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④ 제주

  • 등록 2019.04.26 14:27:56
크게보기

제주 화첩기행

[웹이코노미=글·그림 임진우] 제주는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로서 손색이 없다. 남쪽에 위치한 섬이라서 그런지 야자수 나무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풍광이 뛰어나고 가볼만한 장소도 많다. 특히 제주 해변은 검은 현무암의 바위와 에메랄드 색상의 바다가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초봄에 방문하면 산책로 주변에 어디를 가도 노란색 유채꽃이 만발해있다. 유채 밭 속에서는 신혼부부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꽃보다 화창한 표정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매년 이 맘 때 쯤 검은색 현무암을 배경으로 일제히 노란 함성을 지르는 유채꽃 무리는 단연 제주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에는 우선 서측에 위치한 섭지코지와 성산 일출봉이 매력적이다.

 

섭지코지에서는 흰색 방두포 등대의 소박한 자태가 단연 압권이다. 밤배들이 멀리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는 건축의 합목적성이 녹아있고 자연에 어울리고 장소에 적합하니 더욱 그러하다. 앙각촬영(Low Angle)은 낮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올려다보며 찍는 촬영법인데 대상을 올려다보며 찍으면 보통 당당하고 강한 느낌의 사진이 된다고 한다. 급한 경사에 설치된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하니 자연스럽게 앙각의 시선으로 등대를 보게 된다. 이와 비교하여 이 곳 지형의 한쪽 켠에 위치한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다다오의 건축은 그의 여러 수작에 비하면 완성도가 떨어져 다소 실망스러울 뿐 만 아니라 아름다운 성산일출봉의 경관을 가리고 앉아있는 태도가 거슬린다. 때로는 기교가 없이 지어진 '건축가 없는 건축(Architecture without Architect)'이 세련되지는 않더라도 지역적 특성과 장소성을 가질 때 디자인파워를 갖게 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함덕 해수욕장도 가 볼 만 하다.

 

특히 썰물 때에 함덕의 해변은 드넓은 모래사장을 드러낸다. 워낙 넓은 해변이라 걷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왜소하다. 대자연 앞에 선 인간은 초라해 보이기 마련인지 대조적인 풍경이 만들어진다. 멀리 배경에는 서우봉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인근 카페와 맛 집도 방문하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방파제 위를 걸으면 함덕 특유의 다양한 바다풍경들이 채집된다.

 

누구라도 삶이 따분하거나 지치고 힘들 때,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또 바다는 변함없이 넉넉한 인심으로 누구에게나 치유의 풍경을 선사한다. 바다와 해변은 언제 보아도 시간이 멈춘 태고의 장면 같은 느낌이다. 봄바람 속에서 한 번 더 따사로운 제주 함덕의 해변을 한가롭게 걸어보고 싶다.

 

 

 

 

 

 

제주 비오토피아는 타계한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들을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방주교회를 비롯한 포도호텔이 인근에 위치하고 水, 風, 石 박물관 시리즈를 감상할 수 있다. 이른 아침에 방문한 방주교회는 언덕위에서 바다를 조망하고 있다. 지붕은 반사가 되는 조각판재를 사용하여 바닷물이 햇볕에 반짝이는 느낌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일본과 한국의 경계에 선 건축가는 다시 자연과 건축, 문명과 원시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건축언어로 말을 건넨다. 투박한 디테일과 솔직한 마감 재료로 건축 디자인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는 흡사 예술가의 광기처럼 건축의 본질을 끊임없이 추구했고 탐구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채, 침묵의 답사를 권유한다. “건축은 인간에 대한 찬가이자 자연 속에서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바치는 또 다른 자연이다”라는 말이 생생하다. 이런 멋진 말들은 누구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말과 그의 작업이 건축의 근원을 묻고 행해 왔음에 그 진정성 앞에서 겸허할 수밖에 없다.

 

 

 

제주 서귀포 절경 중 하나인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도 특이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한라산 정상을 설문대 할망이 한 움큼 떼어 집어 던져서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깃든 산방산은 우람한 자태를 자랑한다.

 

우선 산방산은 주변 평지의 스케일을 무시한 채 독불장군처럼 우뚝 선 모습이라 마치 초 현실 속 컴퓨터 그래픽의 장면과 흡사하다. 불쑥 솟은 형상은 신비롭고 이색적이다. 주변 어느 장소에서 보더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차로에 내려 올려다 본 보문사. 산방사, 광명사같은 사찰들이 산방산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장엄한 자연의 산세에 비해 인간의 건축은 멋을 부려도 조악할 뿐이다.

 

 

 

 

그 아래 해변으로 내려오면 용의 전설이 있는 용머리 해안으로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침식해변의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파도와 바위가 주고받은 메시지가 바위에 고스란히 문양으로 기록되어 있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지층의 스케일과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절경은 신비로운 체험을 하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역사적,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장소다.

 

관광객들은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 발을 딛고 서있는 스스로가 신기한 듯 누구나 연신 카메라를 작동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돌아서 나오는 길에 해녀들이 좌판을 깔고 손질해주는 싱싱한 홍삼과 소라회 한 접시에 어울리는 소주 한 잔의 유혹은 절경에 심취한 이들을 한 번 더 취하게 한다. 산방산과 인근 용머리 해변은 제주의 자랑스러운 비경 중에 하나이며 제주여행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이제 사방은 완연한 봄이다. 그 외에도 여러 장소가 있겠지만 간단히 제주를 추억해보니 가족과 함께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캘린더에서 연휴를 확인해보아야겠다.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정림건축 대표

 



webeconomy@naver.com

 

Asia Arts 기자 webeconomy@naver.com
<저작권자 © 웹이코노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등록번호 서울 아02404 | 법인명 주식회사 더파워 | 발행인 김영섭(편집국장 겸임) | 편집인(부사장) 나성률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종호 | 발행(창간) 2012년 5월 10일 | 등록 2013년 1월 3일 주소 :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 94, 2층 202호-A1실(방화동) | (기사·광고문의) 사무실 02-3667-2429 휴대번호 010-9183-7429 | (대표 이메일) ys@newsbest.kr 웹이코노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웹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