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직업병, 예방할 수 없을까?' 근로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특수건강검진

  • 등록 2018.04.30 15: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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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손시현 기자] 영국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미친 모자 장수(Mad hatter)’는 19세기의 직업병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당시 모자 제작에 사용되었던 직물 제조과정에서 수은이 많이 사용되었고, 수은에 중독된 모자 제조업자들에게서 성격 이상과 언어 장애, 손 떨림 등의 증상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업병을 거론할 때 항상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1988년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많은 근로자에서 다발성 뇌경색과 심근경색이 발생한 원진레이온 사건이다. 지금도 제조·서비스업과 같은 산업현장에는 수많은 근로자가 다양한 위험인자에 노출되고 있다. 2016년에는 고전적 직업병인 메탄올 중독사례가 발생했고, 여전히 후진국 같은 사건 사고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떠한 물질은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기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어떤 물질은 간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중금속 중독이나 유기용제에 의한 영향은 일반적인 건강검진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항목도 있을 수 있다. 또 직업병의 진단을 위한 검사방법과 검사의 질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다시 말해,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노출되는 인자의 종류와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적절한 검진이 행해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직업병 예방과 진단의 중심에는 특수건강검진제도가 있다. 이 특수건강검진은 고용노동부 지정 특수건강진단기관으로 등록된 곳에서만 시행할 수 있으며 2018년 3월 기준으로 전국에 234개소가 지정돼 있다. 특수건강검진의 종류에는 배치 전 특수 건강진단, 수시 건강진단, 임시 건강진단 등이 있으며 실시 주기는 유해한 환경 업무에 배치되기 전에 ‘배치 전 건강진단’을 시작하고, 주기에 따라 배치 후, 첫 번째 특수건강진단을 한 뒤에는 주기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한다. 특수건강진단의 한 종목인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은 간호사, 소방관, 경찰관 등과 같이 야간교대근무가 필수적인 직업군에서 실행한다.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산업안전보건법상에 제시된 179종의 유해 인자를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다. 이는 유기화합물 108종, 금속류 19종, 산, 알칼리류 8종, 가스상 물질류 14종 등 매우 다양하다. 2014년부터는 야간작업을 유해인자로 지정해 교대 근무자들의 건강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8시간 이상 지속되는 작업시간이 월평균 4회 이상 또는 6개월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 월평균 60시간 이상 작업 시간을 수행하는 경우가 속한다. 야간작업 종사자들은 수면장애, 소화기계 질환, 심혈관 질환 발생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야간작업은 신체적 피로와 높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심혈관 질환 뿐만 아니라 비만, 위장관 질환, 대사증후군, 수면장애, 우울증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야간작업과 교대근무는 생체 리듬을 불균형하게 만들어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은 야간작업 중 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감소하며, 결근이나 이직률이 높다. 야간작업 근로자들은 작업을 마친 후 최소 6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 것이 좋다. 한 번에 긴 시간 동안 충분히 잠자는 것을 권장하지만, 충분한 회복과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는 두 번에 걸쳐서 잠을 나누어 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야간작업 중 수면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최소한 10분 이상 수면을 해야 한다. 수면시간이 30분을 넘기면 잠에서 깨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10~20분 정도의 수면이 좋다. 최근에는 수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멜라토닌 성분이나 수면 유도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야간작업을 하면 근무하는 동안 수축기 및 확장기 혈압이 상승하여 작업 후 휴식을 취하더라도 잘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수면을 취할 때 나타나야 할 혈압 하강(dipping)이 나타나지 않아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외에도 소화효소의 분비 장애와 산·염기 균형의 장애를 일으켜 위장관 증상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생체리듬에 장애를 일으켜 인간에게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등의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의 질환을 되도록 빨리 발견하여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부터 야간작업을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에 포함시켜 해당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조기에 발견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수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값진 노동 그리고 뜨거운 땀으로 우리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사회의 초석이 되는 특수직업환경 근로자들의 건강한 삶은 근로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숙제다. 글 강미정연합내과의원 강미정 원장 WD매거진팀 webeconomy@naver.com
손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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