 감사보고서를 이용해 매출과 내부거래를 산출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비율은 34.5%에 달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내부거래비율도 각각 21%, 30%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 회사는 인터넷을 통한 요금고지 및 납부체제와 관련된 제반 시스템을 구축해 관계사인 서울도시가스를 비롯해 한국전력, BC카드, 신한카드, LG파워콤 등의 고지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또 서울도시가의 민원 및 체납업무도 위탁대행하고 있다. 이는 서울도시가스의 업무영역과 겹치는 것으로 ‘회사기회유용’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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