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감각을 더해 새로운 공간으로 태어나다' 병원가구 디렉터 데코이즈 김민정

  • 등록 2018.05.1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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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손시현 기자] 취재차 방문하게 된 병원, 그 중에는 평소 병원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의 딱딱한 관념을 깨트리는 몇몇 병원들이 있었다. 딱딱하고 차갑다고만 생각했던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가 아닌, 특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모여있는 휴게실. 소재가 뛰어난 병원 가구들로 더 안락해 보이는 병실과 다채로운 컬러로 심리적 안정까지 추구하는 색다른 병원 인테리어는 내 눈길은 물론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문득 궁금해졌다. 디테일의 차이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숨은 공신의 얼굴이. 편안함과 감각적인 감성을 넘나드는 병원 가구 전문회사 데코이즈의 디자이너 김민정을 찾았다. 많은 환자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 병원에서 가구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일까? 가구·디스플레이 디자이너 김민정을 통해 감각을 입은 병원 공간의 진화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Q. 반갑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사실 제 첫 전공은 패션과 사진이었어요. 삼성 제일모직 코디네이터와 VMD, 현대백화점 DP팀, 롯데 디자인실을 거쳐 디스플레이 디자이너로 10여 년 넘게 활동했어요. 그러다 업계에서 제가 하던 일이 아웃소싱팀 체제로 변환되면서 저는 따로 가구와 디스플레이 전문 회사 데코이즈를 설립하게 되었죠. 결혼 후 서울 여의도에서 인테리어회사를 다니고 있던 남편의 도움으로 데코이즈 오픈 초기에 DP가 강한 인테리어 업무도 겸했는데 점점 공간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뒤늦게 대구에서 서울을 오가며 다시 건국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실내환경 디자인을 공부하고 외국 박람회를 오가며 견문을 넓혔죠. 그 후, 제작 가구가 메인인 모델하우스를 자주 접하며 자연스럽게 현재 제가 하는 일인 공간 세팅과 같은 영역으로 확대된 것 같아요. Q. 병원을 전문적으로 디스플레이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 새롭네요. 어떻게 병원 가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정말 우연적이고 자연스럽게 병원 가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키워진 감각이 있는데, 바로 공간에 맞는 마감재 선택과 색상에 대한 매칭 감각이었죠. 이 감각을 인정받아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병원과 전국구의 프랜차이즈 치과병원들을 상대로 병원공간 마감재 및 컬러제안을 해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거래하던 건축, 인테리어 사무실에서는 컬러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줄 저를 계속 찾아주셨고, 자연스럽게 모델하우스를 디스플레이하듯 병원 디자인 가구를 담당했어요. 현재는 산부인과, 소아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병원의 각 과별 특징과 고객을 철저히 분석하고 고려해서, 진료과목별, 층별, 용도별이라는 기능성이 우선된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나아가 환자의 입장에서 '편안한 병원, 카페 같은 병원, 호텔 같은 병원' 등 컨셉별 디자인과 PT, 작업까지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터치하고 있죠. Q. ‘병원 가구는 편안해야 한다’는 김민정 실장님의 디자인 철학, 왜 그렇게 고집하게 되셨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버지께서 병원에서 6년간 암 투병을 하셨어요. 암센터와 삼성 병원, 한양대 병원을 오가시는 걸 곁에서 지켜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자가 사용할 병원 가구는 편안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게 됐습니다. 보호자 입장이었던 저 역시도 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어떻게 보면 환자만큼 마음이 힘들고 지친 분들이 바로 보호자들이니까요. 잠깐이라도 기대어 눈붙일 수 있는 편안한 가구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이 그 6년 동안에 저에겐 자연스레 생겨버린 것 같아요. Q. 그동안 어떤 병원들 가구를 디자인하고 공간 디스플레이를 하셨나요? 가장 최근에는 대구 신남네거리에 8개 층, 300평 규모로 신축한 정형외과병원의 각 층별 가구 세팅을 담당했어요. 또한, 동성로의 대형 치과 병원 신축 때부터 6~7층 복층 가구 세팅과 5m 대형 크리스마스 오픈트리 제작 및 장식, 복층 조명디자인 및 제작시공, 국내에서 보기 드문 웨이브벽 천, 패브릭·플라워데코, 미술 작가의 작품 디스플레이, 하늘정원까지 층별로 공간을 연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던 적도 있고요. 또 칠곡의 한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층별로 위치해 있어 산부인과와 소아과 각과의 특성과 환자의 연령대에 맞는 컨셉별 가구디자인과 공간 세팅을 진행하며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많은 병원의 실적을 쌓게 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병원 가구 전문회사 데코이즈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웃음) Q. 공간 디스플레이 일을 10년이 넘게 해오셨는데, 일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8년 전, 모델하우스 전체 세팅을 할 때 큰 프로젝트에 욕심이 생겨 무리했다가 건설사 부도로 회사 운영에 큰 타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 때였죠. 그런데 저는 그때 공부를 택했습니다. 대학 때조차 안 해본 학자금 대출이라는 걸 처음 내봤고, 그 돈으로 대학원 공부를 했어요. 모르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 하며 욕을 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 빚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저는 그 후로 '나쁜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말을 믿습니다. 그런 전환점이 현재는 프로패셔널한 전문가들과의 아웃소싱과 프로젝트 매니저 기용으로 더 새로운 회사 운영 방식을 취할 수 있게 빛을 발했죠. 또한, 한 치 앞만 내다보는 회사 규모 키우기가 전부가 아닌, 경제적 실속을 챙길 수 있게 됐고 덤으로 시간의 자유까지 얻었어요. Q. 병원 가구 일을 오래 해오셨는데, 일하면서 어떤 보람을 느끼나요? 살면서 주변에서 흔히 의사나 법조계에 아는 사람 한두 명은 있으면 좋다고들 하잖아요. 병원 쪽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오늘도 남편 친구분 어머님이 허리통증으로 거의 거동을 못 하고 계셔서 그분께 도움을 드렸어요.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그간 일을 하며 선생님들과 쌓아놓은 신의로, 대신 도움 드릴 수 있었던 거죠. 이럴 때 참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아픈 환자들을 계속 보면서 저 또한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걸 인지하게 되니, 소소한 일상의 시간이 소중함을 알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병원 가구 일은 워커홀릭이던 제 삶을 바꿔줬어요. 예전엔 아이들 둘 재워놓고도 계속 일을 했다면, 이제는 매달 아이들과 캠핑으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어요. 봉사 활동도 같이하고요. 또 매주 금요일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러 가는데 오히려 제가 힐링하고 와요. (웃음) 일의 양은 예전에 비해서 반도 안 하지만 저는 요즘이 가장 행복합니다. Q. 이 일을 좀 더 잘해나가기 위해 신경을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큰 프로젝트들이 많아지면서부터 한 현장이라도 가구 팀을 나눠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요. 제가 직접 기획하는 디자인 제작 가구 파트와 해외구매 가구, 기성 가구 비중을 모두 조화롭게 섞어서 다양하게 활용하죠. 특히 소수의 비주얼담당 가구와 기성 가구의 혼합 구성으로 경제적인 부분까지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클라이언트들의 만족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어느 회사보다 더 합리적인 금액대의 가구 프로젝트를 설계해드릴 자신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저도 한때 너무나 실속 적이고 합리적으로 급변해가는 가구 시장구조에서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소비자들도 무조건 저렴한 가격만이 목표가 아닌 걸 알게 된 후, 디자인과 가격의 최적의 발란스로 ‘가성비 갑’이라는 칭찬도 듣게 되었습니다. 1:1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최적화된 가구회사라는 위치를 잡기 위해 협업이라는 방식도 고안하게 됐어요. 이제 이 일을 시작한 지 어언 20여 년 가까이 되었기에 이제는 전문적인 업체와 함께 파트너쉽을 발휘하고 있죠. 오랫동안 장인정신으로 가구를 만들어온 제작회사와 해외구매하는 수입파트를 나눠서 진행하고 있어요. 편안함을 추구하는 제 스타일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멋스러움을 더해가며 발전을 모색하고 있달까요? 제가 직접 가구점을 운영하지 않고 이렇게 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에요. 다양한 종류의 가구들을 자유롭게 매칭해줄 수 있어야 매번 카멜레온처럼 변화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Q. 앞으로도 편집 가구점 오픈 계획은 없으신가요? 예전에는 '폼나는 가구·소품 편집숍'을 가지는 그림도 그렸지만, 지금은 조금 고민이 됩니다. 프로젝트별로 마지막 공정이 가구 파트다 보니, 매번 샘플 작업을 하는 시간도 모자랄 때가 많아서 오프라인 샵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일을 수주하기가 수월해지면,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게 게을러지거나 안일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 아직은 계획에 없어요. 저는 한곳에 머무르고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것, 멋진 것을 찾아다니고 싶어요. 빠듯할 일정에도 외국 건축 투어를 가고, 발이 부어오르도록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초심을 잃지 않는, 영원한 실무진 마인드를 갖춘 '디자인 보헤미안'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아직도 실장 명함을 쓰고 계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아직도 가구 컨셉작업이나 가구스케치, 가구도면작업, 소재, 컬러 작업의 대부분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대표 명함을 안 쓰고 실장 명함을 쓰는 이유기도 합니다. 저는 가구디자이너 출신이 아니기에 늘 발로 뛰며 계속 배운다는 마음으로 일해요. 대구에서 서울 경기도의 가구 제작 공장을 찾아가서 샘플을 작업하고, 가장 편안한 디자인과 사이즈로 수정하기 위해 다시 직접 찾아가죠. 10여 년간 거래한 가구제작 회사에서는 10년을 거래하고도 못 믿냐는 뜻을 내포한 질문을 해요. 저한테 아직도 일일이 직접 확인하시냐며 까다롭다는 듯 처다보시곤 하죠. (웃음) 그렇게 하니 ‘A/S가 거의 없는 가구 세팅’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으세요. 저는 앞으로도 제가 이일을 계속하는 동안은 현장 일선에서 먼지를 마시며 함께 호흡하는 실무자가 되고 싶습니다. WD매거진팀 webeconomy@naver.com
손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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