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주인은 청취자" 내 일상 속 네 잎 클로버, 가요에세이 진행자 김영아

  • 등록 2018.04.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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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손시현 기자] 지친 일상 속에서 숨을 고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가방을 싸매고 어딘가로 떠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정성 어린 위로를 듣고 싶어 라디오를 찾는 이도 있을 것이다. 여기, 봄날 같은 미소와 맑은 목소리로 지친 마음을 다독여줄 이가 있다. 오후 네 시, 부드러운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어김없이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안녕하세요. 김영아입니다.” 행운을 찾기 바쁜 일상에서 묵묵히 타인의 행복이 되어주는 네 잎 클로버 같은 그녀 김영아 씨를 만났다. 오랜 시간 가요에세이(TBC,FM99.3MHz)의 진행자로서 자리매김한 김영아 씨는 오늘도 재치 있는 말솜씨로 청취자들을 매료시킨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청취자를 사로잡는 그녀에게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까. 청취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익숙한 그녀이지만, 오늘만큼은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방송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는지, 가요 에세이의 진행자를 맡게 된 경위는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 4학년 때 평화방송(pbc) 취재 리포터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 부업을 하시던 어머니께선 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듣고 계셨어요. 저에게 라디오는 일상과 같았습니다. 진로로 한참 고민하던 시기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부님께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들으며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졸업하면 평화방송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의 목표를 세웠고 방송에 입문했습니다. 다만 프리랜서 라디오 리포터만으로는 생계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라디오 리포터를 하면서 학교 방과 후 수업과 TV 방송 진행도 함께 했어요. 그런 제 마음을 방송국에서 알았는지 덜컥 라디오 메인 진행을 맡기셨어요. 행복한 세상(93.1MHz) 진행을 한 6~7년 했습니다. 제 인생에 첫 메인 방송 진행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때 방송을 많이 배웠어요. 당시 방송 환경 여건상 섭외에서부터 작가, 진행 역할을 함께 해야 했기에 꽉 찬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아요. 힘든 만큼 얻은 것 또한 많은 시간이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TBC 라디오 관계자분께서 제 방송을 청취하셨는지 가요에세이 진행자를 찾고 있는데 정식으로 오디션 볼 생각이 있느냐고 하셨어요. 이후 운 좋게 오디션에 합격했고 가요에세이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5년째 접어들었네요. 이전 방송에서는 혼자 글 쓰고 진행하다 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거기다 라디오 진행이 처음도 아닌데 예쁘게만 말하려 하고 청취자들의 피드백에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두려움도 많았어요. 한 해 두 해가 지나 이제는 방송 진행에 조금 눈을 뜬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피아노를 쳤다. 그래서 당연히 음악을 전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언니에 이어 또 음대에 보내기엔 집안 형편상 부담이었다.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했다. 청소년기 일상처럼 접한 네모난 마법 상자인 라디오는 내게 방송의 꿈을 심어주었고 그렇게 나는 꿈에 그리던 라디오 진행자가 되었다." 이야기에 앞서 '가요 에세이'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잠깐 소개해 주신다면? 가요에세이는 말 그대로 일상의 수필과도 같은 가요 프로그램입니다. TBC라디오 방송개국 이후 프로그램 이름은 변화가 있었으나 그 틀은 그대로 대구·경북 청취자들과 함께해 온 장수 프로그램이에요. 대구·경북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9.3MHz로 오후 4시부터 두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여러분과 함께 호흡합니다. 코너별 이야기와 청취자들의 사연도 함께하며 듣고 싶은 음악을 전하고 있습니다. 요일별로 어떤 코너가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월요일에는 배우 오승은 씨가 함께 하는 오승은의 커피 이야기로 꾸며집니다. 경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요즘은 커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해주세요. 화요일에는 한국일보 김광원 기자가 전하는 가요(歌謠)따라 가요로 진행됩니다. 우리나라 가요에 얽힌 가요의 숨은 뒷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죠. 수요일에는 방송인 예나 씨와 함께하는 문자코너 상상력 테스트로 채워집니다. 그날의 주제, 단어 하나를 제시하면 청취자들은 떠오르는 단어와 사연을 보내주세요. 청취자들의 사연을 함께 얘기 나누는 코너입니다. 목요일은 가요 프로그램인 만큼 강인구 씨와 함께하는 LP이야기로 꾸며집니다. 주 라디오 청취자층인 4·50대, 아날로그 세대만이 느낄 수 있는 주옥같은 추억의 가요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주고 계십니다. 마지막 금요일에는 제가 가장 기다리는 여러분과 함께하는 화통한 불금 전화 데이트로 꾸며집니다. 다양한 연령의 청취자들에게 많은 사랑 받는 가요 에세이,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라디오는 청취자가 주인인 방송입니다. 요즘은 은행을 가도 영화관 매표소를 가도 대기 번호표가 제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고요. 방송에서는 휴대폰 번호 뒷자리가 저의 또 다른 이름이 되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그것에 익숙해진 게 현실입니다. 입장을 바꿔 내가 청취자라면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하시는 청취자들에 한해 실명이나 닉네임으로 방송에서 부르다 보니 가요에세이에서만큼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방송 안 듣는다고 뭐라는 사람도 없는데 방송 때가 되면 오늘은 이래서 방송을 못 듣는다고, 청취자의 속상한 사연과 함께 전한 위로 한마디가 큰 위안이 됐다고 종종 문자가 오기도 하고요. 라디오 진행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거예요. 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 숨소리조차도 청취자에게는 큰 영향이 간다는 생각을 해요. 저 또한 청취자와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가요 에세이 진행자로서의 인기는 실감 나시나요? 아니요. 아직까지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전 이제 시작인데요. 그런 건 전혀 못 느끼다가 가끔 애청자로부터 꽃이나 책 같은 마음의 선물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때 정말 감사하고 감동받아요. 사정상 녹음 방송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 마트나 병원에서 제 방송인 가요에세이를 듣고 있는걸 보고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임감도 느끼고 내일부터 더 열심히 방송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방송이라는 게 저 혼자만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PD님, 작가님, 또 게스트 분들과의 팀워크도 무시 못 하거든요. 그리고 청취자분들의 힘이 가장 크죠.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방송의 주인은 청취자이니까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늘 임하고 있습니다. 방송을 위해 특별히 노력했거나 투자한 것이 있다면? 투자라기보다는 제 습성이에요. 배우는 걸 좋아합니다. 방송 일을 시작할 때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서 신문 방송학으로 대학원에 진학했고 뉴스를 전달해야 하는 업무가 주어졌던 적이 있어서 아나운서 과정도 수료했습니다. 20대였고 언젠가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해서 많이 배우고 다양하게 방송 일을 했네요. 라디오 메인 진행을 처음 맡고 청취자의 사연 전달에 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제 나름의 딜레마에 빠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서 했던 성우 공부가 지금도 라디오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매 주마다 저를 마다하지 않고 재워주신 수녀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드리고 싶어요. 존경하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나 멘토가 따로 있나요? 이금희 아나운서요. 방송 진행자의 소임을 저에게 가르쳐 주신 분 같아요. 어릴 때는 방송 진행자가 방송의 중심이고, 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그러한데, 방송 대선배님이신 이금희 씨 방송을 보면 그게 아니란 걸 깨닫게 돼요. 그분은 방송에서 청취자와 게스트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들이 방송의 중심이 되도록 이끌어주세요. 자연스럽게 진행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게 일깨워 주신 거죠. 직접 현장에서 뵌 적이 있는데 청중을 흡입하는 능력에 역시 존경할 수밖에 없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저도 진실된 진행자로서 멋진 방송을 하고 싶습니다. 방송을 하지 않으실 때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시나요? 방송 외에 다른 일을 따로 하신 적은 있나요? 가요에세이 애청자분들께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인 것 같네요. 여러분과 똑같습니다. 보통 아침 7시 기상해서 운동으로 시작합니다. 예전엔 진행하는데 호흡을 키워보려고 수영을 배웠었는데 요즘은 요가를 배우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책도 읽고 집 안 청소도 하고. 여느 일상과 비슷해요. 출근은 좀 일찍 하는 편입니다. 저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참 편안해요. 뭔가 안정적이고 조용히 정리를 할 수 있으니까요. 오전에 있는 뮤직갤러리(김선희 진행)방송이 끝나면 이곳에서 방송준비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커피도 한잔하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취자 사연도 미리 읽어보고 음악 선곡도 하고. 오후 4시부터 6시,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 지금 화요일 코너를 맡고 계시는 김광원 기자와 함께 가요를 중심으로 엮은 ‘가요 따라가요’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가요를 들으면 그 시대를 알 수 있잖아요. 대구와 경북지역 출신 가객들이 만들었거나 지역을 배경으로 탄생한 곡들을 중심으로 엮은 책입니다. 우리 지역의 노래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요. 일제 강점기에 고통을 노래한 ‘비 내리는 고모령’에서부터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었던 이제는 대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김광석의 ‘일어나’ 까지 우리나라 가요사에 큰 흔적을 남긴 노래들에 얽힌 이야기와 현장을 답사형식으로 풀었습니다. 대중가요에는 가식이 없다고들 하잖아요. 비 오는 날 이어폰을 꽂고 현장에서 그 음악과 함께 하신다면 그 시대, 그 가요를 더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요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데 앞으로 더 출판 계획은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건 현재 없습니다만 늘 염두에 두고는 있습니다. 워낙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사람이 중심인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애창곡 하나쯤은 갖고 있으니까요. 나의 애창곡에 관련된 사람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책으로 낼 생각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기대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김영아 씨에게 가요에세이란? 행복 속에서 찾은 네 잎 클로버 같은 행운! 저는 꿈을 이루었고 늘 감사하고 살았는데 더 큰 감사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WD매거진팀 webeconomy@naver.com
손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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