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의나루역의 파업 포스터 그리고 행복의 경제학

  • 등록 2017.09.15 17: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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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 손정호 기자] 최근 이직을 하면서 현재 매체인 웹이코노미 사무실이 있는 여의나루역으로 출근한다. 2년 만에 여의도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여의도는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 중 한 곳이다. 그만큼 바쁜 일상이 펼쳐진다. 별다른 일 없이 길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나 스스로 바빠지기 마련이다.

 

 

 

13일 여의나루역으로 언제나처럼 제때 출근하다가 지하철역 벽에 붙어 있는 3장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한 장은 KBS와 MBC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것이었다. "KBS와 MBC는 지금 파업 중입니다.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다른 한 장은 전국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의 것이다. "부당해고 4000일, 이제 그녀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모자를 쓴 한 여성의 얼굴 그림이 프린트돼 있다. 포스터는 승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그녀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KTX 승무원은 코레일 소속이 아니라서 충돌, 탈선, 독가스 살포, 사상사고 등에도 안내방송으로 임무가 제한된다는 주장이다. 승객 안전을 위해 코레일이 KTX 승무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요지다.

 

 

 

또 다른 포스터는 근로기준법 59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근로기준법 59조가 폐지될 때까지 저임금 장시간노동자를 공개 채용한다는 유머러스한 포스터다.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과로사회 한국에 헌실할 인재를 찾고 있다. 근무조건은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른 무제한 근무, 우대사항은 무제한 근로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열정페이에 감사할 줄 아는 인성이다. 친구와 가족을 만나지 못해도 뼈 빠지게 일할 노동자, 노조에 관심 없는 노동자를 찾고 있다.

 

 

 

이 포스터에 의하면 근로기준법 59조는 주 40시간 노동제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무제한 연장근무를 시킬 수 있도록 허용한다. 최근 대형버스 참사와 화물차 사고, 집배원 과로사 등은 무제한 연장근무를 허용하는 업종에서 발생했는데, 국회가 해당 업종의 범위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사용자 눈치보기용 축소가 아니라 완전 폐지가 맞다고 항변한다.

 

 

 

버스기사는 하루에 18시간, 3일 연속 일해도 졸음운전을 하면 안 되고, 우체국 집배원은 하루 평균 2만4000보로 밤 10시까지 마라톤을 한다는 것. 영화와 방송 분야는 하루 18시간 서서 졸며 촬영하고, 병원 노동자는 밥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도 친절을 강요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광복된지 아직 100년이 되지 않았다. 한국이라는 헌법 국가의 역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서는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5전쟁을 겪으며 폐허가 된 나라 위에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매우 빠른 규모의 경제 성장에 성공했다. 이제 배가 고파서 굶어죽거나 밥을 구걸하는 거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분명히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는 박수를 받아야 하는 문제에도, 보다 나은 상태로 나가기 위해 같이 고민하고 지혜를 구해야 하는 문제에도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중적 프레임에 갇혀서 장점을 잘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판만 가득하다. 올해 IMF 기준 GDP 순위 12위의 한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려면 이 문제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공회전처럼 보이는 비생산적인 싸움보다는 무엇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는 지하철 여의나루역 포스터 3장 앞에서 행복 경제학을 생각했다. KBS, MBC, 철도 노동자, 버스기사, 우체국 집배원, 영화 종사자, 병원 노동자 모두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도 행복하지 않다. 모두가 그다지 많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행복의 전제조건으로 경제력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사자의 일상을 채우는 삶의 질적 조건들도 행복을 규정한다. 경제적 성장, 행복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조화를 이룰 때 글로벌 선진국 반열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행복 추구는 생산성 향성, 불필요한 갈등 감소라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손정호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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