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년 연속 파격 행보’ 노벨문학상, 미래 문학의 방향 모색

  • 등록 2017.10.13 21: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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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 손정호 기자] 노벨문학상을 결정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최근 올해 수상자로 일본계 영국인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선정했다. 2015년 우크라이나의 기자이자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년 미국의 포크팝 가수 밥 딜런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는 다시 순수문학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소설가의 면면을 뜯어보면 올해도 노벨문학상의 행보는 파격으로 읽힐 수 있다.

 

 

 

1901년 프랑스의 시인 쉴리 프뤼돔이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벨문학상은 시인과 소설가, 극작가들에게 주로 돌아갔다. 간혹 버트란트 러셀, 앙리 베르그송, 루돌프 오이켄 같은 철학자와 역사학자 테오도어 몸젠, 2차 세계대전을 이끈 정치가 겸 저술가 윈스턴 처칠 등이 포함됐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줄어든 문학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보여서 슬프면서도 희망을 갖게 된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픽션을 쓰는 작가가 아니다. 기자 출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목소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소설의 형식으로 논픽션을 저술하는 작가다. 전쟁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의 문제,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파괴되는 여성의 영혼을 조명함으로써 전쟁과 여성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존재의 간극 속에서 인류에 대해 고찰하는 활동을 해왔다. 같은 글쓰기이지만 방법론이 달라 서로 다른 영역으로만 분류되어온 저널리즘과 문학의 해후, 또는 콜라보레이션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밥 딜런은 너무나 유명한 미국의 가수다. 철학자, 역사학자, 수필가 등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가수 또는 작사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작년의 선택은 매우 큰 충격과 파격으로 다가온 바 있다. 음유시인으로 불릴 수 있는 가수들의 가사가 갖고 있는 시적 가능성을 처음 인정한 것이며, 책 속의 시에서 벗어나 음악 등 다른 영역과 어울리며 융합하는 시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고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순수한 소설가로 보이지만 SF와 추리 등 장르문학을 받아들이면서 현재적 글쓰기 또는 미래적 글쓰기를 해온 소설가로 분류된다. 그의 작품들은 여러 편이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가즈오 이시구로는 뮤지컬 대본과 재즈 작사 등 다양한 문화영역에서 활동해온 작가다. 그렇기 때문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문학상 수상 역시 앞으로 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존재해야만 그 고유의 가치를 통해 인류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보존하며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노벨문학상의 새로운 3년차 행보는 문학의 위기, 또는 고전적 문학의 영역적 형해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주의를 토대로 한 사실주의 소설이나 시는 여전히 창작되며 고유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판타지와 SF, 추리소설이 문학의 중요한 영역으로 급부상한 게 사실이다. 장르라고 불리며 변두리로 치부되는 작품들은 이제 모두 작품성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힘들다. 문학과 영화 등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사실주의와 비등하거나 조금 더 큰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같은 남미 환상주의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보았으며, 고전으로 불리는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소설에 이어 영화 시리즈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익히 알고 있다. 미국 현대 소설을 대표하는 코맥 매카시의 SF 소설 <로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소설인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의 필립 K. 딕, 공포 추리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의 매력도 잘 알고 있다.

 

 

 

장르문학, 스토리의 콜라보레이션 등 새로운 융합 현상들은 앞으로 그 의미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존재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문학과 인류의 긍정적인 미래에 더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도 이런 측면에서 가즈오 이시구로와 밥 딜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문학 또는 문화계도 이런 변화의 움직임을 적극 그 중심부로까지 받아들여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주장에는 합당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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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호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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