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원짜리 주식에 건 대박의 꿈'...올 단타매매 96%는 개미

  • 등록 2017.10.04 08: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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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레이딩 거래량의 89%, 만원 미만의 저가주

[웹이코노미] #1. 경기 성남시에서 육류도매업을 하는 박 씨(55)는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2014년 2월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날그날 시세가 분출하고 거래량이 큰 테마 종목을 위주로 집중 투자했다. 투자금 8000만원은 한 때 최고 1억5000만원을 찍기도 했다. 자신감이 붙자 하루 한 종목에 2번 이상 매매하는 등 초단타매매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급등 테마 종목은 특성상 낙폭도 크다. 손절 타이밍을 놓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급등락하는 종목의 매매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3년여가 지난 현재 계좌 잔고는 17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지출된 주식 거래 수수료만 6000만원에 이른다.

 

 

 

#2. 대구 남구에 사는 주부 김 씨(61)는 증권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이 소개하는 대박 투자 사례를 듣고 투자법을 바꿨다.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S-OIL, POSCO, 삼성전기 등 대형주를 처분하고 2013년 5월 1억1000만원을 가지고 본격 단타매매에 뛰어들었다.

 

 

 

4년여가 지난 현재 잔고는 45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주식 거래 수수료로만 1900만원이 나갔다. 여기에 그동안 주식 전문가 9명에 지불한 월회비 60만~88만원까지 반영하면 투자금의 95%를 날렸다.

 

 

 

이들 전문가가 추천한 종목은 대부분 급등할 수 있는 만원도 안 되는 '저렴이' 종목이었다. 간혹 수익을 보는 종목도 있었지만 손실을 보는 종목이 더 많았다. 매매 타이밍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김 씨는 단타매매에 뛰어들기 전에 보유했던 대형주를 그대로 쥐고 있었으면 이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버리지 않고 편히 수익을 볼 수 있었을텐데하며 후회했다.

 

 

 

#3. 저금리로 고민하던 경기 분당에 사는 개인사업자 고 씨(49)는 증권업에 종사하는 지인의 추천으로 2015년 12월 첫 주식투자를 나섰다.

 

 

 

평소 미래 유망 산업으로 손꼽히던 바이오산업을 눈여겨보던 그는 바아오 의약품 제조 개발사인 셀트리온의 주식 1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와 함께 셀트리온제약 1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4300만원, NAVER 330만원에도 함께 돈을 넣었다.

 

 

 

매입 당시 8만원에 불과하던 셀트리온은 현재 2년도 안 돼 2배 가까이 뛰었다. 현재 고 씨의 예탁 자산은 27억원으로 불었다.

 

 

 

한국 개미들이 단타매매에 푹 빠졌다. 올 들어 전체 주식 거래량의 절반 가까이가 하루 만에 사고팔기가 이뤄지는 '데이트레이딩'이었다. 특히 데이트레이딩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96%에 달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만원도 되지 않는 저가주에 주로 투자했다. 올해 데이트레이딩 거래량 가운데 만원이 되지 않는 종목이 90%에 육박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주식 거래량 1955억주 가운데 데이트레이딩 거래량은 939억주로 48.01%를 차지했다.

 

 

 

국내 주식 거래의 절반 가까이가 기업의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건전한 장기 '투자'가 아닌 잠깐의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증시 종류별로 보면 거래량 기준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서의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40.56%, 51.66%였다.

 

 

 

주식 '투기'는 개인들이 주도했다.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의 데이트레이딩 가운데 개인이 897억주를 거래해 비중이 95.53%에 달했다. 이어 외국인(35억주), 기관(4억주)이 각각 3.73%, 0.37%로 그 비중이 미미했다.

 

 

 

데이트레이딩은 만원도 안되는 저가주에 쏠렸다. 올 들어 데이트레이딩 가운데 1만원 미만 저가주는 거래량이 89.02%에 이르렀다. 이어 1만∼10만원의 중가주는 5.51%, 10만원 이상인 0.37%이다. 만원도 안 되는 주식에 대박의 꿈을 건 것이다.

 

 

 

올 들어 데이트레이딩 상위 10종목을 코스피에서 보면 한진해운(24억주), 미래산업(15억주), 아남전자(12억주), SK증권(10억주), 흥아해운(8억주), 성지건설(6억주), KGP(6억주), 세우글로벌(5억주), 아비스타(5억주), 페이퍼코리아(5억주) 등 순이다.

 

 

 

코스닥에서는 KD건설(67억주), 에스마크(12억주), 세종텔레콤(12억주), 코디엠(11억주), 국일제지(10억주), 이트론(10억주), 이에스브이(9억주), 지엔코(9억주), 이화전기(9억주), 빅텍(9억주) 등의 차례이다.

 

 

 

12년여간 위탁매매 업무를 한 증권사 직원은 "대박 바라고 주식 단타매매에 뛰어드는 개인들이 있는 데 성공한 사례는 10명 중에 1명이 될까 말까"라며 "주식 투자는 수익률을 누적해 가는 것이 핵심인데 개인들은 원금 보전 심리가 강해 몇 종목이 상한가를 쳐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종목에서 손절매할 시점을 놓쳐 더 많은 돈을 잃어 결국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사례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센터장은 "기업의 객관적인 지표보다 증권방송, 소문 등의 정보에 의존해 주식 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상당수인데 대부분은 실패한다"며 "많은 실패 사례가 있음에도 이들 단타매매를 하는 개미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 사업이 활성화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까막눈의 주식 투자자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현재 돈을 버는지, 앞으로 돈을 벌 수 있을 정도의 성장성이 있는지, 투자금이 몰릴 정도로 관심도가 높은지 이 세 가지를 잘 따져본 후 장기 투자하는 것이 개인들이 주식 투자에서 필승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 webeconomy@naver.com

 

 

 

김상영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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