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② 라스베이거스

  • 등록 2019.04.10 11: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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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도시 라스베이거스와 위대한 자연의 서사시 그랜드캐니언

[웹이코노미=글·그림 건축가 임진우] 라스베이거스는 관광과 도박으로 잘 알려진 네바다주 최대 도시다. 호텔과 카지노 시설의 설계를 하려면 이 곳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숙박과 유흥의 천국이다. 인간 내면의 숨겨진 욕망과 억압된 욕구들을 합법적으로 해방시키기에 이만한 도시는 드물다.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상술과 과장된 건축어휘도 이 도시의 특징이다. 파리의 에펠탑과 개선문을 패러디하고 뉴욕의 자유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 클라이슬러 빌딩을 한 곳에 모아 복제한 호텔, 이탈리아의 팔라초 르네상스 양식 등의 콜라주로 이루어진 도시다. 심지어 유혹적인 조명과 분수쇼, 불쇼 등 을 동반한 볼거리들이 매일 밤 소음과 함께 거리에 넘쳐난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환락의 마지막 한 방은 결국 잭팟을 터뜨리기 위한 시도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 흥청망청 불야성의 종말은 황폐함이 당연한 귀결임에도 이 도시는 의외로 건재하다.

 

 

이 도시는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한다. 컨벤션에서는 컨퍼런스 행사와 전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각 종 학회의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 세계 각 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지식을 나누며 새로운 기술이 예고하는 미래를 토론한다. 세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가 해마다 주관하는 유니버시티 행사도 그 중 하나다.

 

제 4차 산업혁명이 우리들의 삶을 또 얼마나 스마트하게 변화시켜 갈 것인가? 그것은 편리를 넘어 또 다른 재앙이 될 지도 모르기에 진지한 연구와 강좌가 계속 이어진다.

 

 

건강한 미래를 추구하는 열정과 긍정적 에너지가 이 도시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다. 두 얼굴을 가진 라스베이거스는 오늘도 이렇게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가고 있다.

 

 

이제 위대한 자연의 대서사시, 그랜드캐니언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미국 유타주와 아리조나주를 잇는 장엄한 대자연의 장관을 보려면 그랜드캐니언이 제격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해 그랜드캐니언으로 향해 가는 여정 중에서 만나는 기묘한 산과 들녘은 거친 원시자연의 순수함을 자랑하고 있다. 드문드문 도로변에 마주한 농가들은 광대무변의 자연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랜드캐니언 인근에 위치한 엔텔로프캐니언은 초현실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바호족의 관할이라 그의 안내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고운 모래가 압축돼 이뤄진 사암의 바위 속을 오랜 세월동안 빗물이 침투해 조각한 자연 동굴이다. 자연광은 가느다란 협곡의 바닥까지 도달한다. 바닷가의 주상절리처럼 주름진 벽면마다 주홍색의 문양을 아로새기며 겹겹이 레이어 룩을 연출한다. 마치 방금 전에 목욕을 마친 여인의 살결처럼 부드럽고 사랑스럽다. 이토록 이색적인 경험은 아마도 오래 가슴 속에 각인될 것 같다.

 

 

 

주변 도시, 라스베이거스와 후버댐이 인간이 축조한 산물이라면 그랜드캐니언은 신의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이한 협곡과 웅장한 바위들을 소재로 신이 빚은 걸작의 예술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해돋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동트기 전부터 탑승을 서둘러야 한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 해가 먼저 뜨지는 않을까 마음이 분주하다. 11월의 새벽은 춥지만 동이 트는 장면은 놓치기 아깝다. 어둠을 가르며 시나브로 붉은 기운이 장관을 연출한다. 이윽고 동녘에 붉은 해가 떠오르면서 장엄한 일출과 향연이 시작된다. 수억 년도 넘는 세월 동안 자연은 한 시각도 쉬지 않고 풍화의 흔적으로 대지를 조각해왔다. 지층을 이루며 융기되고 침식된 지형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만들어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지상 최대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어마어마한 대자연 앞에 선 왜소한 인간은 문명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초라해진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파인 골짜기만큼이나 장구한 세월이 오감으로 전해진다. 신이 인간의 세상에 허락한 이 위대한 창조물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겸허하지 않을 수 없다. 압도되는 풍광에서 느껴지는 전율은 탄성으로 이어진다.

 

 

이 곳,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드러낸 신기하고 장엄한 대자연 앞에 심취한 채, 걷는 동안 내 거친 호흡의 숨소리 만 들릴 뿐이다. 그랜드캐니언 앞에 서면 누구나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 글·그림 임진우 정림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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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Arts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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