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경영권 상실 ‘초읽기’…“FI와 갈등 해결은 지분매각뿐”

  • 등록 2019.04.03 15:31:30
크게보기

FI 4곳, 신 회장 상대로 중재 소송…업계 “경영권 포기가 최선의 해결책”

 

[웹이코노미=신경철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의 중재 신청 강행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됐다. 신 회장측은 “중재 신청을 해도 철회가 가능한 만큼 협상의 문은 열려있다”는 입장이지만 FI측은 “협상안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이를 거부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신 회장이 FI와 함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갈등을 매듭짓는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의 경영권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측은 지분 공동매각과 경영권 포기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 회장이 FI의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 매각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는 만큼 일각에선 신 회장이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선 신 회장의 경영권을 상실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IMM, 베어링 등 프라이빗에퀴티(PE)과 싱가포르투자청 등 교보생명의 FI 4곳은 지난달 20일 신 회장을 상대로 한 주식 풋옵션(지분을 특정가격에 팔 권리) 이행을 강제해달라고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양측의 갈등이 결국 중재 소송으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이 자사 보유 교보생명 지분(24%)을 팔려고 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FI들에 해당 지분을 1조2054억원에 사 달라고 요청했다. 1주당 24만5000원이다. 교보생명은 그 대가로 2015년까지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여기에 추가로 기한 내 IPO를 못 하면 회사가 아닌 신 회장 개인이 FI들의 교보생명 지분을 되사는 조건(풋옵션)도 내걸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번번이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IPO를 연기했다. 이에 FI 4곳은 지난해 11월 2017년 회계기준으로 2조122억원(1주당 40만9000원)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FI 측은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를 하기로 해놓고 차일피일 미룬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적정가치를 주당 20만원대로 보고 있다. 증권시장에 상장할 때 매겨지는 상장가를 기준으로 풋옵션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지난달 12일 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IPO 성공 후 차익보전 등의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또 FI측과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풋옵션 조항을 넣은 주주 간 계약(SHA) 자체가 무효라는 소송도 검토 중이다. 신 회장이 교보생명 대주주지만, IPO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하기 때문에 SHA에서 IPO 관련 조항은 원천 무효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신 회장이 계약의 원천 무효 소송을 진행해도 큰 실익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중재 재판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중재 재판은 단심제로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항소가 불가능하다.

 

결국 신 회장의 남은 카드는 FI측과 합의를 하거나 중재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는 것 뿐이다. 중재 판결 이전에 IPO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중재 소송 중에 IPO 심사가 힘들고, 물리적인 시간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FI측은 신 회장이 제시한 새로운 협상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달 29일 윤열현 보험총괄담당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FI와의 중재 대응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업계에선 2조원에 달하는 풋옵션 가치를 고려하면 결국 신 회장이 경영권과 지분을 내놓는 방법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야 그나마 나는 가격으로 지분을 정리할 수 있고, FI들도 이를 통해 만족할만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FI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경영권 매각은 포함되지 않아 외부 인수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신 회장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들과 사모펀드에 FI가 갖고 있는 지분의 매각을 타진했지만 다들 손사래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경영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3위인 교보생명은 시장에선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이는 신 회장이 경영에 완전히 손을 뗀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신 회장이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 보험업계에선 인수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

 

신경철 기자 webeconomy@naver.com
<저작권자 © 웹이코노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등록번호 : 서울 아02404 | 운영법인: 주식회사 더파워 | 발행·편집인 : 김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호 | 발행일자(창간) : 2012년 5월 10일 | 등록일자 : 2013년 1월 3일 주소 :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 94, 2층 202호-A1실(방화동) | (기사·광고문의) 사무실 02-3667-2429 휴대번호 010-9183-7429 | (대표 이메일) ys@newsbest.kr 웹이코노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웹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