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빵 톺아보기➀ 삼양그룹] 대기업집단 지정 앞두고 내부거래 ‘고심’…공정위 타깃 되나

  • 등록 2019.04.23 17: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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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홀딩스·삼양데이타시스템 내부거래 심각…오너일가는 고액배당 ‘쏠쏠’

 

[웹이코노미=신경철 기자]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식품 중견기업이다. 정부는 1950년대 미국의 잉여 농산물을 원조 물자로 대거 들여와 기업에 매우 싸게 팔았는데 삼양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삼백산업’(제분·제당·면방직)에 속하는 설탕과 밀가루를 제조·판매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 회사는 삼양라면으로 국민들에게 친숙한 삼양식품과 이름만 유사할 뿐 전혀 관련이 없다. 삼양그룹은 현재도 설탕, 밀가루 등을 제조하며 ‘큐원’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식품사업과 화학사업 및 외식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삼양그룹의 지분구조는 매우 특이하다. 우선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는 창업주인 고(故) 김연수 회장의 후손 27명과 그룹의 장학재단인 수당재단·양영재단이 47.11%의 지분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그룹 승계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제간 계열분리가 아닌 창업주의 2·3·4세가 지주사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형태다.

 

또 김윤 삼양그룹 회장이 삼양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아닌 3대주주다. 창업주의 장손인 그는 지난해 지분 일부(0.28%)를 처분해 4.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의 최대주주와 2대주주는 각각 김 회장의 사촌동생인 김원 부회장(5.81%)과 김 부회장의 동생인 김정 부회장(5.28%)이다. 그간 재계에서 일반화됐던 ‘장자승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삼양그룹은 지난 2011년 그룹 주력계열사인 삼양사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삼양사의 명칭을 삼양홀딩스로 변경하고 사업회사인 삼양사, 삼양바이오팜 등 3개 회사로 분할했다. 삼양사와 삼양바이오팜은 각각 식품·사료·화학·무역부문과 의약부문을,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는 임대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 공정거래법 개정안 6월 통과 유력…삼양홀딩스·삼양데이타시스템, 내부거래 ‘적신호’

 

문제는 일감몰아주기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올해 6월 통과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분이 집중된 삼양홀딩스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감몰아주기는 계열사에 막대한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지배주주와 그 친인척에게 부를 이전시키는 행위다.

 

그 동안 지주사와 그 자회사·손자회사와의 거래는 내부거래로 잡히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일감몰아주기 비판은 지주회사에 편입되지 않은 회사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20% 이상 보유한 회사 및 해당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즉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너의 개인 회사뿐만 아니라 지주사의 자회사들까지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그물망에 걸린다는 의미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830억5700만원이다. 여기에는 지주회사 관련 수익인 배당수익과 지분법 이익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한 삼양홀딩스의 매출액은 407억1900만원이다.

 

삼양홀딩스가 지난해 자회사인 삼양사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239억1400만원이다. 이는 삼양홀딩스 자체 매출액의 5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6년과 2017년 삼양사를 통한 내부거래 비율도 각각 51%, 59%에 달한다. 여기에 삼양패키징, 삼양바이오팜 등 다른 계열사들을 포함시키면 내부거래 비율은 더 치솟는다.

 

삼양홀딩스가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로 손쉽게 매출을 올리고, 오너 일가는 이를 바탕으로 두둑한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삼양홀딩스는 최근 3년간 총 464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삼양홀딩스의 순이익 합계는 2348억원으로, 연평균 배당성향은 약 20%에 달한다. 이익의 5분의 1이 배당금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금액의 절반 가량은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간다.

 

삼양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삼양데이타시스템도 상황이 비슷하다. 비상장사인 삼양데이타시스템은 삼양홀딩스 전산팀을 모체로 설립된 IT 서비스회사로 공공·제조·금융·통신 등의 정보시스템 운영과 관리를 담당한다. 이 회사는 삼양그룹의 서버 운영 및 관리도 맡고 있다.

 

삼양데이타시스템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은 465억원이다. 같은 기간 회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평균 매출액은 165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창출하고 있다.

 

◆ 삼양그룹, 공정거래법 개정·공정위 조사·대기업 집단 지정 ‘삼중고’

 

삼양그룹의 총 자산은 약 4조9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하면 삼양그룹은 삼성이나 현대차 등에 준하는 각종 규제를 받게 되지만 간발의 차로 이를 비켜서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오너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 20%)는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포함된다. 자산 5조원 미만 기업도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당지원 금지’ 조항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할 순 있지만 실적은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초 ‘2019 업무계획’에서 ‘중견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대기업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중견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금지’ 조항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공정위의 조사 대상 기업군으로 식품유통기업을 지목하고 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업종이고, 중견기업이 몰려있어 공정위가 몇 군데만 조사해도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체 임원은 “현재 상당수 중견기업은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 가능성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삼양그룹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특히 삼양그룹은 대기업집단 지정 가능성도 있어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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