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쉼표, 여행에는 방점이 되는 곳 '보수동 책방 골목'

  • 등록 2018.04.27 17: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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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손시현 기자]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텍스트를 읽는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정보와 지식을 쌓기 위해서 이용되던 가장 대표적인 매체는 책이었다. 대형 서점이 즐비한 환경 속에서 보수동 책방골목은 그 의미가 깊다. 인위적으로 아날로그를 표방한 숱한 가게들과는 다른 진짜배기의 감성. 이 거리는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이곳에서 마주한 책들은 나의 감성을 툭툭 건드려 왔다. 이제 오랜 세월을 머금은 이 책장의 첫 페이지를 함께 넘겨보자. ◇ 보수동 책방골목의 헌책 서울 동대문 청계천 헌책방 골목이 있다면, 부산에는 보수동 책방골목이 있다. 물질의 풍요에 길든 현시대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곳에는 수십 년 전의 책부터 불과 지난해에 유행하던 베스트 셀러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이 가득해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사려는 이들의 꾸준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독특한 풍경을 만나보려는 나들이객도 즐겨 찾고 있다. 보수동 책방 골목에 있는 서점들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색을 띄고 있다. 만화책만을 취급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교과서만을 판매하는 곳, 아동도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까지 분류가 잘 되어있어 원하는 책을 생각보다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무협지, 잡지 등을 취급하는 다양한 종류의 책방이 있다. 그리고 중고 책을 매입하는 곳도 많기에 혹시 다 읽고 쌓아둔 책이 있다면 이곳에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저자의 책을 찾는다면 전문가인 사장님께 바로 문의하자. 수도 없이 빽빽하게 쌓여있는 책들의 틈바구니에서 귀신같이 책을 꺼내는 손길은 대형 서점의 바코드 시스템보다 빨라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 보수동 책방골목 유래 6·25전쟁의 피난민이 많이 모여 살았던 부산 중구 일대의 영주산, 보수산 자락에는 천막 학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이 골목은 통학하는 학생들로 늘 붐볐다. 책이 귀하던 시절, 자신이 읽은 책은 팔고 필요한 헌 책을 살 수 있는 노점은 가난한 학생이 책을 구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곳이었다. 이런 노점들이 모여 책방 골목이 만들어졌고 신학기가 되면 골목에 늘어선 책 보따리가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목조 건물 처마 밑을 서성이며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헌 잡지를 구입할 수 있었고,ㅗ 고물상이 수집한 만화책을 구입할 수 있었던 곳도 바로 이 보수동 책방 골목이었다. 이렇게 생겨난 보수동 헌책방골목은 지금까지 전국에 몇 안 되는 유명한 책방골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보수동에는 책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책방에 가기 전에 거치는 40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세월까지 거슬러 과거로 향하는 기분이 든다. 그 길로 책방골목을 쭉 올라가다보면 북카페 한 곳이 눈에 띈다.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그곳에 앉아 독서삼매에 빠진다면 그만한 여유가 없을 듯 했다. 책을 읽다 보면 허기가 지기 마련, 좁은 책방골목에서 조금만 걸으면 먹거리가 가득한 부평 깡통시장이 나온다. 이 시장은 유래가 깊은 전통시장으로 6·25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각종 통조림 제품들을 많이 팔아서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시장의 명물로 꼽히는 음식이 바로 유부 주머니다. 어묵과 채소가 함께 들어간 유부 주머니 두 개가 한 그릇, 이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깡통시장은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과 함께 재래시장 주요 관광지로 손꼽힌다. ◇ 보수동 책방골목의 미래 1960~80년대 전성기, 이곳의 책방 수는 약 70~100곳에 이르렀다. 가난했던 시절 서민과 학생에게는 정보의 수원지이자 지식의 창고였고, 이제는 부산의 대표적 관광코스가 됐다. 해마다 보수동 문화축제가 열려 책표지 만들기, 나만의 책 만들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손꼽히는 관광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젠트리피케이션' 영향으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이 내몰리는 후유증을 겪고 있기도 한데, 최근 부산 중구가 교부금 5억 원으로 책방골목 환경개선사업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부산 중구는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환경개선사업에 착수하여 광장과 벤치, 서점 정보제공 겸 쉼터 기능의 안내소를 조성하고 옛날 돌계단도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책방골목의 입구에는 관광안내소가 설치된다고 하니 부산 여행에서 보수동을 빼먹기는 더 힘들어졌다. 삶에는 쉼표를, 여행에는 방점을 찍어줄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짧은 봄을 최대한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WD매거진팀 webeconomy@naver.com
손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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