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끝나지 않은 ‘마녀사냥’에 대한 담론

  • 등록 2018.06.0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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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손시현 기자] '마녀' 하면 흔히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검은 고깔을 쓴 괴팍한 여성이 떠오른다. '발레리나' 하면 순백의 의상이 떠오르고, '프랑켄슈타인' 하면 초록색 괴물이 떠오르는 것만큼이나 마녀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확고하게 각인된 상태다. 다만 이러한 마녀의 모습이 유럽 종교개혁 시기에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학살, 즉 마녀사냥에서 어느 정도 기인하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마녀사냥은 21세기인 현재에도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 누구나 마녀사냥의 가담자가 될 수 있고 또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이 시점에서 마녀사냥에 대해 알아보자. 대중문화에서 살아 숨 쉬는 마녀 현재 대중문화에서 쓰이는 마녀의 이미지는 흔히 알려진 음울한 이미지의 마녀가 아니다. ‘성(性)’에 관한 뜨거운 담론을 펼쳤던 모 방송사의 예능방송 ‘마녀사냥’, 매혹적인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 ‘마녀의 연애’, ‘마녀 유희’ 등 오늘날 대중문화에서의 마녀는 ‘기묘한 매력을 지닌 채 사람의 마음을 빼앗는 여자’ 정도의 의미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를 말한 것이며, 기존의 마법을 부리거나 빗자루를 타고 다니는 마녀 이미지를 답습한 작품도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웹툰 ‘마녀사냥’이나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 뮤지컬 ‘위키드’ 정도가 있다. 뉴욕시에는 실제로 마녀 학교가 존재한다. 신종교 중 하나로 미국 내에서만 20만 명 이상의 신도를 보유한 ‘위카’의 주술과 점성술, 약초, 타로 등에 관련된 수업을 제공한다. 강의를 들어갈 때 챙겨야 할 준비물은 빗자루와 지팡이가 아닌 펜과 공책 그리고 열린 마음이다. 이렇듯 21세기에서 마녀는 주목받는 콘텐츠 중 하나로 마녀를 소재로 한 다수의 창작물과 문화 소비 거리가 존재한다. 현재 마녀에 대한 이미지는 분명 많이 변했으나, 마녀사냥은 여전히 존재하며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마녀사냥의 시작, 그리고 현재 마녀사냥은 16세기에서 17세기인 종교개혁 시기에 유럽에서 벌어진 대학살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성행한 마녀사냥은 그칠 새 없이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로 이어졌고 수 세기 동안 수십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의 목숨을 잔인하게 빼앗았다. 마녀로 지목된 용의자는 본인의 고문에 드는 비용, 판사들의 인건비, 본인의 체포와 화형에 드는 비용, 당시에 존재했던 마녀 세까지, 본인의 재판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급해야 했다. 화형에 처하고 난 뒤 용의자의 전 재산은 용의자를 마녀라고 지목한 사람에게로 양도되었다. 이처럼 마녀로 지목된 사람 중에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 줄 사람이 없는 부유한 과부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렇듯 16세기에서 17세기 당시의 마녀들은 대부분 탐욕스러운 사회의 희생양이었다. 유럽에서는 1차 대전 이후로,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로 공식적인 마녀재판은 사라졌지만, 마녀사냥은 21세기인 지금도 다른 형태로 지속하고 있으며 마녀사냥이라는 단어 역시 널리 쓰이고 있다. 정말로 누군가가 마녀인지 아닌지, 그 진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진실만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현대인들의 단면을 두고서 ‘마녀사냥’이라 부른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누구나가 마녀사냥에 가담할 수 또 마녀사냥의 용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에서도 이어지는 마녀사냥 과거 마녀사냥을 당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잔 다르크다. 15세기까지 이어진 백년전쟁에서 활약한 프랑스의 영웅이자 가톨릭 성인인 잔 다르크는 정치적 거래의 희생양으로서, 종교 간 이해관계의 희생양으로서 화형을 당하게 된다. 사후에는 명예가 회복되었지만, 당시 마녀로 몰려 사형당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최근의 마녀사냥 일례로는 페루의 한 원주민 마을에서 마녀로 몰려 사냥당한 70대 노인의 일화가 있다. 이는 폐쇄된 마을에서 원주민들 간의 무지한 종교의식으로 인해 이루어진 사건으로, 노인은 마법을 써서 질병을 퍼뜨렸다는 명목으로 3일간 화형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멀리 가지 않고 바로 인터넷만 봐도 마녀사냥을 쉬이 접할 수 있다. 정확한 진위를 파악하지 않고 자극적인 글들로 이루어진 수많은 기사, 거기에 역시나 진위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진실로 판단하며 집요하게 추궁하는 이름 없는 네티즌들.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는 만큼 이러한 현상 역시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마녀사냥, 21세기 현재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고 또 누구나가 가담할 수 있는 마녀사냥의 일례이다. 마녀를 둘러싼 소문과 해명 유럽에서 성행한 마녀사냥은 근대 초기까지도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로 이어졌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마녀는 점점 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갔다. 커다란 매부리코에 사마귀가 났다는 억측에서부터 사악한 주문을 외우거나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사탄 숭배자이며 아이들을 잡아 그 제물로 바친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우선 마녀를 사탄 숭배자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실 사탄은 기독교에 의해 뒤늦게 확립된 개념이다. 오히려 전통적인 마녀라면 자연과 대지에 내재한 절대적인 힘과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을 숭앙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의 신종교 중 하나로 뉴욕시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마녀 학교에 고유의 주술을 제공하는 위카 종교의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말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저주하거나 아이들을 제물로 바치는 건 교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또, 모든 피조물에 깃든 신성을 숭앙하는 그들의 주문은 오히려 치유, 사랑, 조화, 지혜, 창조 등을 강조하며 자연의 모든 것을 신성시한다고 전해진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진위 파악이다. 다수의 의견에 쏠릴 것이 아닌, 뚜렷한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과거 아무런 잘못 없이 목숨을 빼앗긴 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더는 무분별한 마녀사냥이 이루어져선 안 된다. WD매거진팀 webeconomy@naver.com
손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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