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우 건축가의 스케치여행 ① 일본 나오시마

  • 등록 2019.04.04 13: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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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과 예술의 섬 '나오시마'

[웹이코노미= 글·그림 건축가 임진우] 사업가들이 모이면 단연코 1위의 화제는 골프다. 그런 화제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를 최근 한 모임에서 들었다. 술자리마저도 점점 문화와 예술이 대화의 중심이 되고 공연과 전시, 행사와 특정장소에 대한 체험이 안주거리가 되고 있다니 골프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그 대화 중에 나오시마 스토리도 한 몫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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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코쿠 카가와현에 위치한 작고 보잘 것 없는 섬, 나오시마와 인근의 섬들은 한 때 구리와 금을 제련하느라 주변 바다는 온통 붉은 빛으로 오염되고 기형 물고기가 잡히던 혐오스럽고 황폐한 섬이었다. 약 20여년 전 쯤, 베네세 그룹의 회장 후쿠다케 소이치로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만나 새로운 장소를 구현해내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들은 재생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을 완벽한 청정으로 복원시키고 예술의 섬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섬 전체를 뮤지엄과 미술관으로 변신하게 했으니 실로 위대한 유산을 남긴 셈이다. 그 배후에는 자신의 고향 나오시마를 되살리기 위해 그들의 계획이 실행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서비스를 고치고 지원해 준 미야케 치카즈쿠라는 단체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세계 각국에서 이 섬의 자연과 예술을 보고 재생의 철학을 배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나오시마의 변신은 인근의 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데시마, 이누지마 등 주변의 섬들로 연결되어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3년 마다 개최되고 있다.

 

 

 

다카마쓰 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이동하면 세지마가 설계한 가느다란 기둥의 간결한 디자인, 페리 여객터미널에 도착한다. 쿠사마 야요이의 강렬한 색상으로 만들어진 땡땡이 문양의 호박이 방문객들을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맞아준다. 방문객들은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인증샷을 필히 남겨야하는 나오시마 미야노우라항의 상징이란다. 섬의 반대 쪽 혼무라 항 마을로 이동하여 아트프로젝트로 변신한 오래된 고택들을 찾아 보물지도를 들고 발품을 팔며 하나씩 만나게 되는 놀라운 예술세계는 보석을 차례대로 발견하고 캐내는 기쁨과도 같다.

 

 

 

조금 이동하여 바다조망이 좋은 언덕에 오르면 안도 다다오의 미술관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야심작 3종 세트인 베네세 하우스뮤지엄, 지중미술관, 이우환 미술관은 건축과 예술작품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고있다. 먼저 '지중미술관'에서 미술작품을 통해 작가 3인을 만나보자. 빛으로 몽환적 예술을 연출하고 체험하게 하는 제임스 터렐과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대지미술로 연결되는 작업의 주인공인 월터 드 마리아, 연못가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이처럼 각 각의 작가에 맞춤형으로 특색있게 설계된 지중미술관은 건축공간으로 예술작품을 잘 설명하고 있는 좋은 사례다. 미술관의 형상을 모두 대지 속에 감추고 있어서 건축가의 절제미가 돋보인다. 지중미술관에서 바다 방향으로 걸어내려오면 인근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작가의 작품을 별도로 전시하는 '이우환미술관'이 위치한다. 아시아의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회화와 조각작품을 명상 속에서 감상하도록 설계되었다. 돌과 철이 상징하는 원시성을 느껴보고 침묵 속에서 더 큰 우주의 차원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미술관을 돌아보고 일행들과 걸어서 베네세 파크비치 호텔 앞에 도착하니 니키 드 생팔의 컬러플한 조형물들이 녹색의 잔디밭 위에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바다 풍경 쪽 운치가 있는 벤치에 앉아 해변을 감상하다 참지 못하고 결국은 바지를 걷고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초여름의 더운 날씨지만 철부지같은 기분으로 텀벙거리고 들어간 바닷물은 깨끗하고 시원하다. 저 멀리 제방 끝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색 호박이 다시 반갑게 손짓한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한 번 쯤은 예술과 자연복원의 의미가 담겨있는 스토리 속으로의 여행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나오시마처럼 의미와 스토리를 담을 수 있고 국제성까지 확보가능한 장소가 있을까. 수십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청정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곳, 바로 DMZ이다. 분단의 아픔을 극복한 평화공원으로서 예술과 문화의 장소까지 결합하면 이보다 강력한 역사와 스토리를 지닌 땅도 드물다. 남북의 관계에도 조심스럽게 봄소식이 기대되는 요즘이다.이런 둘도 없는 위대한 자산을 활용하여 우리들과 후손들이 반드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구현해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탑승을 기다리는 시간과 돌아오는 기내에서도 가슴이 내내 벅차다.

 

 

 

 

본 에세이는 필자 임진우의 '건축가의 감성스케치북' 중, '나오시마'편을 재구성하고 스케치를 더 추가하였습니다.

 

글·그림 임진우 정림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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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Arts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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